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에 고달픈 청년들, 독립 대신 부모품으로
치솟는 물가에 고달픈 청년들, 독립 대신 부모품으로
▲ 박형우(사진) 씨는 3년 만에 부모님 집으로 들어갔다. 물가 상승에 돈이 모이지 않아 부모 품으로 돌아갔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르데스크


고물가, 고금리에 버티지 못한 청년들이 독립생활을 정리하고 부모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리터루족은 주로 결혼 후 독립했다가 다시 부모님 세대와 재결합해서 사는 자녀 세대를 일컫는다. 높은 전셋값 등 주택과 육아 문제 등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리터루족(리턴+캥거루족)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형우(33‧남) 씨는 직장 생활을 하며 독립했다가 이달 초 3년 만에 부모님 집으로 들어갔다. 박 씨는 “아직 미혼이지만 리터루족이라고 생각한다”며 “부모 곁을 떠나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했다가 다시 들어왔기 때문이다. 혼자 살면서 저축도 잘하고 낭비하지 않는 생활을 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월세에 공과금에 이것저것 내는 요금들이 전부 올라 저축이 힘들었다. 난방비 충격이 제일 컸다. 지난해 12월 3만원에서 올해 1월 15만원이 나왔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급할 때 타던 택시도 요금이 너무 올랐다. 부모님과 함께 지내며 생활비를 보태고 당분간은 신세를 져야 할 것 같다”며 “아무래도 나눠 내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부모님 집으로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에 생활비, 난방비, 월세, 금리도 올라 청년들은 독립생활을 정리하고 있다. 경제불황을 견디지 못해 청년들이 선택한 방식이다. 청년들은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리터루족이 발생한 현상이 취업난 등으로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던 연령대가 계속 높아지다 보니 과보호 경향이 자연스레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승연 서울연구원 도시사회실장은 “아무리 저렴한 집을 찾아도 월세와 관리비, 거기다 공과금까지 더하면 정작 본인에게 필요한 비용이 남지 않는다”며 “월세와 관리비가 높아지는 가운데 청년층의 주거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월세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지원 정책 폭을 더 세심하게 넓혀야 한다”고 꼬집었다.

  

소비자 물가‧공공요금 폭등…경제 부담 심화

 

▲ 장혜진(사진) 씨는 프리랜서 생활을 하며 빠듯한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매달 100만원의 고정비용을 지출하고 남은 돈으로 생활하지만 이마저도 힘들어 리터루족이 될 위기에 놓여 있다. ⓒ르데스크

 

최근 물가 상승과 더불어 난방비 등 공공요금의 인상과 택시, 버스, 지하철 등 교통요금도 올랐다. 생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모든 요금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월세만 내기에도 급급한 청년들에게 요금 인상의 부담은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2% 상승하면서 고물가가 쭉 이어지고 있다.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은 28.3% 폭등하면서 최고치를 찍으며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특히 청년층들은 요금 인상에 당월 생활비 여부가 달라진다. 적금 등 묶여있는 돈 이외에서 매달 나가는 고정비를 제외한 금액을 생활비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고정비가 오르니 생활비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순서다.

 

프리랜서 장혜진(23·여) 씨는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직장인과 다르게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프리랜서는 생활비가 더욱 빠듯했다. 장 씨는 “한달에 평균 150만원에서 200만원을 벌고 있다”며 “월세 40만원, 공과금 10만원, 교통비 10만원, 통신비 8만원, 적금 30만원이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이다”고 말했다.

 

이어 “고정비용 100만원을 제외하고 150만원 정도로 생활하고 남는 돈은 저축한다”며 “지난해 12월에는 110만원 정도를 사용하고 40만원을 저축했지만, 올해 1월 지출은 140만원이었다. 평소처럼 생활해도 10만원밖에 저축하지 못해 돈이 모이질 않아 다시 부모님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윤수(27‧남) 씨는 서울에 직장을 구해 전세 대출을 받아 자취 중이다. 김 씨는 “전세 대출이자가 3.5% 정도에서 6.5%대로 오르면서 현재 80만원 가량 내고 있다”며 “물가 상승에 생활비와 대출이자까지 모두 감당하기는 힘들다. 모두가 힘든 시기일 것으로 생각하고 견뎌보는 중이다”고 토로했다.

 

▲ 김윤수(사진) 씨는 서울에서 전세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매달 80만원을 지출해야하는 부담에 힘들다고 토로했다. ⓒ르데스크

 

지난 1년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총 2.25%p 인상되면서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이들의 이자 부담은 더 커졌다. 시중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내리고 있지만 정작 대출받은 사람들은 금리 인하 효과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대출금리 인하 조치가 신규 대출만 적용돼 반년이나 1년을 주기로 맞는 변동 시점에야 금리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경제난에 떠밀리듯 독립 포기…고령화 한국, 부모세대 경제난 심화

 

전문가들은 리터루족의 노후화가 경제 침체를 의미하는 경고등이라고 진단했다. 자립하지 못한 성인이 증가하면 저출산이 가중되고 노동인구는 감소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시대에 리터루족의 급증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건복지포럼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만 19∼49세 성인남녀 중 29.9%는 부모와 동거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10명 중 3명이 캥거루족이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모와 동거하는 자녀 세대를 줄어들겠지만, 줄지 않는다면 문제가 생긴다.

 

취업하지 못했거나, 결혼하지 않은 경우 부모와 사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자의 64.1%, 비취업자의 43.6%가 부모와 동거하고 있었다. 반면 기혼자의 동거율은 3.1%, 취업자는 23.5%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청년들이 부모와 살다 독립한 주요 이유는 결혼이었다. 기혼자, 취업자의 동거율은 미혼자, 비취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향후 경제적으로 위기에 처한다면 리터루족이 될 수 있다. 

 

최선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성인 자녀가 부모 집을 떠나는 것은 특정한 연령을 중심으로 규범화되어 있지 않고 노동시장 이행과 결혼이라는 사건에 따라 선택적으로 이루어진다”며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와의 동거를 지속하고 비동거 부모에게 계속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것은 우리 사회의 문화적 특질이 아니라 제도와 정책의 문제 차원에서 더욱 심화한 연구를 통해 설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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