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올려 떠난 동료들, 지금 저보다 못 벌어요”
“몸값 올려 떠난 동료들, 지금 저보다 못 벌어요”

 

▲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이직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이직에 실패했거나 이직을 하지 않고도 원하는 바를 달성한 이들의 사례가 귀감이 되고 있다. 사진은 채용공고를 보고 있는 한 취준생의 모습. [사진=뉴스1]

 

‘이직’이 직장인의 필수 코스처럼 여겨지는 시대다. ‘상시 이직대기’ ‘대이직시대’ 등 이직과 관련된 각종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목적은 돈이다. 몸값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직이 활용되고 있다. 특히 몇몇의 목적달성 사례는 이직을 고민하지 않았던 사람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직을 하지 않는 게 손해를 보는 것처럼 여겨지는 탓이다.

 

이런 가운데 이직에 실패했거나 이직을 하지 않고도 원하는 바를 달성한 이들의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전자는 돈만 좆다보니 나중엔 어느 조직에 가든 이방인 취급을 받거나 잦은 이직이 오히려 독이 돼 나중엔 서류면접 조차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게 된 경우다. 후자는 묵묵히 한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어느새 나이에 비해 높은 연봉을 받게 된 성공 사례다.

 

동료들 이직할 때 홀로 버티니 막내 생활만 5년, 시간 지난 후 고액 연봉자로 우뚝

 

경기도 소재 한 제약·바이오 기업에 재직 중인 임정훈 씨(38·남)는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8년째 일하고 있다. 군 제대 후 30살 나이에 첫 입사한 임 씨의 신입 시절은 순탄치 않았다. 함께 입사한 동료들이 1~2년 내 줄줄이 퇴사하면서 회사에서 막내 생활을 무려 5년 가까이 했다.

 

임 씨도 이직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직을 한 동료 대부분 기존 연봉 보다 10~20%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을 보고 많이 갈등했다. 그래도 부모님, 형제 등 먼저 사회생활을 한 사람들이 ‘만약 회사가 비전이 있다고 판단하면 분명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다’고 이야기 했고 임 씨 스스로도 당장의 이익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꿋꿋하게 버텼다.

 

입사한 지 약 5년여가 흐른 후부터 회사의 성장 속도가 가팔라졌고 규모도 빠르게 커졌다. 새로운 직원들도 꾸준히 들어왔고 어느새 부턴가 이직률이 점차 줄어드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는 사이 임 씨는 사내에서 입사 경력이 오래된 직원이 돼 있었고 중요한 직책을 맡게 됐다. 자연스레 연봉의 상승 곡선도 가팔라졌다. 나중에는 이직한 입사 동료들에 비해 자신이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 경기도 소재 한 제약·바이오 기업에 재직 중인 임정훈 씨(38·남)는 주변 동료들이 이직을 할 때 묵묵히 한 회사에서 일한 덕분에 지금은 남들에 비해 우수한 처우를 받고 있다. 사진은 잡코리아 이직 캠페인 포스터. [사진=잡코리아]

 

임 씨는 “요즘 몸값을 높이기 위한 이직이 유행인데 가끔 누군가가 이직 고민을 털어 놓으면 단순히 연봉만 보지 말고 다른 부분을 신중하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며 “물론 당장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은 좋지만 만약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엿보이면 역발상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남들 다 나갈 때 묵묵히 버티면 조직 내에서 특별한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한 사람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직급이나 연봉 등에서 월등한 대우를 받는다는 의미다”며 “경우에 따라선 이직을 해서 몸값을 높여나간 사람들 보다 훨씬 높은 연봉을 받을 수도 있다. 나만 해도 좋은 조건으로 이직한 동료들보다 지금은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 물론 회사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보통은 내가 먼저 회사를 믿으면 회사도 믿음에 보답한다”고 강조했다.

 

20~30대에 옮긴 회사만 10곳 넘어, 40살 넘으니 잦은 이직은 엄청난 결격사유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광고·판촉물 회사에 재직 중인 김태우 씨(44·남·가명)는 최근까지 무려 13곳의 회사를 옮겨 다녔다. 근무기간은 짧게는 6개월에서 길어야 2년 남짓이었다. 이렇게 이직에 적극적이었던 그는 최근의 이직 열풍에 대해서는 부정적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겪은 결과 섣부른 이직은 인생을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결론 내린 탓이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김 씨가 처음 입사한 기업은 스타트업 디자인 회사였다. 당시 그의 초봉은 2400만원이었는데 근무한 지 약 6개월 정도 되던 시점에 2600만원 연봉 조건의 채용 공고가 눈에 띄었다. 곧장 이력서를 넣고 합격 통보를 받아 이직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이런 식으로 경력을 쌓으면서 연봉을 올려나가는 게 한 회사에서 오래 너무는 것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김 씨는 꾸준히 연봉을 올려가며 회사를 옮겼다. 40살이 될 때까진 계획대로 진행됐지만 그 이후부턴 점점 예전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게 됐다. 서류심사나 면접에서 탈락되는 일이 잦아졌다. 급기야 한 회사에선 ‘회사를 너무 옮겼다’는 뼈 있는 말을 듣기도 했다. 어렵게 입사한 회사에선 나이 많은 경력직 직원인 탓에 젊은 직원들 무리에서 소외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광고·판촉물 회사에 재직 중인 김태우 씨(44·남·가명)는 20~30대 시절 잦은 이직을 한 것을 최근에는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출근 중인 직장인들. [사진=뉴스1]

 

결국 김 씨는 직전 회사에 비해 연봉을 낮추면서 또 다시 이직했다. 회사가 비전 있고 조직 분위기가 잘 맞으면 앞으론 이직하지 않고 오랫동안 일하겠다는 결심했다. 그러나 조직 분위기도 잘 맞고 비전이 있는 회사에 입사한 후에도 불안감이 늘 뒤따랐다. 기존에 일했던 직원과 달리 스스로가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쉽게 떨쳐낼 수 없었다.

 

김 씨는 “요즘 2030 직장인들이 이직이 당연하다 여기는데 먼저 경험한 입장에서 이야기하면 이직은 정말 신중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며 “잦은 이직과 퇴사는 절대 도움이 안된다. 한두 번에서 그치면 모르겠지만 일단 돈 따라 이직을 시작하면 어떠한 이유로든 계속하게 된다. 나중에 나이가 먹고 나면 사회 초년생 시절의 이직 경험이 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전북 군산시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에 다니는 김준용 씨(43·남·가명)도 직접 경험한 이후에 이직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됐다. 20대 초반의 이른 나이에 제조업 공장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김 씨는 사회초년기부터 30대 중반까지 약 10년 가량을 입사와 퇴직을 반복했다. 처음 이직을 할 때만 해도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라 어디가든 환영받는 분위기였지만 30대 중반이 지난 이후부터는 달라진 분위기를 느꼈다.

 

기존에 있던 직원들이 부담스러워하는 눈치가 역력해 보였다. 자연스럽게 회사 동료들과 어울리는 일이 줄어들었고 회사에 몸담은 기간이 적어서인지 관리자 직도 맡지 못했다. 오히려 김 씨보다 4~5살 어린 동료들이 관리자를 맡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 대부분 그 회사에서 10년 이상 근무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김 씨는 “사실 제조업 생상직은 사무직 보다는 이직이 덜하긴 한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이직 메리트가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며 “예전에 주변 사람들 이야기만 듣고 회사를 몇 번 옮겼던 것을 이제 와서 이렇게 후회할지 몰랐다. 지금 회사에서 3년 가량 일했는데 중간에 들어와서 인지 여전히 조직 분위기에 잘 울리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직을 고민하는 지인이 있다면 정말 고민을 많이 해보라 할 것 같다”며 “당장은 연봉이 조금 오르는 게 좋을지 모르나 정말 시간이 지나면 내 치부가 될 수도 있다. 또 이직을 해가면서 연봉을 올린다 한들 시간이 지나면 한 회사에서 묵묵히 일한 사람과 별반 큰 차이도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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