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폭풍 예견했나” 삼성엔 있고 애플 · TSMC엔 없는 최후의 생존무기
“트럼프 폭풍 예견했나” 삼성엔 있고 애플 · TSMC엔 없는 최후의 생존무기
ⓒ르데스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관세 정책에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돼 주목된다. 일부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제외하곤 전부 내수 시장이나 미국 외 다른 국가에서 소진되도록 생산시설 위치를 설계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업계 안팎에선 예측불가능 한 리스크까지 감안해 생산시설을 지은 삼성전자의 ‘선견지명(先見之明)’이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해방의 날’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관세정책을 변경하고 있다. 처음에는 9일 미국 무역에서 흑자를 내고 있는 약 60개국에 대해서 9일부터 상호관세를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후 세계 각국의 반발이 거세지자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에 대한 관세 인상 조치를 90일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유일한 상호 관세 국가인 중국에 대한 관세는 54%에서 145%까지 올리고 추가로 245%까지 인상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총 18개국에서 공장 가동 중인 삼성전자, 트럼프 관세폭주 영향 ‘예의주시’ ‘노심초사’

 

삼성전자는 해외 여러 곳에 생산 공장을 두고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생산된 제품은 해당 국가에서 소진되거나 타국으로 수출된다. 삼성전자의 지역별 생산시설 현황은 △한국 5곳 △미주 11곳 △유럽 8곳 △중동·아프리카 2곳 △중국 9곳 △아시아(중국제외) 11곳 등이다. 국가별로는 △대한민국 △미국 △중국 △헝가리 △슬로베키아 △폴란드 △러시아 △독일 △이집트 △남아프리카 공화국 △말레이시아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중국 △멕시코 △브라질 등 총 18개국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현재 삼성전자가 단일 국가로 가장 많은 생산시설을 가동 중인 중국의 경우 21일 기준 트럼프 행정부가 총 2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명시했다. 이어 △베트남(46%) △태국(36%) △인도네시아(32%) △남아프리카 공화국(30%) △인도(17%) △말레이시아(32%) △EU회원국(20%) △이집트(10%) 등에도 높은 관세가 적용된다. 러시아는 유일하게 상호관세 인상국에서 제외됐지만 삼성전자 칼루네 공장은 2022년 러-우전쟁 여파로 이미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해당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을 미국에서 판매할 경우 전부 상호관세 대상이 되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선 상호관세 조치의 피해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일례로 중국의 경우 가장 높은 관세가 적용되긴 하지만 삼성전자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거의 대부분 내수시장에서 소진된다. 게다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중국 출장길에 올라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BYD와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가 현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는 등 협력 강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북·남미 국가 공장들도 당장 운영엔 큰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멕시코에선 티후아나 TV공장과 케레타로 가전공장을, 브라질에선 마나우스 가전 공장과 캄피나스 스마트폰 공장을 각각 운영 중이다. 이들 공장 중 멕시코 공장은 철저하게 미국 수출을 목적으로 세운 곳이다. 멕시코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삼성전자 멕시코 가전 공장 수출 비중은 무려 80%다. 그 중 60%가 미국에 수출된다.

 

▲ 미국 상호관세에 가장 취약한 삼성전자 생산시설은 베트남 공장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을 준수하는 멕시코 생산 제품에 대해서는 상호관세 무기한 면제를 허가한 상태다. 게다가 브라질의 경우 타 국가 보다 현저하게 낮은 10%의 상호관세율을 제시한 상태다. 이 밖에 높은 관세를 부과 받은 EU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이집트 등에 있는 공장은 모두 미국 수출용이 아닌 내수 목적의 제품 생산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에는 현재 삼성전자 음향 오디오 자회사인 하만 인터내셔널이 글로벌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해당 공장은 올해 4분기 완공 예정으로 생산된 제품은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에 납품될 계획이다. 해당 국가 제품의 미국 수출 계획은 아직까지 정해진 바 없다. 반면 베트남 생산기지의 일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생산기지 자체가 과거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중국에 대한 관세를 피하기 위한 대안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베트남에선 박닌 스마트폰 공장, 타이응우옌 스마트폰 공장, 호찌민 가전제품 공장 등 총 3곳의 대규모 생산시설이 가동되고 있다.


자국민에 팔면서 고관세 내야 하는 애플, 반도체 중국 수출 통제 가능성에 떠는 TSMC

 

삼성전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주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것과 달리 경쟁사들은 상당한 피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우선 경쟁사인 애플은 △중국에 4개 △인도 2개 △베트남 2개 △브라질 1개 총 9개 해외 공장에서 제품 대부분을 생산한다. 미국 내 유일한 공장은 텍사스주 오스틴 맥북 프로 공장이 전부다. 애플은 유독 중국 공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그 비중은 전체 생산량의 75% 수준이다.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87%가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며 그 중 절반 가량이 미국에서 판매된다. 결국 애플은 자국민에게 판매하면서 높은 관셀르 내야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 애플의 생산 시설은 중국 치중돼 있다. 사진은 애플 제품을 생산중인 중국 공장 내부. [사진=연합뉴스]

 

현재 미국 관세 보호청은 자국 피해가 큰 스마트폰·컴퓨터·반도체 등의 제품에 대해서는 상호 관세 면제 품목으로 지정한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 소비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상대가 중국인만큼 임시방편에 머무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 결과 미국에선 애플 제품 가격 상승을 우려한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베어드에쿼티리서치의 윌리엄 파워 애널리스트는 “최초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34%의 세율만 적용해도 애플의 미국 매출은 매출 총일률 전망은 올해 44.4%에서 내년 41.6%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TSMC의 경우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였다. TSMC는 현재 대만과 미국에서만 반도체 공장을 가동 중이다. TSMC는 1000억달러를 투입해 미국 현지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문제는 중국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을 규제할 경우 중국 현지 공장이 없는 매출 하락이 불가피해진다. 지난해 기준 TSMC 중국 매출 비중은 11%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세계 각국에 생산시설을 골고루 분포시켜놓은 덕분에 미중무역 전쟁이나 관세인상 악재 등에서 경쟁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는 미국과 중국 양 국가에 모두 대규모 생산공장을 두고 있어 현지 생산·판매 전략으로 미·중 무역전쟁에 대응할 수 있다”며 “반면 최대 경쟁자인 애플과 TSMC는 생산시설이 특정 국가에 몰려 있어 유연한 대처가 힘들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품목별 관세에 있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애플·TSMC를 배려한다면 삼성전자 또한 반사이익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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