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너무 올라서 간소화 하려고여" 치솟는 물가로 시민들은 코앞으로 다가온 설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서울 25개 구 90개 시장 및 유통 업체에서 설 품목을 조사한 결과, 올해 설 평균 제수용품 구입 비용은 역대 최고인 29만4338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차 조사 28만3823원에 비해 3.7%나 상승한 수치다.
유통별 구매비용은 ▲전통시장이 24만488원으로 가장 낮았고 ▲일반슈퍼마켓 24만2763원 ▲대형마트 28만7357원 ▲백화점 46만8084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전통시장을 이용하면 대형마트보다 수산물은 29.5%, 채소·임산물은 26%, 축산물은 19.5%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과일과 가공식품의 경우 각각 0.5%, 15% 대형마트가 더 저렴했다.
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제수용품은 식용유로 무려 28%나 올랐다. 그 밖에 참조기 22.6%, 밀가루 21.6% 가격이 뛰었다. 반면, 곶감과 단감 그리고 배의 경우 지난해보다 10%이상 값이 내려갔다.
설 차례 물가는 근 10년간 2019년과 지난해를 제외하고 꾸준히 상승하고 있었다. 특히, 2020년 이후부터 코로나19팬데믹 유행과 지난해 러-우전쟁 그리고 경제 악화로 올해 설 물가는 더 급등한 상황이다. 매년 설 차례를 준비했던 주부 김영희(58)씨는 "최근 물가가 너무 올라서 올 설이 걱정이라"면서 "경기전망이 안좋아 앞으로 계속 올라갈거 같은데 에너지부터 식재료까지 안 오르는 게 없어 올해부터 설차례상도 좀 간소화 시킬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각 부처별로 설 물가 잡기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설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배추, 무, 사과, 배, 소고기, 돼지고기 등 10대 성수품을 평시 대비 1.5배인 14만톤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성수기 소비자의 실질적 물가 체감을 낮추기 위해 '농축산물 할인대전'을 기획했다. 5일부터 25일간 열리는 할인행사에서는 10개 설 성수품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20%, 전통시장 30% 할인을 지원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행사품목에 대한 유통업체 자체 할인과 연계해 할인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설 물가 안정을 위해 79개 주요 농축산물 품목의 수입가격을 주 단위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기존 농축산물은 월단위로 가격을 공개해왔다. 관세청에 따르면 주요 농축수산물 수입가는 45개 품목이 상승했고, 21개 품목은 하락했다.
농산물은 42개 품목 중 20개 품목이 지난해 대비 상승했다. 특히 팥이 46.7%로 가장 많이 올랐고, 밀가루 28.1%, 옥수수 28.6% 등 큰 폭으로 물가가 상승했다. 축산물 또한 26개 품목 중 18개가 상승했는데, 바지락이 65.6%나 급등했다. 그밖에 명태 29.2%, 닭다리 27.8%, 연어 21.4%, 소시지 17% 등 대부분 10% 넘게 올랐다.
기업들도 설 물가 잡기에 동참하고 있다. 티몬은 해양수산부 주최로 열리는 '2023 대한민국 수산대전 설 특별전'에 동참해 다양한 제철 수산물·건어물 특가 판매한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는 전용 20% 최대 2만원 할인쿠폰을 지원한다. 티몬은 '티프레쉬'를 통해 벌교 꼬막을 단독 할인 판매하고 전복, 굴, 고등어, 오징어 등도 특가로 판매한다. 또한 설 명절 인기 선물인 굴비 등 상품도 특가 할인한다고 밝혔다.
그밖에 쿠팡, LF몰, 롯데, 옥션, G마켓 등 국내 온라인 플랫폼들과 기업들도 설 명절 특가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지난해 결혼해 올해 첫 차례상을 차리는 김혜진(35)씨는 "올해 처음으로 차례상을 차리는데 물가가 올라서 최대한 저렴한 상품으로 차리려고 한다"며 "시장이 보통 싸긴 하지만 몇몇 품목들은 오히려 온라인이 싸고 좋은 거 같아서 미리 특가나 할인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중 농식품부차관은 "공급 상황과 가격 동향 등을 매일 점검해 장애요인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하는 등 성수품 수급 및 장바구니 물가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설 명절 먹거리 전반의 물가 안정을 위해 생산자뿐만 아니라 유통업계, 가공식품 제조업계 및 외식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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