“잘 못 골랐나”…농협회장 강호동 ‘바지사장’ 굴욕에 農心 술렁
“잘 못 골랐나”…농협회장 강호동 ‘바지사장’ 굴욕에 農心 술렁

농업협동조합(이하 농협) 최초로 치러진 직선제를 통해 농협중앙회 회장에 등극한 강호동 회장이 임기 초부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전임 회장 시절 발탁된 인사들의 반발에 밀려 제대로 된 리더십조차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리더십의 핵심인 인사권조차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주변의 조소를 자아내는 모습이다. 심지어 일각에선 ‘바지사장’에 가깝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직선제 이후 달라진 농협 분위기…사상 유례없는 전임 회장 vs 현 회장 충돌

 

농협중앙회,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최근 농협 내부엔 뒤숭숭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지난 11일 취임한 강호동 현 중앙회장과 전임 이성희 회장이 선임한 인물들 간에 갈등 양상이 역력한 탓이다. 사실상 현 회장과 전 회장의 갈등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게 농협 내부 임직원들의 중론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농협 최초로 치러진 직선제에서 강 회장이 당선됐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앞서 이 전 회장 시절 국회에서 회장 연임 허용 내용이 담긴 농협법 개정안 처리 시도가 있었고 해당 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된 이후엔 이 전 회장이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더욱이 이 전 회장은 선거 직전 이례적으로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다. 통상 퇴임을 앞두고 고위직 인사만큼은 후임에게 맡기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회장은 계열사 대표 등 13명에 대한 임원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당시 일부 조합장들은 “전형적인 알박기 인사”라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 최근 농협 내부엔 뒤숭숭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시진은 농협중앙회. [사진=뉴시스]

 

얼마 전엔 갈등이 표면화되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 11일 NH투자증권 차기 사장으로 윤병운 부사장이 지목됐다. 당초 강 회장은 중앙회 출신 유찬형 후보를 NH투자증권 차기 사장으로 내세웠으나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전문성 있는 인사 선임을 강조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 결국 이 회장의 목소리가 더욱 크게 반영된 것이다. 관료 출신이자 현 정부와 돈독한 인연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회장이 전임 회장 시절 영입된 인사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강 회장은 또 다시 전임 회장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게 농협 안팎의 시각이다.

 

더욱이 금융당국 마저 이 회장의 손을 들어주는 듯한 태도를 보여 강 회장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7일 농협금융지주와 그 계열사,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 취약점에 대한 고강도 검사에 돌입했다. 농협금융이 다른 금융지주사와 다른 지배구조 때문에 독립 경영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이를 바로 잡겠다는 의도로 알려졌다. 강 회장 입장에선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지던 금융 계열사에 대한 인사권 행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새로운 얼굴이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강호동 리더십 위기에 흔들리는 농심(農心)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협 내부와 지역 조합원들 사이에선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농협이 안정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내세운 수장이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긴 커녕 ‘바지사장’이나 다름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전임 회장과의 갈등을 봉합하든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사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 농협 내부와 지역 조합원들 사이에선 강호동 회장의 리더십에 의구심을 보이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강호동 중협중앙회장. [사진=뉴시스]

 

한 지역 조합장은 “새로운 얼굴을 내세우면 뭔가 달라진 농협이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혼란만 커진 모습이다”며 “어떤 식이든 성장과 발전을 위해선 하나 된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괜히 잘못된 선택으로 혼란을 만든 것은 아닌지 스스로 후회가 된다”고 귀띔했다. 이어 “지역 조합 입장에서 관행이나 다름없던 인사권조차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중앙회장을 계속 신뢰해야 할 지 고민이 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지역 조합장은 “현 회장이 전임 회장 시절 발탁된 인사들의 반발에 물러서는 모습이 안타까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며 “역대 회장들처럼 탁월한 정치력과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지 않는 한 임기 내내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 같은 농민의 특징 중 하나가 시끄러운 분위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며 “만약 소란이 계속된다면 결국 화살은 강 회장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농협 고위 임원은 “강호동 회장 취임 이후 농협 내부에 뒤숭숭한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그동안은 회장 교체시기에 큰 잡음 없이 권력 이양이 이뤄졌는데 이번에는 좀 이례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직선제가 치러진 이후 이런 일이 생긴 게 조금 공교롭다”며 “어찌됐던 강 회장은 투표와 별개로 또 다른 시험을 치르게 된 상황인데 성적이 좋지 못하면 농업계 전체 민심도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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