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부진 여전하네”…‘기대 이하’ 밸류업 지수, 시작부터 ‘삐걱’
“주가 부진 여전하네”…‘기대 이하’ 밸류업 지수, 시작부터 ‘삐걱’

9월 들어 주요국 증시가 상승한 반면 한국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 공개 이후에도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가 우려로 바뀌고 있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종목 선정 타당성에 대해 의구심어린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거래소는 조기에 종목 변경을 검토한다고 밝혀 시작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30일 12시 기준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60% 내린 2622.65를 기록했다. 장 시작과 동시에 상승 출발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팔자’로 돌아서면서 하락반전한 결과다. 밸류업 지수가 공개된 24일보다 증시가 하락했을 뿐 아니라 9월 초와 비교해도 증시는 뒷걸음질 쳤다.

 

반면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증시는 9월 들어 상승했다. 중국 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는 3.3% 오른 3188.65를 나타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12.8% 급등세를 기록했다. 홍콩H지수와 항셍테크지수도 각각 14.4%, 20.2% 올랐다. 중국 정부가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하는 등의 통화정책과 부동산정책, 증시 안정화 정책에 나서면서 중국 증시에 대한 투자 심리가 되살아났다.

 

미국 뉴욕 증시의 S&PP500 지수는 26일(현지시간)에 올해 42번째 신고가를 경신했다. 국내 지수가 글로벌 주요국 증시 대비 부진한 상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 증시에서 약세를 보이는 종목은 반도체와 밸류업 정책 관련주가 주를 이뤘다. 반도체지수는 2.53% 하락했고, 밸류업지수도 1.83% 내린 1002.09를 기록했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종목 선정 타당성에 대해 의구심어린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거래소는 조기에 종목 변경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사진=한국거래소]

  

밸류업 지수를 바라보는 시장의 평가도 혹평일색이다. 지수에 포함돼야 할 종목이 빠지고, 빠져야 할 종목은 편입됐다는 지적이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반면 주주환원에 인색한 기업들이 대거 밸류업 지수에 포함됐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주주가치 훼손 논란에 휩싸여 비판을 받았던 두산밥캣이 지수에 포함됐고 마찬가지로 물적분할, 자사주 소각 등으로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샀던 DB하이텍도 편입됐다.

 

또 엔씨소프트의 경우 거듭된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올해 들어서만 20% 넘게 하락한 상태다. 여기에 주주환원에도 소극적이다. 엔씨소프트가 가진 순현금만 1조원이 넘지만 주가 부양을 위한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에 나서기 보단 신사옥 건립에 5800억원을 쏟아붓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1, 2위 기업이 나란히 포함되면서 반도체 지수의 움직임을 추종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밸류업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30%에 달하는 만큼 이들 대형 종목의 움직임이 결국 밸류업 지수의 등락을 결정할 거라는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반도체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과의 차별성면에서 별반 차이가 없을 거라는 지적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선 연내 출시할 예정인 밸류업 관련 ETF 상품과 관련해 난간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향후 기대수익률이 높으려면 주가가치가 저평가된 저PBR주와 고배당주 등이 지수에 포함돼야 하는데 이미 고평가받고 있는 기업들이 지수에 다수 포함돼 있어서다.

 

예컨대 한미반도체는 PBR이 이미 18배를 넘어섰고, 포스코DX 역시 9.8배를 기록중이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100개의 종목 중 PBR이 4배 이상인 종목만 17개에 달한다. 밸류업지수 관련 ETF 등 상품을 출시한다고 해도 높은 수익성을 낼 수 있을지 의구심어린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거래소는 결국 지수 발표 이틀 만인 지난 26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연내 종목 변경 가능성을 언급했다. 양태영 유가증권시장본부 본부장은 “각계 전문가 의견과 향후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추이 등을 감안해 올해 안에 구성종목을 변경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당국에선 밸류업 지수 ETF 상품을 밀어주기 위해 밸류업 지수와 관련된 상품에만 포트폴리오에 ‘밸류업’이란 이름을 사용하도록 했다. 기관투자자들을 밸류업 지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개정해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여부를 점검하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기대서 실망으로’ 밸류업 지수 향한 혹평, 거래소 책임론 부상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밸류업 지수 출시 초반임에도 시장에선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올해 초 밸류업 지수를 준비할 당시만 해도 체계적으로 구성된 평가 기준과 주주환원 강화를 도모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밸류업 지수 공개와 동시에 종목에 대한 선정 기준부터 의구심을 사면서 실망감을 토로하고 있다. 

 

투자업계 안팎에선 밸류업 지수에 대한 혹평에 그치지 않고 한국거래소에 대한 책임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 2월 거래소 이사장에 취임한 정은보 이사장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연착륙 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그간 호언장담했던 것과 달리 성과는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실제 정 이사장은 거래소 이사장 취임사를 통해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성공을 위해서는 거래소가 중심을 잡고 뚝심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투자업계에선 밸류업 지수가 평가 기준부터 종목 선정에 이르기까지 지나치게 시장의 평가를 의식한 결과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단적으로 KB금융과 하나금융의 지수 편입 탈락이 거론된다. 밸류업 지수 발표 전부터 금융주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가 새어나왔는데, 이를 의식해 기계적으로 균형을 맞추려다보니 저평가주임에도 제외됐다는 지적이다. 실제 밸류업 지수에 특례 편입된 SK하이닉스는 ‘최근 2년 합산 손익 흑자’라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데도 평가 기준에 예외를 적용해 포함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2년과 2023년 총합 9209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해 2년 합산 흑자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저평가 우량주로 꼽히는 KB금융과 신한지주가 지수 편입이 불발된 것과 상반된다. 산업과 시장의 대표성 등 다양성을 고려했다는 게 거래소 설명이지만 종목 선정 기준에서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소가 밸류업 지수 발표 이후 연내 리밸런싱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자신들이 실수했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며 “다만 실패를 인정하고 지수 공개 이틀만에 종목을 조기 변경하기로 검토하겠다고 한 건 시장의 평가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개선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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