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표된 BNK금융 인적쇄신, 내부통제 부실에도 은행장 ‘유임’
공수표된 BNK금융 인적쇄신, 내부통제 부실에도 은행장 ‘유임’
▲ BNK금융이 내부통제 강화를 중심으로 인적 쇄신을 나선 가운데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BNK경남은행장이 유임됐다. 사진은 부산 남구 BNK부산은행 본점 전경. [사진=BNK금융]

  

BNK금융그룹이 내부통제 강화와 경영 효율성을 중심으로 인적 쇄신을 통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섰다. 다만, 3000억대 횡령 사고에 이어 직원의 불법 차명거래 등으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BNK경남은행 CEO의 유임을 결정해 일각에서는 ‘보여주기식 쇄신’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직원 불법 차명거래와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등으로 BNK경남은행에 대해 기관경고와 과태료 1억1000만원의 제재를 내렸다. 경남은행 전 지점장인 A씨는 2018년 4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자신의 명의가 아닌 장모의 명의 계좌를 통해 53일 동안 총 193회에 걸쳐 주식 매매 거래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A씨는 주민등록증 사본을 복사하고 오려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장모가 계좌 개설을 의뢰한 것처럼 꾸몄다. 고객 서명란에는 자신의 도장을 찍기도 했다. 매매 총액은 2억1330만원이며 투자원금은 4080만원이다.

 

이어 경남은행은 이번 조사에서 2019년 3월부터 8월까지 일반 투자자 195명을 상대로 사모펀드 207건을 판매하면서 설명 의무 등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가입 금액은 376억3000만원이다. 이밖에도 금감원 제재안에는 20% 초과 지분증권에 대한 담보 대출 보고 의무 위반, 전자금융거래 안전성 확보 의무 위반 등의 내용도 담겼다.

 

▲ 지난 9월 BNK경남은행의 간부는 약 3000억원의 금융권 역대 최대 규모의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 사진은 BNK경남은행 투자금융부장 B씨 아내가 김치통에 은닉한 현금과 수표. [사진=서울중앙지검]

 

올해 들어 BNK경남은행이 내부 비리로 금감원에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월 금감원은 경남은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관련한 자금을 관리하는 간부가 약 3000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했다고 발표했다.

 

BNK경남은행 투자금융부장으로 근무하던 B씨는 2008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출금전표 등을 위조·행사하는 수법으로 회사 자금 308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9월 구속기소 됐다. 횡령액은 금융권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수사가 시작되자 B씨의 아내가 횡령한 자금을 수표로 바꿔 김치통 내 김치 사이에 숨겨둔 것이 밝혀져 큰 화제가 됐었다. B씨와 가족들은 지난 14년 간 월평균 7000만원, 하루 233만원의 돈을 쓰며 호화로운 생활을 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나타났다.

 

내부통제 강화 위해 조직 내 대대적인 혁신…‘BNK경남은행장 교체는 無’

 

최근 연이은 금융사고에 조직 내에서는 대대적인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내세웠다. BNK금융그룹은 정기인사에서 본부 부서 근무 5년, 동일 영업점 근무 3년 이상 된 장기근무 직원을 거의 예외 없이 전보 조치 처리했다. 또한, 금융권 최초로 전 그룹사에 윤리경영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 사진은 BNK 금융지주 계열사 CEO 인사 관련 자료. [그래픽=김진완] ⓒ르데스크

 

최근 BNK금융은 지난해 연말 계열사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9개 계열사 중 대표 임기가 만료된 4곳에 새로운 CEO가 취임하며 쇄신 인사에 나섰다.

 

하지만, 연이은 금융사고 발생에도 예경탁 BNK경남은행장은 여전히 자리를 지켰다. 2023년 4월 신임 은행장에 취임한 예경탁 BNK경남은행 CEO는 빈대인 BNK금융회장과 같은 내부 출신이다.

 

예경탁 경남은행장은 부산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창원대학교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2년 경남은행에 사원으로 입행해 ▲인사부장 ▲동부영업본부장 ▲여신지원본부장 ▲부행장보 등을 거쳐 경남은행에서만 30년 넘게 일한 ‘경남맨’이다.

 

BNK금융관계자는 “최근 여러 금융 사고들이 발생해 조직 내에서 내부통제 역량을 고도화하고 금융사고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부산은행장과 경남은행장 중심의 인선은 지역 밀착에 초점을 맞춘 빈대인 회장의 방향성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지방은행 3000억 횡령 ‘믿을 수 없어’…일부 고객 주거래은행 변경키도

 

예경탁 경남은행장이 취임한 지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여럿 금융 사고들이 발생하면서 경남은행 이용고객들은 해당 은행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의견이다. 심지어 불안감에 주거래 은행을 바꾼 고객도 있었다.

 

▲ 연이은 금융사고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해당 은행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사진은 BNK경남은행 영업점 전경. [사진=뉴시스]

 

창원시에 거주하고 있는 박우승(52·남)씨는 “일반적으로 지방 사람들은 시중은행보다 해당 지역의 은행을 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저 역시도 경남은행을 자주 이용했었는데, 최근 자금 사고가 계속 발생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중은행으로 일부 금액을 옮겼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학원을 운영 중인 김범희(38·남)씨는 “저는 20살 때부터 항상 BNK만을 이용해 왔었는데, 최근 주거래 은행을 집 앞에 있는 우리은행으로 변경했다”며 “어떻게 시중은행도 아닌 은행에서 3000억원의 횡령사건이 발생했는지 정말 내 돈을 믿고 맡길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업계는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금융사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 감독자로서의 역할과 법적지위에 대한 인식이 강화돼야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은행과는 별개로 금융지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영진이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전사적으로 명확하게 하는 것은 좋은 지배구조와 책임문화 확립의 전제이자 필수다”며 “금융사고가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제도가 없어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역할과 책임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밝혔다.

 

이어 안 교수는 “특히 지주회장, 이사회, 사외이사 등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 감독자로서 역할과 법적지위에 대한 인식 강화가 필수적이다”며 “스스로의 책임범위를 분명하게 인식해 사고가 해당 범위에서 발생한다면 그에 마땅한 책임을 지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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