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 위한 단체 맞나” 수협중앙회 노동진 ‘비정상 조합’ 방치 논란
“어민 위한 단체 맞나” 수협중앙회 노동진 ‘비정상 조합’ 방치 논란

수협중앙회 노동진 회장을 둘러싼 방만 경영 논란이 일고 있다. 산하 회원 조합이 운영하는 수협은행에서 각종 비리와 솜방망이 제재가 끊이지 않는데도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탓이다. 일각에선 봐주기 의혹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각 조합에서 발생한 비리의 최종 피해자는 결국 수산업 종사자, 즉 어민들이라는 점에서 ‘수산업 종사자의 이익 증진과 지원’이라는 수협중앙회 설립 취지마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앙회 회장 대거 배출한 대형선망수협, 연이은 금융 사고에도 처벌은 ‘솜방망이’

 

수협중앙회,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최근 산하 회원조합인 대형선망수협이 운영하는 수협은행 5개 영업점에서 직원 20명이 외부감정평가 의뢰 시스템에 허위 정보를 입력하고 시스템을 우회해 특정 감정 평가법인을 선정한 사실이 적발됐다. 통상적으로 금융권에서 담보가치 산정을 위해 담보 평가를 외부 감정 평가법인에 맡길 경우 은행 직원과 감정 평가법인의 공모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무작위 추첨으로 감정 평가법인을 선정한다. 대형선망수협 산하 수협은행은 총 8곳으로 모두 부산에 위치해 있다.

 

▲ 대형선망수협 소속 16개 선단. [사진=뉴시스]

 

대형선망수협 산하 수협은행 지점에서 심각한 비리 행위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 하반기 이후 지금까지 수협중앙회 내부 감사에 적발된 건수만 6건에 달한다. 해당 기간 내 불법 행위를 저지른 임직원 수는 무려 49명에 달했다. 지난 2020년엔 임원을 포함한 내부 직원 11명이 부정 대출로 내부 징계를 받았다. 2022년에는 한 영업점장이 신용한도가 부족한 차주에게 무리하게 대출을 해줘 결국 원금이 연체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올해 10월에는 직원 6명이 상가 담보 대출 과정에서 대출비율을 임의로 끌어올린 사실이 적발됐다.

 

대부분 불법이나 다름없는 심각한 사건이지만 비리를 저지른 직원들이 받은 처벌은 모두 경징계에 불과했다.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지난달까지 적발된 총 49명의 징계 대상자 중 감봉이나 정직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받은 이들은 단 한명도 없었다. 하나 같이 견책·경고·주의 등 경징계를 받는데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형선망수협이 수협 전체 조직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에 수협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산하 조합장이 관리·감독 기관의 수장인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구조 하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산하 조합은 아무래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수협 등에 따르면 대형선망수협은 국내 연근해 고등어 90% 이상을 공급하는 조합원들로 구성돼 있다. 올해 6월 기준 자본 총계는 7023억원에 달한다. 같은 부산시 내에 18개의 지점을 운영 중인 부산시수협(6732억원)보다 자본 규모가 더 큰 수준이다.


 

▲ 임준택 제 25대 수협중앙회장(사진 왼쪽)과 김임권 제 24대 수협중앙회장. [사진=뉴시스]

 

대형선망수협에선 수협중앙회 회장도 다수 배출됐다. 임준택 전 중앙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대형선망수협 조합장을 역임한 바 있다. 임 전 회장은 대형선망수협 조합장 임기가 끝난 직후 곧바로 중앙회 회장직에 올랐다. 임 전 회장 직전 회장인 김임권 전 중앙회장 역시 대형선망수협 조합장 출신이다. 김 전 회장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대형선망수협 조합장을 지낸 뒤 2015년 곧바로 수협 중앙회장에 선출됐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대 대표는 “특정 조합에서 금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함에도 그에 합당한 징계 처분을 내리지 않는 것은 중앙회에서 제 식구 감싸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더욱이 전직 중앙회장이 다수 배출된 협동조합에서 징계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점은 현 중앙회장과 전임자들 간의 일련의 관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고 지적했다.

 

해당 내용과 관련해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금융사고에 관한 처벌의 경우 자체 감사 절차와 일련의 징계 수위 결정 과정을 통해 처리된다”며 “현 중앙회 회장에게 전임 회장들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여부는 정확히 알 수가 없어 답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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