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새해엔 호랑이 잡은 토끼의 지혜를 배우자
[데스크칼럼]새해엔 호랑이 잡은 토끼의 지혜를 배우자
▲ 오주한 정치부장

교토삼굴(狡免三窟‧꾀 많은 토끼는 굴을 세 개 파놓는다)이라는 사자성어처럼 토끼는 예로부터 지혜로운 동물로 여겨졌다. 조선 후기의 판소리계 소설인 별주부전에서도 토끼는 간을 얻으려는 용왕의 음모를 슬기롭게 타파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전해 내려오는 고전 전래동화 중에는 ‘토끼의 재판’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날 길을 가던 나그네가 함정에 빠진 호랑이를 구해주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동화는 오늘날 배은망덕한 매국노들이 설치는 대한민국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나그네의 도움으로 함정을 빠져나온 호랑이는 은혜도 잊은 채 적반하장으로 은인을 잡아먹으려 했다. 나그네가 “이것은 도리가 아니다”며 자신과 호랑이 중 누가 옳은지 제3자에게 물어보자고 제안하자 호랑이는 승리를 자신하며 승낙했다.

 

그런데 호랑이가 찾아낸 중재인이라는 게 죄다 편파판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었다. 우선 황소는 “인간들은 우리를 죽도록 부려먹고 나중에는 잡아먹으려 한다”고 불평했다. 나무는 “인간들은 우리를 땔감으로만 여겨 마구 베어간다”고 했다. 길(道)은 “인간들은 나를 밟고 다니면서 온갖 쓰레기를 버린다”고 했다. 이들은 호랑이가 은혜를 원수로 갚으려 한다는 점도 모른 채 이구동성으로 나그네를 몰아붙였다.

 

의기양양해진 호랑이는 “봐라. 이래서 나는 부덕(不德)한 존재인 인간을 잡아먹을 명분이 있다”며 입맛을 다셨다. 나그네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나가던 토끼에게 마지막으로 물어보자고 제안했다.

 

이미 콧대가 높아진 호랑이가 거만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나그네는 토끼를 붙잡고 물었다. “호랑이가 나를 잡아먹으려 하는 게 정의인가, 불의인가” 그러자 잠시 생각하던 토끼는 앞선 황소‧나무‧길과 달리 “자초지종부터 우선 알아야겠다”며 이 모든 것의 발단이 된 사건현장으로 향했다.

 

긴장의 끈을 완전히 놓아버린 호랑이는 사건 당시를 재현해달라는 토끼의 요청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함정 속으로 뛰어든 뒤 뻔뻔하게도 “내가 여기 빠졌었는데 나그네가 나를 구해줬다. 그런데 마침 배가 출출해서 저 치를 잡아먹으려 했다”고 위풍당당히 설명했다.

 

사건 전말을 늘어놓은 호랑이는 “이제 나를 다시 꺼내다오”라고 호기롭게 외쳤지만 토끼가 그 청을 들어줄리 만무했다. 그제야 땅을 치며 후회한 호랑이는 외마디 비명소리와 함께 사냥꾼들에게 사로잡혀 끌려가는 신세가 됐다.

 

‘민주화’ ‘노동’ 등의 기치를 내건 이들 중 상당수가 이 전래동화의 호랑이처럼 배은망덕한 행위를 일삼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들도 다른 국민들처럼 산업화시대부터 오늘날까지 고도성장을 이룩한 대한민국에서 출세의 기회를 보장받고서 크고 작은 혜택들을 받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 은혜는 망각한 채 더 큰 이득을 얻고자 국론분열을 획책하거나 심지어 적성국과 내통하는 등 대한민국을 망국(亡國)의 길로 내몬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자초지종을 모르는 중도층 등 제3자들 상당수는 이들이 정말로 정의로운 ‘민주화투사’ ‘노동운동가’인 줄 착각하고서 칭송하고 있다. 그러나 현명한 토끼는 호랑이의 음험한 실체를 파헤치고서 끝내 준엄한 심판을 가했다. 은혜를 원수로 갚으려던 호랑이는 인과응보의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검은 토끼의 해인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다. 정치권‧사회 곳곳에서 또다시 배은망덕의 광풍이 거세게 불어 닥치고 있다. 계묘년 올해에는 양심 있는 국민들 모두 토끼의 지혜를 발휘해 비정상의 정상화(化)에 앞장서서 국가 재건이 이뤄지길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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