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이수연 씨(34)는 4세 자녀를 주 1회 수학학원에 등원시키고 있다. 주 1회 50분, 총 12주 과정이며 수강료는 45만원이다. 한 강좌에 참여하는 학생은 5명 내외다. 아이가 학원을 가지 않는 날에도 집에서 틈틈이 유아 인터넷 강의를 통해 보충·선행 학습을 진행한다. 같은 반 친구들에 비해 뒤처질 수 없다는 생각이 나름의 동기부여가 된다.
최근 강남 지역을 비롯한 서울 곳곳에서 조기 수학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과거 조기 영어교육 열풍과 흡사하지만 열기는 더욱 뜨겁다. 타 과목에 비해 체감 난이도가 높은 탓에 중학교 이후 수학 과목 자체를 포기하는 이른바 ‘수포자’가 우후죽순 등장하다 보니 어릴 때부터 사고력을 미리 키우면 유리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결과다. 실제 수능에서도 상대적으로 수학 점수를 잘 받으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2028년 이후 예견된 특목고 열풍…한 살이라도 어릴 때 미리 준비하는 요즘 엄마들
조기 수학교육에 불이 붙게 된 결정적 계기로는 정부의 의대 입시 정원 확대 방침이 꼽힌다. 현재 대다수의 서울 상위권 대학은 과목별 반영 비율에 있어 수학에 가장 높은 가중치를 두고 있다. 올해 입시만 하더라도 서울대(자연)의 정시 수학 반영 비율은 40%로 모든 과목 중 가장 높았다. ▲연세대(33.33%) ▲고려대(35.7%) ▲성균관대(40%) ▲서강대(43.3%) 등 상위 5개 대학 역시 수학에 가장 큰 비중을 뒀다.
2028학년도부터 바뀌는 입시제도 하에선 수학이 더욱 중요해진다.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8학년도 대학입시 제도 개편안’에 따르면 올해 중학교 3학년 학생부터 내신 성적이 현행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완화된다. 내신 1등급은 기존 4%에서 10%로, 2등급은 누적 11%에서 34%로 대폭 확대된다. 교육업계는 내신 5등급제 완화로 내신의 변별력이 떨어지고 수능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특히 등급제가 완화되면서 다시 한 번 ‘특목고 열풍’이 불 것이라는 게 교육업계의 중론이다.
특목고에 입학하기 위해선 우수한 초·중등 성적이 필수다. 교육열이 높은 강남 지역 학부모들 사이에선 자녀들을 좀 더 유리한 출발선에 세우기 위해 더욱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영·유아기일수록 아이들의 발달 속도가 빨라 단순 계산과 공식 암기를 넘어 수학적 사고의 기반이 되는 능력을 익히기에 유리하다고 입을 모았다.
유아 수학교육의 핵심은 ‘사고력 수학’이다. 유아 국어교육 커리큘럼이 나이가 아닌 ‘한글 공부 완성의 유무’로 나눠진데 반해 유아 수학교육 과정은 나이별로 더욱 체계적으로 구분된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수학교육은 4세 이후부터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 4세 이전에는 아직 한글을 모르는 경우가 많고 인지발달도 완전하지 않아 ‘공부’를 시작하기에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강남 엄마가 선택한 ‘플레이팩토’ ‘팩토슐레’…‘5세 고시’ 위한 실력 밑바탕 중요
강남 지역 학부모들 사이에서 ‘정론’으로 여겨지는 수학교육 커리큘럼은 ▲4세(놀이수학) ▲5세(프뢰벨IB수학) ▲6세(창의력수학) ▲7세(사고력수학) 등이다. 물론 개개인별 성취도 정도에 따라 일부 차이는 존재한다. 다양한 교구와 게임을 활용한 ‘놀이수학’은 수십 개가 넘는 교구와 게임을 활용해 수학의 5대 영역을 자연스럽게 노출하는 교육방법이다. 수학의 5대 영역은 ▲수와 연산 ▲도형 ▲측정 ▲규칙성 ▲자료와 가능성 등이다.
4세 자녀를 둔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 가장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 교구 및 교재는 ‘플레이팩토’와 ‘팩토슐레’다. 교구인 ‘플레이팩토’의 가장 큰 장점은 교구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1·2·3단계로 나누어져 있는데 각 단계별로 12가지의 교구와 교구별 활동복, 수와 셈 워크북 등이 포함돼있다. 가장 유명한 교구는 수의 크기 비교를 통한 ‘넘버배틀’이다. ▲헌드보드(수연산 보드게임) ▲아리스매치(덧셈·곱셈 구구단) ▲퍼즐스(평면도형) ▲모자이크 블록스(헥사곤퍼즐) ▲큐브타워(쌓기나무) 등도 아이들의 흥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놀이수학을 접하는 방법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교구 구매 후 방문 선생님을 집으로 부르거나 해당 교구 및 교재를 전문으로 사용하는 학원에 아이를 보내는 것이다. 물론 집에서 개인적으로 가르칠 수도 있지만 전문 강사에 비해 효과가 훨씬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대다수 학부모들의 견해다.
대치동에서 ‘팩토슐레’를 활용한 수업을 진행 중인 K강사는 “4세 수학의 핵심은 흥미 유발을 통한 학습의 지속성이다”며 “옷 입는 순서 맞추기, 동물들이 자라는 과정 등을 그림책으로 보여주고 스티커·종이 붙이기 등의 활동으로 아이들로 하여금 능동적인 수학을 체득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4세의 경우 가시적인 학습 효과를 얻는 것 보다 매일매일 수학워크북을 하는 습관을 길러 끈기를 함양시켜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아 교육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4세는 유아 교육을 준비하는 단계로, 학습보다는 재미를 위주로 수학공부를 하지만, 수학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게끔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4세에 한글을 떼는 아이들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도형 교구를 최대한 많이 활용해 손의 감각을 익히고, 원기둥=캔콜라 등의 연결 짓기 연습을 많이 하는 것이 5세 이후의 학습에서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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