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준생들의 뒤늦은 후회 “현실 파악하니 이미 늦었네요”
청년 취준생들의 뒤늦은 후회 “현실 파악하니 이미 늦었네요”
▲ 최근 청년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높아진 채용 문턱의 현실을 직시하고 눈을 낮추는 움직임이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학 도서관. ⓒ르데스크

 

올해 청년 취업준비생들(이하 취준생)의 시름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더 좋은 기회를 잡기 위해 쏟았던 시간과 노력의 결실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암울한 관측도 적지 않다. 경제 불확실성 확대에 고용시장이 지난해 보다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 때문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눈을 낮추는 움직임이 등장하곤 있지만 기업 대부분 채용 자체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어 상황이 쉽게 바뀌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점점 높아지던 대졸 신입 취업문턱, 경기 불확실성 확대에 이젠 아예 닫힐 판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용시장의 한파가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들의 채용계획 인원은 55만6000명이다. 전년 동기 대비 8만1000명(12.7%) 줄어든 규모다. 산업별로는 건설업만 전년 대비 채용계획이 3000명 늘었고 나머지 산업은 전년 대비 인원이 줄었다.

 

올해 전체를 놓고 봐도 예측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0인 이상 기업 204개사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기업 경영 전망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채용을 축소하겠다는 응답도 30.5%에 달했다. 반면 채용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라는 응답은 14.9%에 그쳤다.

 

채용규모 축소의 주된 원인은 경영환경 악화가 지목됐다. 한국경제인협회가 101개 기업의 재무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년 경영 설문조사에서 기업 3곳 중 1곳은 올해 경영 환경이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부분 원자재 가격 상승과 경기침체, 지정학적 위기 등의 변수로 올해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 [그래픽=김진완] ⓒ르데스크

 

대부분의 기업들은 신규채용 감소에 따른 인력 부족 현상을 위해 구체적인 방법까지 마련한 상태다. 인력 부족이 예상된다고 응답한 기업의 35.3%는 인력 운영 효율화를 통한 생산성 제고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 연장 및 재고용 등 계속 고용을 검토하겠다는 응답도 18.5%에 달했다.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채용규모 축소 기조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과거엔 11월 정도면 다음해 채용계획의 윤곽이 나왔는데 지난해부터는 계획 자체를 세우지 않고 있다”며 “각 부서 별로 부족 인원을 보고 받고 수시로 채용하는 식이고 대부분 경력직을 채용하다 보니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기업들도 상황이 우리와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상 대졸 신입 정규직 채용은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곤 거의 계획이 드물지 싶다”고 귀띔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골라서 취업했는데…좁아진 취업문에 좌절하는 청년들

 

취준생들은 점점 눈을 낮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연봉, 복지수준 등 조건을 비교해가며 취직할 곳을 선택했던 상황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취준생들의 달라진 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단적인 사례로는 희망연봉의 변화가 꼽힌다. 물가상승 기조에 맞춰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던 희망연봉이 과거에 비해 낮아진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신입직 취업을 준비하는 4년제 대학 졸업 구직자 739명을 대상으로 희망 연봉 수준을 조사한 결과, 희망연봉은 평균 3610만원 수준이었다. 반면 인크루트가 2022년 8월 대졸 이상 구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희망연봉은 3880만원이었다. 불과 2년 새 희망연봉이 약 270만원 가량 낮아진 것이다.

 

▲ 중소기업 취업을 목표로 한 구직자들은 그 이유로 경력 쌓기에 유리(45.2%), 낮은 경쟁률(38.7%) 등을 지목했다. 사진은 채용 게시판을 보고 있는 한 취준생의 모습. [사진=뉴시스]

 

취준생들의 목표 기업 규모도 작아지고 있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초 조사에선 취업 목표 기업으로 대기업을 꼽은 구직자가 33.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견기업은 24.2%, 공기업·공공기관 22.7%, 중소기업 12.5% 등이었다. 반면 올해 조사에선 취업 목표 기업이 중견기업이라는 구직자가 41.1%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기업 27.1%, 중소기업 21.0%, 공기업 7.3% 등의 순이었다.

 

올해 조사에서 중소기업 취업을 목표로 한 구직자들이 특히 많이 늘었는데 그 이유로 경력 쌓기에 유리(45.2%), 낮은 경쟁률(38.7%) 등을 지목했다. 신입 채용을 기피한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상대적으로 취업이 유리한 중소기업에 취직해 경력을 쌓기로 결심하는 구직자들이 늘어난 결과라는 게 취준생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2년째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김희준 씨(26·남)는 “재작년 말과 작년 초에 취업할 기회가 있었는데 좀 더 조건이 좋은 곳에 가기 위해 취업을 미룬 것이 후회된다”며 “작년 여름 이후 대졸 신입을 뽑는 기업들이 크게 줄었고 경쟁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이 조급해지다 작년 초에 합격했던 기업 수준으로 눈을 낮췄는데 지금 상황으로 봐선 아무래도 눈을 더 낮춰야 할 듯 싶다”고 부연했다.

 

1년 넘게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양선영 씨(24·여)는 “갓 대학 졸업할 때만 해도 대기업이나 공기업 이하는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1년 정도 취업에 실패하다 보니 지금은 중견기업이나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중소기업에도 입사 원서를 내고 있다”며 “주변에서 경기가 지금보다 더 나빠진다고들 하니 앞으론 중소기업 채용도 경쟁률이 올라갈 것 같아 하루하루 불안함 속에서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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