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여행·쇼핑은 기본, 아이 과자까지 줄였어요”
“배달음식·여행·쇼핑은 기본, 아이 과자까지 줄였어요”

[Le view<189>]-고금리시대 소비동향(②-소비위축) “배달음식·여행·쇼핑은 기본, 아이 과자까지 줄였어요”

고금리 여파에 이자부담 급증, 원자재값 인상에 물가는 껑충

르데스크 | 입력 2023.02.14 16:40

 

▲ 최근 내수 경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지출이 크게 늘어난 데 반해 소비는 제자리걸음을 되풀이하고 있어서다. 일반 서민들은 여행이나 쇼핑, 외식 등 삶의 만족감을 끌어 올리는 부수적인 지출부터 식료품 구매, 공공요금 절감 등 필수 지출까지 줄이고 있다. 사진은 마트에서 장을 보는 한 시민의 모습. [사진=뉴시스]

 

서민 가정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인한 이자부담 급증으로 실질적인 수입은 감소한 데 반해 원자재값 인상 등의 여파로 물가는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결국 서민 가정이 택한 방법은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여행이나 쇼핑, 외식 등 삶의 만족감을 끌어 올리는 부수적인 지출부터 식료품 구매, 공공요금 절감 등 필수 지출까지 줄이고 있다. 심지어 아이들 과자 구매까지 줄이거나 망설이고 있다.

 

고정수입 찔끔 오를 때 필수지출은 껑충, 먹거리부터 공공요금까지 줄줄이 인상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기준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3.5%에 달한다. 지난 2021년 11월 1%였던 것에 비하면 무려 2.5%, 증가율로는 250%나 오른 셈이다. 기준금리 상승률이 일반 대출상품의 이자 상승률과 정비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대출자의 이자부담은 최소 2배 넘게 올랐을 가능성이 높다. 기존에 월 이자 부담액이 월 100만원이었다면 지금은 최소 200만원이 넘는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직장인들의 평균 연봉 인상률은 5%가 채 되지 않았다. 구인구직 플랫폼 잡코리아에 따르면 연봉협상을 마친 직장인들의 연봉 인상률은 평균 4.6%에 불과했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 직장인의 연봉인상률이 평균 3.8%로 가장 낮았고 중견기업 직장인이 평균 4.5%, 중소기업 직장인이 평균 4.8%로 집계됐다. 연봉이 동결된 직장인도 전체의 29.1%에 달했다.

 

급여가 주 수입원인 일반 서민 가정이 기존 대출금이 있다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40∼64살 중·장년층의 10명 중 6명이 은행에 빚을 지고 있다. 또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변동금리 대출자는 78.5%에 달한다. 가파른 금리인상의 여파가 곧장 가계 지출에 반영되는 가구 비율이 10가구 중 8가구에 육박한다는 의미다.

 

 

▲ 이자부담이 늘어나면서 일반 가정의 실질적인 소득이 감소한 반면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5.1% 상승했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점포. [사진=뉴시스]

 

일반 서민 가정의 실질적인 가계 수입이 감소한 반면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5.1% 상승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특히 일반 가정에서 자구 구매하는 품목과 생필품 등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6%나 올랐다. 마찬가지로 1998년 이후 최고치다. 게다가 고정비 성격이 짙은 전기·가스·수도 등의 공공요금은 12.6%에 달했다.

 

올해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5.2% 올랐다. 지난해 11월(5.0%)과 12월(5.0%) 등에 비해 상승폭이 커진 셈이다. 식품·외식·공공요금 인상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1월 전기·가스·수도는 1년 전보다 28.3% 급등하며 2010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공식품도 10.3%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2009년 4월(11.1%) 이후 최고치다. 특히 빵(14.8%)과 과자(14.0%), 커피(17.5%) 등이 많이 올랐다.

 

“쓸 돈은 없는데 나갈 땐 많고…쇼핑·여행은 고사하고 아이 과자값도 줄였어요”

 

결국 대부분의 일반 가정에서 선택한 방법은 허리띠 졸라매기다. 근로소득 외에 따로 수입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정작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들다 보니 거의 떠밀리다시피 지출을 줄이고 있다. 여행이나 쇼핑, 외식 등 삶의 만족감을 끌어 올리는 부수적인 지출부터 식료품 구매, 공공요금 절감 등 필수 지출까지 줄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2 식품산업경기동향조사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식품산업 경기 현황지수는 전 분기 대비 7.3p 하락한 87.4을 기록했다. 해당 지수는 분기별로 음식료품 제조업체 표본집단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수치화한 결과로 100을 넘으면 전 분기보다 경기가 호전됐다고 보는 업체가 많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지난해 해당 지수는 매 분기 100 미만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도 82.4로 전 분기 대비 7.3p 떨어졌다. 이 수치는 2021년 3분기 65.72, 4분기 70.34, 지난해 1분기 70.84, 2분기 85.56, 3분기 89.84 등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4분기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락 폭은 코로나 발생 초기인 2020년 1분기(-11.68포인트) 이후 11개 분기 만에 가장 컸다. aT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지속하고 이로 인한 금리 인상 및 경기 침체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이 하락의 주요 원인이다”고 진단했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일반 소비자들의 반응도 aT의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 수입은 줄었는데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지출을 줄이는 것 외엔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김진희 씨(53·여)는 “작년부터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부담이 커지다 보니 생활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며 “고정비나 다름없는 공공요금까지 몰라 요샌 외식부터 여행, 쇼핑, 심지어 난방비까지 아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황수연 씨(37·여)는 “3년 전에 집을 사면서 주택담보대출 받은 게 있는데 작년부터 이자가 너무 올랐다”며 “이자 내고 나면 정작 손에 쥐는 돈은 기존의 3분에 2수준 밖에 되지 않으니 결국 남편과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버티기로 한 상태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 같았으면 배달 음식도 많이 시켜먹고 주말엔 아이 데리고 여기저기 여행도 다니고 했는데 요즘엔 집에서 OTT를 보고 끼니도 집에서 만든 음식으로 해결하는 편이다”며 “마트에 가는 횟수도 줄이다 보니 아이들 과자나 음료수 등을 사주는 횟수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내년엔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학원을 늘릴 수도 있는데 벌써부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아무래도 수입은 줄고 필수 지출은 늘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선 줄일 수 있는 것부터 최대한 줄이려고 할 것이다”며 “당장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버티겠지만 지금 이상으로 고정 지출이 늘어날 경우엔 한계 가정이 등장할 수도 있고 관련 산업의 위축도 불가피할 것이다. 정부의 세심한 물가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진단했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