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비트코인이 10만달러(원화 약 1억4300만원)를 돌파하며 상승 흐름을 탔던 암호화폐가 추락하고 있다. 대다수의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들이 이번 주에만 20% 넘게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특히 최근 구글이 초고성능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는 소식에 시장 전반에 ‘암호화폐 존폐론’까지 거론되자 투심은 더욱 악화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코인 생태계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들도 쏟아지고 있다.
구글 ‘암호 뚫는’ 슈퍼컴퓨터 개발에 암호화폐 ‘무용론’…해외 전문가들 “화폐로서 가치 없어질 것”
11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이더리움을 비롯한 주요 알트코인들은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했다. ‘알트코인 대장’이라 불리며 암호화폐 시총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더리움은 7.30%, 시가총액 4위 리플과 5위 솔라나는 각각 5.52%, 7.89% 내렸다. 해당 기간 내 비트코인 역시 2% 넘게 떨어졌다.
시가총액이 현저하게 적어 변동성이 극심한 이른바 ‘잡코인’의 하락폭은 더욱 컸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골드(35.9%) ▲아이오에스티(23.19%) ▲이캐시(21.29%) ▲체인바운티(19.02%) ▲스테이터스네트워크토큰(17.49%) ▲알파쿼크(16.82%) ▲룸네트워크(15.73%) ▲밀크(10.64%) 등도 일제히 폭락했다.
그러나 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가상화폐의 하락세가 단순 차익 실현으로 유발된 것이 아닌 코인 생태계 자체의 존망 위기에 따른 것이라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구글이 초고성능 양자컴퓨터 개발 소식을 발표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의 존폐가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구글이 자체 개발한 양자컴퓨터는 양자 칩 ‘윌로우;(Willow)’가 장착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다. 앞서 구글은 9일(현지시간) "이번에 개발한 양자컴퓨터가 10 셉틸리언(10의 24제곱)년 걸리는 문제를 단 몇 분 만에 풀어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터로 인해 암호화폐 자체가 소멸될 것이란 지적을 내놓고 있다. 양자컴퓨터로 인해 지갑과 거래소를 암호로 보호하는 암호화폐 자체 매커니즘이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의 존립기반인 암호화가 깨지게 되면 사실상 화폐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얘기다.
미히르 데사이 하버드경영대학원 금융학과 교수는 “슈퍼컴퓨터의 개발은 암호화폐와 그 가치 평가를 붕괴시키면서 마법적 사고의 종말을 앞당길 수 있다”며 “암호화폐의 취약성이 해당 컴퓨터로 인해 여실히 드러나게 된다면 이는 전체 블록체인의 존폐 여부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장소인 '거래소'에 대한 불안정성도 코인 생태계의 존폐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4500억원 상당의 대규모 비트코인 부정 유출 사건이 발생한 일본 중견 가상화폐 거래소의 폐업 사실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해당 거래소 ‘DMM 비트코인’에서는 지난 5월 4500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이 부정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직후 모든 서비스가 제한돼 약 반년 간 고객들은 새 가상화폐를 구매하거나 보유한 가상화폐를 다른 업체로 이관할 수 없었다. 이후 더 이상 거래소 운영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자체 폐업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DMM 비트코인은 SBI그룹 산하 SBIVC트레디드에 고객 계좌와 자산을 넘기겠다는 방침이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잇따라 영업을 종료하며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폐업한 거래소 대부분에서는 고객 자산 반환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았다. 한때 거래량 3위 오르기도 했던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캐셔레스트는 지난해 11월 거래지원을 종료했지만 아직 130억가량의 고객 자산을 돌려주지 않은 상태다. 지닥, 프로비트 등의 거래소 역시 올해 영업 종료를 선언했지만 아직 고객 자산 반환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상자산의 장기적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스티브 핸키 존스홉킨스 대학 응용경제학과 교수는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라 근본적 가치가 0인 투기적 자산이다”며 “통상적으로 어떤 것이 화폐로 간주되기 위해서는 계산 단위, 교환 매체, 가치 저장 수단의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하는데 비트코인은 그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시밀리아노 살라 이탈리아 트렌토 대학 수학과 교수는 “현재의 암호화 방법으로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양자 컴퓨터로 보호할 수 없다”며 “양자 컴퓨터로 인해 블록체인 플랫폼의 고객 자산이 손상된다면 이는 화폐로서의 가치를 잃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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