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결정 뒤바뀐 반응…소상공인 무관심, 청년세대 좌절
최저임금 결정 뒤바뀐 반응…소상공인 무관심, 청년세대 좌절

 

▲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과거와 사뭇 다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은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될 경우 소상공인들은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반대로 아르바이트나 단기 계약직 종사자가 많은 청년세대는 환영의 입장을 내비쳤다. 그런데 올해는 소상공인들은 별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무덤덤한 데 반해 청년세대는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관련 뉴스 보도를 시청하고 있는 시민들. [사진=뉴시스]

 

올해 보다 2.5% 인상된 9860원으로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 과거와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은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될 경우 소상공인들은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반대로 아르바이트나 단기 계약직 종사자가 많은 청년세대는 환영의 입장을 내비쳤다.

 

그런데 이번 인상 결정 이후에는 소상공인들은 별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무덤덤한 데 반해 청년세대는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수차례 큰 폭의 인상이 단행되면서 소상공인들은 무인화, 인원감축 등 나름의 체력(?)을 길렀기 때문에 최저임금 자체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반응이다. 반면 청년세대는 가뜩이나 줄어든 일자리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좌절감을 표출하고 있다.

 

역대 최장 기간 심의 끝에 결국 또 오른 최저임금, 경영계·노동계 일제히 ‘불만’

 

지난 19일 최저임금위원회가 2024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9860원, 월급(209시간 기준) 206만74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시급 9천620원·월급 201만580원)보다 2.5% 높은 금액이다. 내년 최저임금 협의는 사상 처음으로 1만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상당한 관심을 불러 모았다. 그만큼 경영계와 노동계의 힘겨루기도 치열했다.

 

경영계는 내수시장 침체와 낮은 경제성장률을 이유로 하향이나 동결, 또는 업종별 차등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는 높은 물가상승률을 이유로 그에 맞춘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양측의 최초 제시안은 경영계 9620원, 노동계 1만2210원 등이었다. 무려 2590원의 격차였다. 이후 지난 19일까지 15차에 걸쳐 논의를 이어왔지만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 지난 19일 최저임금위원회가 2024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9860원, 월급(209시간 기준) 206만74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시급 9천620원·월급 201만580원)보다 2.5% 높은 금액이다. 사진은 키오스크를 사용 중인 한 소비자의 모습. [사진=뉴시스]

 

협상에 진전이 없자 공익위원이 심의촉진구간(인상률 2.1%∼5.5%)을 제시하며 중간값에 가까운 9920원을 중재안으로 제시하기도 했지만 중재안 조차 노동계가 반대하면서 결국 표결에 돌입했다. 재적위원 26명(노동계 8명, 경영계 9명, 공익위원 9명)이 표결에 나섰고 최종적으로는 노동계가 거부한 9920원 보다 낮은 9860원으로 결정됐다.

 

상당한 진통 끝에 내려진 결정이었음에도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소상공인들은 비용구조와 경제 상황을 고려해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해왔다”며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주요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추광호 경제산업본부장은 별도 입장문을 통해 “소규모 영세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이번 최저임금의 추가적인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경영 애로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청년층,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바람을 담아 최초 안으로 동결을 제시했지만 이를 최종적으로 관철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다”고 밝혔다.

 

반면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결국 ‘답정너’로 끝난 2024년 적용 최저임금은 끝내 저임금 노동자와 모든 노동자의 꿈을 짓밟았다”며 “역대 최저 수준의 최저임금이 결정된 데 대해 규탄한다”고 전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노동자위원은 심의 진행 과정에서 최저임금위원회가 공정하지도 자율적이지도 않은 들러리 위원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최저임금위의 사라진 공정성·자율성·독립성에 대해 깊이 고민할 것이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두고 뒤바뀐 반응…소상공인은 무관심, 청년세대는 깊은 한숨

 

 

▲ 롯데멤버스에 따르면 지난해 키오스크 주문 비중은 70%로, 대면 주문(30%) 비중을 웃돌았다. 2019년까지만 해도 대면 주문(62.8%)이 키오스크 주문(37.2%)보다 많았으나 이듬해 키오스크 주문 51.7%, 대면 주문 48.3%로 비중이 역전됐다. 사진은 서울의 한 무인아이스크림 매장 내부. ⓒ르데스크

 

충분히 예상됐던 반응을 보이는 경영계·노동계와 달리 소상공인들과 청년세대 사이에선 전혀 예상 밖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은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될 경우 대다수 소상공인들은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반대로 아르바이트나 단기 계약직 종사자가 많은 청년세대는 환영의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올해는 인상 결정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들은 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반대로 청년세대는 우려의 반응을 각각 보이고 있다.

 

수년간의 큰 폭의 인상 여파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박근혜정부 시절 심의했을 때만 해도 6000원대에 불과했지만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건 문재인정부 출범 후 큰 폭으로 올랐다. 2018년엔 전년 대비 무려 16.4%나 올랐고 이듬해에도 10% 이상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이후 인상폭이 낮아지긴 했지만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고 결국 9000원대를 돌파했다.

 

그 기간 동안 소상공인들도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강하게 반발해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나름의 대책을 강구해나가기 시작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무인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인력을 감축했다. 지금은 어지간한 매장을 가더라도 키오스크 정도는 기본으로 설치돼 있을 정도로 보편화 됐다. 롯데멤버스에 따르면 지난해 키오스크 주문 비중은 70%로, 대면 주문(30%) 비중을 웃돌았다. 2019년까지만 해도 대면 주문(62.8%)이 키오스크 주문(37.2%)보다 많았으나 이듬해 키오스크 주문 51.7%, 대면 주문 48.3%로 비중이 역전됐다.

 

자연스레 일자리는 점차 줄어들었다. 최남석 전북대 교수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최대 6만9000개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신규 일자리(31만4000개)의 최대 22%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특히 숙박·음식서비스업과 건설업에서 일자리 감소 폭이 클 것으로 예측됐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시 숙박·음식서비스업은 1만2000~1만6000개, 건설업은 2만2000~2만6000개 일자리가 줄 것으로 분석됐다. 이미 주휴수당을 포함한 최저임금은 1만원을 넘긴 상태다.

 

 

▲ 다수의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최저임금의 상승 기조가 이어진다면 결국 고통 받는 것은 구직자들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채용을 하는 입장에선 어떻게든 살 방도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AI, 로봇 등 기술의 발달 역시 인력감축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민주노총이 내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내용의 현수막. [사진=뉴시스]

 

서울 구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인식 씨(53·남)는 “사실 문재인정부 시절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는 것을 보고 ‘빨리 무슨 대책을 세우면 안되겠다’ 싶어 매장 내에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알바생도 전부 내보냈다”며 “그 후로는 사실상 인건비 나갈 일이 없다 보니 최저임금 자체에 신경은 안 쓰고 있는데 빨리 결정하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홍혜영 씨(34·여·가명)는 “우리 가게는 물론 주변 가게들도 대부분 일찌감치 알바생 쓰는 것을 포기했다”며 “최저임금이 내려가길 기대하느니 일찌감치 대책을 세우는 게 낮다는 판단이었는데 이후 수년간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이제는 최저임금 자체에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청년세대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대부분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대학생 이연희 씨(21·여)는 “보통 방학기간에 알바를 하는 편인데 확실히 예전보단 알바 자리가 많이 줄었다”며 “다들 최저임금 때문이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최저임금이 지금보다 더 오르면 알바 구하기도 그만큼 어려워 질 것이라 생각하니 차라리 몇 년 동안이라도 지금 상태를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대학생 황석준 씨(26·남)는 “대학 입학 때부터 줄곧 학업과 알바를 꾸준히 병행해왔는데 한 3년 전부터 확실히 알바 자리가 많이 줄어든 게 느껴진다”며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서빙로봇이나 키오스크를 도입해서 그런 것 같다. 지금까진 어떻게든 알바를 해왔는데 앞으로 최저임금이 더 오르면 알바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려워져 용돈을 벌기가 더욱 힘들어 질 것 같다. 임금을 조금 적게 받더라도 일단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최저임금의 상승 기조가 이어진다면 결국 고통 받는 것은 구직자들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채용을 하는 입장에선 어떻게든 살 방도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AI, 로봇 등 기술의 발달 역시 인력감축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진형 경인여대(경영학과) 교수는 “사실 지난 수년간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너무 가팔랐던 측면이 있다”며 “이미 대부분은 내성이 생겼거나 대책을 강구해 놨기 때문에 앞으로 최저임금이 오를수록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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