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 없는 무덤 없다’ 트위치의 철수, 경영실패 그림자
‘핑계 없는 무덤 없다’ 트위치의 철수, 경영실패 그림자
▲ 글로벌 스트리밍 사이트 트위치가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는 이유로 망사용료를 내세워 논란이다. 사진은 트위치와 국내 통신3사 로고. [사진=각 사]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10배가 더 높은 한국의 네트워크 수수료로 인해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트위치가 과도한 망 사용료를 이유로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다고 밝혔지만 이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경영실패 책임을 망 사용료로 덮으려 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그간 실적 부진에 시달렸던 트위치코리아는 화질을 내리는 등 서비스의 질을 줄이는 방식으로 꾸준히 비용 절감을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트위치의 글로벌 매출에서 한국어 방송의 시청시간 비중은 6%다. 이를 적용하면 트위치는 지난해 국내에서 약 2036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트위치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약 21억원이다. 같은 기간 국내 인터넷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의 매출은 약 3150억원이다.

 

트위치가 국내에서 양질의 콘텐츠 개선보다 비용 절감에 몰두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국내 영상 최고 화질을 1080p(픽셀)에서 720p로 하향 조정하고, VOD(다시보기) 서비스도 전면 중단하는 등 망 사용료를 이유로 비용 절감 정책을 펼쳐 왔다. 글로벌 플랫폼 업체임에도 기존 인터넷방송 스트리밍 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트위치 본사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한국시장 철수를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위치는 스트리머와 플랫폼 간 수익 배분 비중을 조정하면서 스트리머 및 시청자 이탈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2021년까지만 해도 약 990만명에 달했던 트위치의 글로벌 스트리머 수는 올해 700만명까지 떨어졌다.

 

▲ 트위치는 국내 망사용료가 10배라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전무하다. 사진은  트위치 방송을 통해 내년 2월 27일부로 한국 시장에서의 서비스 종료를 발표하는 댄 클랜시 트위치 CEO. [사진=트위치 갈무리]

 

 

 

트위치코리아는 지난해부터 국내 철수를 염두한 듯한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 3월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면서 임직원 400명 이상을 해고했다. 이어 최고수익책임자 등 고위 임원 2명이 사퇴했다. 결국 실적 부진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망 사용료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래픽이 높은 글로벌 기업들에게 국내 망사용료가 부담일 수 있지만 단순히 그 이유만으로 국내 사업을 접을 수준은 아니다”며 “트위치보다 트래픽이 높은 기업들도 멀쩡히 서비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위치가 남긴 10배 논란…"진위여부 없는 자극적 발언"

 

망 사용료는 인터넷 콘텐츠 제공 사업자(CP)가 소비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할 때 발생하는 트래픽에 대해 인터넷망 사업자(ISP)에게 추가로 지급하는 비용이다. 이를 두고 통신사와 빅 테크 기업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내 이통3사는 망을 이용하는 만큼 비용을 내야 한다 입장이다. 반면 해외 빅 테크 기업들은 이미 자국에서 사용료를 내고 있기에 더 내는 것은 이중과세라 주장한다.

 

트위치가 지금까지 국내에 망 사용료로 얼마를 지급해 왔는지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다. 다만 지난해 대신증권이 발표한 아프리카TV 기업분석 보고서에 “트위치가 이미 연 500억 원 수준의 망 사용료를 납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추측했다.

 

▲ [그래픽=김진완] ⓒ르데스크

  

일단 트위치의 발언 중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국내 망사용료가 다른 국가에 비해 무려 ‘10배’ 비싸단 것이다. 기업의 망 사용료 금액은 당사자 간 기밀유지협약(NDA) 하에 계약돼 제3자가 알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공식적인 지표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거기에 정확히 어떤 국가와 비교해서 차이가 나는지 정보 또한 제공하지 않아 트위치 주장의 진위 여부를 파악할 순 없다.

 

아마존웹서비스 CDN 요금표에 따르면 국가별 데이터 전송 시 기가바이트당 요금은 한국이 0.12달러로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과 동일한 요금이다. 인도, 남아메리카,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망 사용료가 저렴한 국가와 비교해도 약 10% 차이다. CDN 요금은 해당 국가 망사용료와 고정비로 구성돼 글로벌 망사용료 간접적으로 비교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 망사용료는 '발신자 종량제'(상호접속고시)를 채택하고 있다. '발신자 종량제'는 데이터를 발생시킨 발신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제도로 트래픽을 많이 발생시킨 통신사의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느끼는 국내 망사용료 부담이 해외보다 높을 수 있지만 10배라는 큰 격차를 근거 없다는 입장이다.

 

양승희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극적인 발언만 하는 것은 소비자들을 호도할 수 있고 균형을 깨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위치가 사라진 자리는 네이버가 노리고 있다. 네이버는 오는 19일부터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CHZZK)의 공개 테스트를 진행한 뒤 2024년 상반기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네이버 '치지직'은 1080p 화질로 제공되며 게임 방송에 적합한 이용자 환경과 커뮤니티, 네이버페이와 연동된 후원 기능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트위치의 경우 망 사용료 뿐만 아니라 내부적인 경영 문제와 한국에서의 계약 등 여러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망 사용료 관련 법안까지는 아니라도 해당 논의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잊지 말았으면 한다"며 "수년간 논의해온 만큼 사회적 합의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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