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거 아니였나”…김치라면 ‘라바이차이’ 표기에 외국인 혼동
“중국 거 아니였나”…김치라면 ‘라바이차이’ 표기에 외국인 혼동


▲ 농심이 미국에서 판매중인 김치라면에서 라바이차이 표기 삭제를 결정했다. 사진은 농심이 미국에서 판매 중인 김치라면 포장지로 '辣白菜'(라바이차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사진=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농심이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김치라면'에 표기된 ‘라바이차이’(辣白菜) 삭제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미 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김치와 라바이차이가 같은 음식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미국에서 판매 중인 김치라면과 김치사발면(용기면) 포장지에 적힌 라바이차이를 삭제하고, ‘Kimchi(김치)’ 영문 표기만 사용할 예정이다. 농심 김치라면의 라바이차이 표기는 제품 출시 초기부터 수년간 이어져 왔다. 


그러다 최근 국내 라면의 해외 인기가 올라가면서 현지 한인들이 문제점이 제기했다. 미국 현지 판매 김치라면 제품에는 ‘Spicy Kimchi flavor’와 ‘라바이차이(辣白菜)’가 병기돼 있다.


농심 측은 “김치라면은 과거 미국 시장에 진출한 초기에 중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아시안 마켓에서 많이 팔린 점을 고려해 라바이차이란 표기를 해왔다”며 “이 자체가 표시 규정과 법규를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신속하게 패키지를 바꾸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바이차이는 중국에서 김치를 의미한다. 네이버 중국어 사전은 라바이차오를 ‘한국 고유의 염장 발효 식품. 소금에 절인 배추, 무 등의 채소를 고춧가루, 마늘 등에 버무려 발효시킨 음식’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김치와 라바이차이는 엄연히 다르다는 입장이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라바이차이는 중국 동북 지방의 배추절임 음식인데 우리의 김치와 전혀 다른 음식이다”며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는 공산당 기관지인 환구시보 및 글로벌타임스의 김치 도발 기사,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 백과사전의 김치 기원 왜곡 등 지속적인 ‘김치공정’을 펼쳐 왔다”고 부연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2021년 중국의 김치공정에 대응하기 위해 김치의 중국어 표기를 신치로 바꿨다.

  

▲ 미국에서는 이미 김치와 파오차이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이 앞장서서 국내 문화 지키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김치의 기원이 중국이라고 생각하는 레딧의 유저들. [사진=레딧 갈무리]

 

문제는 미국 소비자들이 김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김치라면에 한자로 라바이차이라고 적힌 것은 동양 문화에 생소한 미국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와 이미지가 주입되기 충분하단 지적이 나온다.


미국 유학생 김승현(29) 씨는 “한류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어도 현실적으로는 아직 한국에 대해 잘 아는 미국인들을 찾기 힘들다”며 “예전에 한 우버 드라이버는 일본 혼다(Honda) 현다이(현대차)를 똑같은 일본 브랜드로 생각했던 경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치도 마찬가지로 한번 잘못된 인식이 뿌리내리면 되찾기 힘들 수 있는 만큼 첫 단추부터 확실하게 꿰야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김치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만연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의 캣 스파우트(Cat Suipawitsu) 씨는 “대부분 미국인들은 아시안 식품을 쇼핑할 때 어디 국가에서 만들었는지 잘 모른다”며 “한자가 쓰여있는 경우는 대부분 중국산으로 많이 인식하고 있어 김치라면도 중국 것으로 착각하기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다수 아시아 사람들이 치즈나 초콜릿을 보자마자 어디 국가에서 만들었는지 모르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고 설명했다.


레딧의 한 유저도 김치와 파오차이 논란에 대해 “김치가 파오차이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 교수는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 지속적인 ‘김치공정’을 펼치는 만큼 국내외로 김치에 관한 기본적인 표기부터 잘 사용해야 한다”며 “김치 종주국으로써의 위상을 세계에 널리 떨칠 수 있도록 기업들도 올바른 김치 표기에 힘을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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