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카뱅왕국’ 창시자 위상…“지키기 바쁜 경영 이제 그만”
흔들리는 ‘카뱅왕국’ 창시자 위상…“지키기 바쁜 경영 이제 그만”

한 때 금융대장주로 불리며 직장인들의 ‘빚투’ 열풍까지 불러일으켰던 카카오뱅크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주가가 공모가 대비 30% 넘게 떨어진 이후 반등의 기미마저 보이지 않자 투자자들 사이에선 현 경영진에 대한 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년째 카카오뱅크를 이끌고 있는 윤호영 대표의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보이며 교체가 시급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3만대➞9만원대➞다시 3만원대 카카오뱅크 롤러코스터 주가에 소액주주 ‘패닉’

 

2021년 8월 6일 인터넷전문은행 최초로 증시에 입성한 카카오뱅크는 공모가 3만9000원, 시초가 5만3700원, 상장 첫날 종가 6만9800원 등을 각각 기록하며 매서운 초반 상승세를 보였다. 주가는 상장 2주일 만에 9만4400원까지 오르며 10만원 돌파를 직전에 두기도 했다. 최근 저PBR주로 분류돼 상승 기류에 올라선 전통의 금융대장주 KB금융지주의 주식 최고가가 8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대단한 기록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주가는 연일 하락했고 현재 주당 가격은 3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5일 카카오뱅크는 전일 대비 2.91% 내린 2만8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최고가(9만4400원)대비 약 70% 하락한 가격이다. 이러한 주가 부진은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과 성장을 위한 쇄신 노력의 부재가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 [그래픽=김진완] ⓒ르데스크

 

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국내 은행주 중 실제 자산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 된 대표적인 종목으로 꼽힌다. 15일 기준 카카오뱅크의 PBR은 2.33으로 같은 기간 △우리금융지주(0.36) △하나금융지주(0.48) △신한지주(0.49) △KB금융(0.55) 등 주요 금융지주에 비해 현저히 높다. PBR은 기업이 가진 순자산에 비해 주가가 어느 정도 평가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1보다 높으면 주가가 고평가 돼 있다는 의미고 1 이하면 반대다.

 

카카오뱅크는 다른 인터넷은행의 지속적인 추격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토스뱅크와 케이뱅크 등은 나란히 올해 IPO 추진을 공식화하며 외형 확장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한 수장 교체 등 지속적인 쇄신 의지까지 보이며 카카오뱅크 앞날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토스뱅크는 최근 신임 대표로 이은미 전 DGB대구은행 경영기획본부장(CFO)을 선임했고 케이뱅크는 지난해 12월 최우형 은행장을 신임 은행장으로 발탁했다.

 

반면 ‘2기 경영’ 체제로 들어가는 토스뱅크‧케이뱅크와 달리 카카오뱅크는 약 9년째 카카오뱅크 설립 원년 멤버인 윤호영 대표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윤 대표는 출범 1931일 만에 2000만 고객 달성과 인터넷은행 최초 IPO를 성공시킨 인물로 유명하다. 지난해 경영 성적 역시 나쁘진 않았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결 기준 순이익은 2793억원으로 전년 동기(2025억원) 대비 37.9% 증가했다. 3분기 역대 최고 실적이다.

 

▲ [사진=커뮤니티 갈무리]

 

그럼에도 주주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은 상황이다. 윤 대표 외에 12명의 주요 임원진 역시 전원 연임에 성공하는 등 쇄신 보단 안정에 방점을 둔 행보가 주가 부진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주주들의 요구와는 배치된다는 이유에서다. 주주들은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선 당장의 실적 보단 성장 가능성에 주안점을 둔 쇄신 경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 카카오뱅크 재직자는 “2021년 공모 당시 회사 내에 10만원을 넘긴다는 투자 분위기가 뜨거워 대출을 받아 주식을 산 동료들이 많았다”며 “그러나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서 당시 주식을 산 직원들 대부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지금도 나를 포함한 대다수가 거액이 물려 있는 상태다”고 말했다. 이 밖에 각종 포털 사이트 종목 토론방에서도 사측의 결정을 성토하는 게시물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 카카오뱅크 소액주주는 “카카오뱅크의 실적이나 사업성과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으나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선 의문점이 많다”며 “현재 카카오뱅크 소액주주 대부분이 과거 고점일 때 주식을 매입한 이들인 만큼 원성을 가라 앉히기 위해서라도 주가부양을 위한 비전 제시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 교체라도 시도해 쇄신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주가 부양을 위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과 대대적인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주가부양책에 대한 논의는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며 “조직개편 규모나 일정 등은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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