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 전부 ‘경제통’ 인데…급이 다른 미국 통화정책 수장은 ‘법률가’
주변국 전부 ‘경제통’ 인데…급이 다른 미국 통화정책 수장은 ‘법률가’

한 나라의 기준금리 결정권을 지닌 중앙은행은 통상 국가 경제를 주도하는 ‘제1의 기관’으로 여겨진다. 대부분의 경제 정책이 통화 정책을 기반으로 설계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중앙은행 수장에겐 전문성, 경험 등 까다로운 자질이 요구된다. 또 통화정책과 정부 정책과의 호흡을 감안해 정치적 성향이나 정치적 네트워크도 중요한 자질로 꼽히고 있다.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글로벌 빅마우스, 정권 넘나든 미국 연방준비제도 수장 파월

 

‘연방준비제도(Fed)’로 불리는 미국 중앙은행의 총재는 ‘글로벌 경제 대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세계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2018년부터 미국 중앙은행을 이끌고 있는 수장은 ‘제롬 파월(Jerome Powel1)’이다. 파월은 1953년 워싱턴에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대표적인 법률가 집안으로 외할아버지는 미국가톨릭대 컬럼버스 법학대학의 학장 출신이다. 그는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정치학 학사를 취득한 후 조지타운 대학교에서 법무박사 학위를 받았다.

 

파월은 로스쿨 졸업 후 로펌에서 몇 년 간 근무하다 월가의 투자은행 Dillon, Read & Co.에서 임원을 역임했다. 이후 미국 재무부 차관을 거쳐 2011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연준 이사로 지명된 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취임 시절 연준 의장으로 임명됐다. 비경제학자이자 비유대인이 연준 의장까지 오른 것은 약 40여년 만이었다. 현재 연준의 금리 인하 여부가 올해 미국 대선의 향방을 가를 결정적 변수로 여겨지고 있어 과거 어느 때보다 그의 입에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AP/뉴시스]

 

북미를 대표하는 캐나다의 중앙은행(BoC)은 캐나다 달러 지폐의 발행과 통화 정책에 관한 업무를 담당한다. 캐나다 은행(BoC)의 총재는 티프 맥클럼(Tiff Macklem)이다. 맥클럼은 1961년 퀘백주에서 태어났다. 그는 퀘백주의 부촌인 웨스트마운트에서 자랐으며 퀸스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4년 캐나다 은행에 입사해 통화 및 재무 분석부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캐나다 재무부 부차관 ▲G20 금융안정위원회 대표 ▲토론토 대학 로트만 스쿨 학장 ▲노바스코샤 은행 이사 등을 거쳤다. 노바스코샤 은행은 예금 및 시가총액 기준 캐나다에서 3번째로 큰 시중은행이다. 이후 7년간의 부총재 기간을 거쳐 2020년 5월 캐나다 은행의 새 총재로 임명됐다. 그는 재임 기간 동안 기준금리를 7차례 연속 인상했다. 현재 캐나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4.75%다.

 

북중미 국가인 멕시코의 중앙은행은 멕시코은행이다. 멕시코 페소의 발행 및 유통을 규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멕시코은행의 총재는 빅토리아 로드리게스 세자(Victoria Rodríguez Ceja)다. 1977년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난 그는 몬테레이 고등연구 기술연구소에서 경제학 학위를 받은 후 멕시코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2001년 전 대통령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의 눈에 띄면서 정부 공무원 신분을 얻게 됐다. 이후 ▲공공 부채 모니터링 부국장 ▲국가부채 담당 이사 ▲국가예산 정책 총책임자 ▲재무부 지출 차관을 거쳐 2022년 멕시코은행 총재에 임명됐다. 그는 멕시코 은행 역사상 총재 자리에 오른 최초의 여성이다. 

  

▲ 티프 맥클럼 캐나다은행 총재(사진 왼쪽)와 빅토리아 로드리게스 세자 멕시코은행 총재. [사진=BoC, Banxico]

 

세자 총재는 최근 자국 내 디지털 금융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25년까지 CBDC 전면 유통화를 추진할 것이다”며 “디지털 통화는 금융적 수용성을 목표로 빠른 결제를 지향하는 전략적 대안으로 국내 암호화폐 사용에 관한 규제를 연구 중이다”고 밝혔다. CBCD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이자 내장된 칩 속에 돈의 액수를 기록해 사용액만큼 차감되는 방식의 전자화폐다.

 

야당 차기 대통령 후보 최측근 브라질은행 수장…평사원➞총재 밑바닥 신화 칠레은행 수장

 

남아메리카를 대표하는 경제 대국 브라질의 통화정책은 브라질중앙은행(BCB)이 총괄한다. ‘남미 경제 대통령’이라 불리는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는 로베르토 캄포스 네토(Roberto Campos Neto)다. 1969년 출생인 그의 집안은 전통적인 고위 관료 집안이다. 그의 할아버지 로베르토 데 올리베이라 캄포스는 1964년 군사 쿠데타를 통해 브라질 군사정권 시대를 주도한 카스텔로 브랑코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 그의 할아버지는 군사 독재 기간 동안 기획부 장관을 역임하며 브라질 경제 정책을 주도했다.

 

네토 총재는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경제 및 금융학을 전공하고 UCLA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브라질 투자은행 사이몬센에서 ▲대외 부채 운영자 ▲증권 거래소 운영자 ▲국채채권지역 임원 등을 거친 후 산탄데르(브라질에서 3위 은행)로 옮겨 국제 금융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2018년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돼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최근 네토 총재는 브라질 집권당과 현 대통령의 정치적 압박을 받으며 점차 궁지에 몰리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19일 룰라 대통령이 이끄는 노동당 지도부는 네토 총재의 정치적 발언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려달라며 브라질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네토 총재가 프레이타스 상파울루 주지사가 주최한 만찬에 참석해 차기 정부 재무장관직을 제안 받은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 로베르토 캄포스 네토 브라질은행 총재(사진 왼쪽)와 로잔나 코스타 칠레은행 총재. [사진=BCB, Banco central chile]

 

프레이타스 주지사는 우파 진영의 후계자로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남미 좌파의 ‘대부’로 불리는 룰라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네토 총재의 ‘고금리 정책’을 문제로 빈번이 충돌해왔다. 현재 브라질 중앙은행의 기준 금리는 10.5%다.

 

남미 내 신흥 경제 강자로 떠오르는 칠레의 중앙은행을 이끌고 있는 수장은 로잔나 코스타(Rosanna Costa)다. 칠레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총재다. 1957년 칠레 미냐델마르에서 태어난 그는 세인트 가브리엘 학교를 거쳐 칠레 교황청 카톨릭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코스타는 1984년 칠레 중앙은행에 평사원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연금 개혁 위원회 ▲국가 생산성위원회 ▲기술교육자문위원회 ▲자유개발 연구소(LyD)의 경제 프로그램 책임자 등을 거쳤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는 재무부 예산 국장을 역임했다. 그는 2022년 2월 칠레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된 이후 두자릿수 이상의 수준을 보였던 기준금리를 낮추는 데 주력했다. 지난해 하반기 11%를 넘어섰던 칠레 중앙은행 기준금리는 현재 5.75%다.

 

국내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중앙은행을 독립기관으로 두며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도록 운영하고 있지만 자국 경제의 최고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암묵적으로 정치권과 연관성이 짙다”며 “특히 정치적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덜 갖춰진 남미의 경우 중앙은행 총재 임명을 두고 여당과 야당의 치열한 ‘내 사람 앉히기’ 행보가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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