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화가 한복판 재미삼아 들어갔다 심각하게 나오는 ‘그곳’
번화가 한복판 재미삼아 들어갔다 심각하게 나오는 ‘그곳’
▲ 최근 전국 각 지역 번화가를 중심으로 홀덤·카지노펍 등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업소의 일탈 행위가 물의를 빚고 있다. 게임이 거래된 ‘칩’을 현금이나 현금과 유사한 물건으로 환전하는 식으로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업체가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경찰에 적발된 한 불법 홀덤펍의 모습. [사진=은평경찰서 제공]

 

불법도박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판을 치고 있다. 온라인 불법도박 사이트와 달리 합법을 가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번화가 한복판에서 간판까지 버젓이 달고 영업하는 탓에 이용자들 입장에선 양심의 가책이나 불법에 대한 거부감 없이 도박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합법을 가장한 오프라인 불법도박의 경우 나름의 재미 요소까지 갖춰 중독성이 더욱 심한 것으로 평가된다.

 

합법 가면 쓴 불법 홀덤·카지노펍, 접근성 높지만 경찰 관할 피해 단속·처벌 골머리

 

최근 전국 각 지역 번화가를 중심으로 홀덤·카지노펍 등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지인과 함께 가볍게 술을 마시면서 카지노 게임도 함께 즐기는 구조다 보니 가성비를 중시하는 젊은층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홀덤스포츠협의회·대한홀덤경기협회 등에 따르면 홀덤·카지노펍은 전국 2000여곳에 달한다. 3년 전 약 1000여곳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그러나 비슷한 업소가 급격하게 늘어나다 보니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다. 변종·꼼수 영업 행태를 벌이는 업소가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명칭만 변종·꼼수일 뿐 불법업소에 가깝다. 정상적인 업소라면 게임은 전부 ‘칩’으로만 이뤄진다. 칩을 주고받는 식으로 성패만 결정할 뿐 실제 돈 거래는 이뤄지지 않는다. 만약 실제 돈 거래가 이뤄진다면 엄연히 ‘불법’이다.

 

불법 홀덤·카지노펍도 겉으로만 보면 비슷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칩’을 현금이나 상품권 등으로 환전을 해준다. 현금 환전의 경우 단속의 눈을 피하기 위해 타인 명의을 도용한 통장, 이른바 ‘대포통장’이 이용된다. 상품권은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사실상 현금으로 인식된다. 아예 대놓고 상품권을 현금으로 환전해주는 업체를 소개해주기도 한다.

 

형법에 따르면 도박장소를 개설(도박개장죄)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현금을 주고받는 도박을 한 사람의 경우도 도박죄에 해당돼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처해지지만 상습적으로 도박을 할 경우엔 도박개장죄와 마찬가지의 처벌을 받는다. 도박의 성격상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도박죄 보단 상습도박죄 처벌을 받는 사람이 월등히 많다.

 

▲ 불법영업을 하는 홀덤·카지노펍의 경우 일반적으로 알려진 온라인 불법도박 사이트나 오프라인 불법도박장 등에 비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평가가 많다. 겉으로는 건전 업소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이용자 입장에선 불법에 대한 자각 없이 도박을 즐기게 되고 그만큼 중독 확률도 높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사진은 경찰에 압수된 불법 홀덤펍에서 이용된 칩들. [사진=부산경찰서 제공]

 

문제는 단속이 어렵다는 점이다. 홀덤·카지노펍의 경우 대부분 ‘일반음식점’으로 영업 신고를 한다. 구청 등의 지자체 관할이라 단속 역시 공무원에 의해 이뤄진다. 통상적으로 도박 관련 수사 경험이 적은 공무원이 단속을 하다 보니 증거 수집 역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가끔 경찰이 수사나 단속에 나서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신고가 들어온 곳에 한해서다. 이마저도 계좌이체 증거나 상품권 거래 등의 증거를 철저하게 숨긴다면 사실상 처벌은 불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불법영업을 하는 홀덤·카지노펍의 경우 일반적으로 알려진 온라인 불법도박 사이트나 오프라인 불법도박장 등에 비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평가가 많다. 겉으로는 건전 업소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이용자 입장에선 불법에 대한 자각 없이 도박을 즐기게 되고 그만큼 중독 확률도 높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또 해당 업소에 대한 접근성도 높은 편이라 중독 증세를 끊기가 더욱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홀덤·카지노펍의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지자체 관할로 편입되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며 “직접 제보를 받거나 조직폭력배가 운영하는 곳을 단속하는 것 외에 모든 업소를 일일이 단속하기엔 시간적·물리적 한계가 있다. 홀덤·카지노펍의 경우 합법을 가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용자 입장에서 거부감이 없고 도박에 대한 위험성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보니 다른 불법도박에 비해 더욱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고 사이트에 업소 상품권 올리면 바로 팔려요”…갈수록 지능화되는 불법 도박장들

 

르데스크는 직접 홀덤펌의 실태를 파악해보기로 하고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홀덤펌을 찾았다. 해당 업소는 회원제를 표방하고 있어 회원이나 기존 회원의 추천을 통해서만 이용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다만 신규 회원 신청은 누구나 가능해 사실상 회원제라는 것 자체가 의미 없어 보였다. 이용자의 개인정보 확보를 위한 일종의 ‘사전 정제작업’으로 의심됐다.

 

해당 업소 역시 순수하게 ‘게임’만을 즐기는 곳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이곳 업소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독특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처음 게임에 참여하기 위해선 10만원의 참가비를 내야 하는데, 돈을 지불하고 나면 칩을 나눠줬다. 해당 칩은 게임에서 이용 가능했다. 만약 칩을 탕진하고 나서 다시 게임에 참여하려면 처음과 마찬가지로 다시 참가비를 내야했다. 이름만 참가비일 뿐 사실상 환전시스템이나 다름없었다.

 

칩을 환전하는 과정에서도 ‘꼼수’가 동원됐다. 현금 환전 시 불법도박장 개설 처벌을 의식한 조치로 보였다. 이곳의 환전 과정은 다소 독특했다. 칩을 일반 상품권이 아닌 해당 업소에서만 주류나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바꿀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한 직원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해당 업소의 상품권을 모바일 중고거래 앱 등에 올리면 곧장 거래된다는 것이었다.

 

▲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홀덤펌은 칩을 해당 업소의 상품권으로 바꿔준 뒤 이를 중고사이트에 올리면 해당 업소가 다시 사주는 식으로 환전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음주운전 관련 재판에서 생활고를 호소했다가 홀덤펌에서 찍은 사진으로 거짓말 의혹에 휩싸인 배우 김새론 씨. [사진=뉴시스]

 

“상품권이 팔릴 지 어떻게 장담하느냐”고 묻자 직원은 “알면서 그러느냐”며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나중에 다른 손님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는 타인 명의의 아이디를 이용해 해당 업소가 다시 사간다는 것이었다. 몇 번의 복잡한 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사실상 현금 환전을 해주는 것과 다름없는 셈이다. 굳이 불필요한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단속’을 피하기 위함인 것으로 파악됐다.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홀덤펍도 겉으로는 평범한 업소와 다름없었다. 다만 ‘VIP실’이라는 이름의 별도의 공간이 존재했는데 이곳 내부는 철저하게 가려져 있었다. 해당 업소 직원은 “VIP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30~50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틈으로 보인 VIP실 내부 테이블에는 수많은 칩이 쌓여 있었다. 만약 게임에서 이겨 칩을 모은다면 그 많은 칩을 어떻게 처리하는 지 궁금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해당 업소를 방문한 고객 A씨는 “이곳 VIP실은 미리 예약을 하거나 대기를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편이다. 간혹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 보이기도 한다”며 “게임 한 판에 오고 가는 칩의 수도 상당히 많다”고 귀띔했다. 그는 ‘게임에서 딴 칩은 어떻게 처리하나’라는 질문에 “알면서 뭐 하러 묻나”라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충분히 현금 또는 비슷한 성격의 대체품으로 환전이 가능함을 유추할 수 있는 답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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