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벽 마주한 고단한 청춘들이 선택한 ‘마음의 병원’
현실의 벽 마주한 고단한 청춘들이 선택한 ‘마음의 병원’

최근 사주나 운세, 궁합 등에 관심을 갖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기성세대의 전유물로 여기며 거부감까지 드러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청년들 중 상당수가 학업, 취업, 결혼 등 현실 문제를 하나 둘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확신과 위안을 얻고 불안감을 덜기 위한 일종의 ‘멘토’로 활용하기 위해 사주와 궁합을 찾고 있다.

 

“취업부터 결혼까지 뭐하나 쉬운 일이 없다”…사주·운세로 위로 받는 걱정 많은 청춘들

 

모바일 운세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스텔러’에 따르면 전체 이용자 140만명 중 83%인 112만명이 10~30대다. 젊은 세대가 모바일 서비스에 익숙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월등히 높은 비중으로 평가된다. 사주, 운세, 궁합 등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 정도는 SNS 내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인스타그램 검색창에 ‘사주’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무려 30만2000건의 관련 게시물이 등장한다. ‘궁합’, ‘운세’ 관련 게시물 또한 각각 19만건, 23만건 등에 달했다. 유튜브에도 사주나 운세풀이, 관상 등의 콘텐츠를 다루는 채널이 800개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 채널에 올라온 일부 콘텐츠의 경우 조회수가 수백만건에 달하기도 했다. 

 

▲ 미래에 대한 불안감 해소를 위해 사주를 보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사진=AI이미지/MS Bing]

 

그동안 삶의 굴곡이 많은 기성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며 일부 젊은 세대에겐 기피대상이 되기도 했던 사주나 운세, 궁합 등이 청년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게 된 배경에는 청년들이 당면한 현실 문제가 갈수록 풀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점이 지목된다. 취업, 학업, 결혼, 출산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문제가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생 선배인 기성세대의 방식에서 해법을 찾으려는 심리가 발현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가운데 취업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 즉 아직까지 스스로 생계 해결이 되지 않는 이들의 숫자는 63만4000명에 달했다. 이들 중 대다수는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 클 수밖에 없는데 그 중 일부는 의지할 무언가로 ‘사주’를 선택하기도 했다.

 

오랜 기간 취업 준비를 한 끝에 마침내 취업에 성공했다는 직장인 최령(27세·여) 씨는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심리적 불안감도 덩달아 커졌다”며 “처음엔 심심풀이용으로 사주를 봤는데 불안한 마음이 조금은 달래지는 것을 느꼈다. 그 후론 걱정되는 일이 있거나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느낄 때마다 사주를 보곤 한다”고 말했다.


▲ 기성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사주를 마음에 위안을 얻기 위해 보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결혼을 앞둔 청년들에게도 사주나 궁합은 마음의 위안을 주고 때론 용기를 북돋아주기도 하는 쓸모 있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1월 4년 넘게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둔 직장인 윤하연 씨(27세·여)는 “결혼이 가까워질수록 결혼 생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생길 때가 많다”며 “그럴 때 궁합이나 사주를 보면 서로 조심해야 할 부분이나 이런 것들을 듣게 되는데 아무 것도 모를 때보단 확실히 불안감이 조금이라도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심리적 안정을 찾거나 단순 재미를 위한 목적 정도면 괜찮지만 너무 의존하는 것은 오히려 정신 건강에 해롭다고 조언한다.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대 사회를 사는 모두가 불안함은 어느 정도 가지고 살아간다”며 “사주나 운세 등이 불안감을 일부 해소해줄 수는 있어도 현실 문제를 해결해주진 못한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현실 문제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는 근본적인 방법은 나의 역량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것이다”며 “역량을 쌓기 위해서는 작은 성취가 중요한데 작은 성취가 모여 하나의 큰 성취가 되는 것이고 그 성취를 얻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불안감은 많이 없어질 것이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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