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보단 즐길거리, 고물가 시대 백화점 생존방정식
쇼핑 보단 즐길거리, 고물가 시대 백화점 생존방정식

 

▲ 고물가시대 소비자들의 닫히는 지갑을 열기 위해 백화점들이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오른쪽 순으로 신세계 본점, 더 현대, 롯데백화점 본점. ⓒ르데스크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백화점 업계가 저마다 소비자의 발길을 끌기 위해 다양한 생존법을 모색하고 있다. 명품과 브랜드 등 제품 판매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히면서 쇼핑보단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백화점을 방문하는 이유로 쇼핑보단 먹거리와 즐길거리 등 콘텐츠 소비를 지목했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국내 3대 백화점의 올해 3분기 실적 추정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과 유사하거나 이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에프앤가이드가 내다본 롯데백화점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는 14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 1501억원 대비 1.13% 줄었다. 신세계 영업이익 예상치는 1601억원으로 지난해 1530억원보다 높지만 예상 매출액은 오히려 낮게 추정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3분기 예상 영업이익과 매출액이 각각 953억원, 1조14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22억원, 1조3721억원과 유사하거나 소폭 낮은 수준이다.


코로나19 펜데믹이 끝났음에도 백화점 실적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백화점 방문 목적 또한 ‘제품’에서 ‘콘텐츠’로 이동하는 추세다.


"그냥 편하고 볼거 많아 왔어요"…제품보다 콘텐츠 중심

  

▲ 최근 백화점들은 유명 맛집 선점부터 팝업스토어, 산책로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접목시키는 추세다. 사진은 여의도 2030 핫플레이스로 유명한 더 현대로 기존 백화점들과는 차별화된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르데스크

 

르데스크가 3대 백화점 현장에서 방문 이유를 물어본 결과, 연령대별로 백화점을 찾는 이유는 조금씩은 달랐지만 제품 구매만을 위해 방문한다는 답변은 과반도 못미쳤다. 청년층의 경우 쾌적하고 편리한 데이트나 미팅 장소로도 백화점을 찾고 있다. 

 

여의도 더 현대 백화점에서 만난 김지현(26·여)씨와 오현석(29) 씨는 단순 데이트를 위해 백화점을 찾았다고 밝혔다. 한 건물에서 맛집 식사와 쇼핑은 물론 팝업스토어, 도심형 정원 사운즈 포레스트까지 모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영화관과 지하철까지 지하통로로 모두 연결돼 편하다는 이유에서다.


김 씨는 “강남이나 홍대 등도 좋긴 한데 아무래도 원하는 곳마다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귀찮은 감이 없잖아 있다”며 “백화점 식당은 어느 정도 맛도 보장됐고 또 요즘 백화점은 의외로 즐길만한 이벤트나 콘텐츠가 있어 가볍게 데이트하기에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매하냐는 질문에는 “사실 비싸서 아이쇼핑만하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지만 생각보다 백화점에서만 판매하는 것들도 있어 아주 안 하진 않는 것 같다”고 답했다.


50대 이상 중장년층 또한 청년층과 비슷한 이유에서 백화점을 방문하고 있었다. 신세계 백화점을 방문한 김혜옥(58·여) 씨는 친구들과 모임 장소로 백화점을 선택했다. 김 씨는 “백화점만큼 주차가 편리한 곳이 없어서 여기서 밥 먹고 커피까지 마실 예정이다”며 “서울 중심부에서 가볍게 모이기에 가장 편리한 장소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래도 백화점 가격은 부담스러워 잘 사지는 않지만 그래도 파격적인 세일을 할 때는 구매하는 편이다. 그래도 백화점발 제품이면 품질은 믿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각양각색 백화점별 브랜드 이미지…차별화 전략으로 고객 유치

  

▲ 백화점의 콘텐츠들도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사진은 고급화 전략을 선택한 신세계 백화점 본점 내부 모습. ⓒ르데스크

 

소비성향 변화에 백화점 업계도 브랜드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고물가에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는다면 백화점 자체를 콘텐츠로 만들어 최대한 많은 손님을 유치하겠단 전략이다. 특히 롯데·신세계·현대 등 3대 백화점들은 추구하는 이미지도 달라 콘텐츠를 통해 차별화 전략에 나선 상태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의 올드하고 보수적인 느낌 대신 2030의 ‘힙’한 이미지 구축에 성공했다. 여의도에 위치한 ‘더 현대’가 대표적인 MZ감성의 백화점으로 입점한 브랜드부터 백화점 인테리어까지 기존 백화점과 차별화를 보인다. 더 현대뿐만 아니라 현대면세점에서는 NFT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백화점으로서는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반대로 신세계는 럭셔리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신세계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강남점과 본점의 경우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청년층을 포기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럭셔리를 통해 청년층 공략에 힘쓰고 있다. 강남점의 경우 청년들이 선호하는 구찌·발렌시아·생로랑·디올 등의 명품 브랜드를 모두 모아놨다.


롯데백화점의 포지션은 다소 애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고급화 전략을 취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세계와 비슷하게 고가의 명품 브랜드를 유치해 고객을 끌겠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중구에 위치한 본점을 명품 중심의 프리미엄 점포로 리모델링 했다. 롯데타워를 끼고 있는 잠실점에도 루이비통과 구찌 등 명품을 보강시켰다.


커뮤니티 한 누리꾼은 “현대백화점은 모던하고 영한 느낌, 신세계는 고급스럽고 깔금함, 롯데백화점은 클래식한 느낌이 있다”고 적어 많은 공감을 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백화점들의 차별화 전략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하나의 콘텐츠 공간으로서 가치가 높단 이유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백화점들의 브랜드 전략은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즐길 곳이 많아진다는 것이다”며 “또 고물가 시대 백화점이 단순히 비싼 물건을 파는 유통채널을 넘어 다양한 콘텐츠로 소비자들과 소통하려는 것 또한 기존 유통방식을 탈피하는 좋은 방법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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