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전문가’ 명예, ‘통화정책 지휘’ 권력 양손에 쥔 경제 실세들
‘최고 전문가’ 명예, ‘통화정책 지휘’ 권력 양손에 쥔 경제 실세들

중앙 정부가 자국 경제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단은 화폐를 찍어내는 등의 통화정책이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정부로부터 발권 기능을 부여받아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통화정책에 의해 국가경제 전체의 향방이 결정되다 보니 중앙은행 수장에겐 전문성, 경험 등 까다로운 자질이 요구된다. 세계 주요국의 중앙은행 수장들 역시 비슷한 자질을 지녔다. 다만 역할수행 능력과 다소 거리가 있는 배경이나 출신 등은 전부 제 각각이다.

 

일본은행 150년 역사 최초의 경제학자 리더…G2 중국 경제 짊어진 금융통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ank of Japan)은 우리나라의 기획재정부 격인 재무성 소속이다. 별도의 독립기관인 한국은행과는 딴판이다. 2023년 4월부터 일본은행을 이끌고 있는 총재는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다. 가즈오는 1951년 마키노하라시에서 태어났다. 그는 도쿄대학에서 수학 학사학위를 취득한 후 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우에다는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 의장과 같은 시기에 MIT에서 공부했으며 두 명 모두 연준 부의장을 지냈던 스탠리 피셔 교수 밑에서 지도를 받았다.

 

그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경제학 교수 ▲오사카대학 경제학 교수 ▲도쿄대학 경제학 교수 등을 거치며 세계를 대표하는 경제학자 반열에 올랐다. 이후 일본은행 총재로 선임됐다. 150년에 가까운 일본은행 역사상 경제학자 출신 총리는 우에다가 유일하다. 우에다는 올해 3월 기준금리를 기존 –0.1%에서 0~0.1%대로 인상하면서 2016년부터 이어졌던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마침표를 찍었다.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은 2007년 2월 이후 약 17년만이다. 현재 그는 일본의 경기 부양을 위한 통화정책 실행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중국의 중앙은행은 중국인민은행(PBC)이다. 시중은행인 중국은행과는 이름만 비슷할 뿐 역할이나 위상은 전혀 다르다. 중국인민은행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정부 기관인 국무원에 소속돼 있다. 다만 국무원 자체가 하나의 정부 기관이라기보단 전체 행정기관을 아우르는 최고행정기관이라는 점에서 중국인민은행의 규모나 위상은 다른 나라 중앙은행에 비해 더욱 막강한 편이다. 

 

▲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사진 왼쪽)와 판궁성 인민은행 총재. [사진=BOJ, PBC]

 

인민은행의 총재는 판궁성(潘功勝)이다. 판궁성은 1963년 안후이성에서 태어났다. 안후이성은 중국 공산당 창시자 중 한 명인 천두슈의 출생지로 유명하다. 판궁성은 중국 인민대학교, 미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등에서 박사 학위를 땄고 이후 하버드 대학교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중국 정부에 몸담은 이후로는 ▲중국 공상은행 전략투자부 총책임자 ▲당위위원 ▲중국농업은행 부행장 ▲중국인민은행 부총재 등을 거치며 정통 ‘금융맨’으로 발돋움했다.

 

재직 당시 그는 홍콩 및 상하이 거래소에 중국의 대형 국유은행인 공상은행과 농업은행의 IPO상장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금융기관 관리 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미국과 영국 등 해외 유학 경험도 풍부해 미·중 경제 갈등을 조율할 적임자로 불리기도 했다. 현재 판궁성은 인민은행 총재와 동시에 국가외환관리국 국장을 겸임하고 있다.

 

‘밑바닥 신화’ 홍콩 통화청 원년 멤버 수장…차기 대권후보 유력한 싱가포르 통화청 수장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 홍콩의 중앙은행은 홍콩통화청(HKMA)이다. 홍콩통화청은 1993년 4월 외환기금청과 은행청이 합병돼 설립된 정부 기관으로 다른 나라와 달리 10홍콩달러짜리 지폐만을 발행한다. 기타 지폐 발행 역할은 홍콩은행(HSBC), 스탠다트 차타드 은행, 중국은행 등이 분담한다.

 

홍콩통화청의 수장은 에디 유에(Eddie Yue)다. 1964년 홍콩 출생인 그는 홍콩중문대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런던대학교 석사, 하버드 경영대학원 MBA를 수료했다. 1986년 홍콩 정부 행정관으로 공직생활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영국의 식민 지배 통치 시기였던 1993년 홍콩 통화청 설립의 주축 멤버로 기관 설립 후 곧바로 부문장, 전무이사, 부사장 등을 거쳐 2019년 수장 자리에 올랐다.

 

에디 유에는 오는 10월 5년의 임기가 만료되지만 현지에서는 에디 유에의 연임을 점치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 홍콩H지수가 연중 최저점에 근접하면서 아시아 금융 허브가 취약한 시기에 시장 혼란을 피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홍콩의 기준금리는 5.75%로 16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 에디 유에 홍콩 통화청 회장(사진 왼쪽)과 간킴용 싱가포르 통화청 회장. [사진=HKMA, MAS]

 

‘2024 국가경쟁력 1위’를 기록한 싱가포르 중앙은행은 싱가포르통화청(MAS)으로 불린다. 다른 나라와 달리 싱가포르통화청은 중앙은행의 역할과 금융당국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화폐발행은 물론 금융 전반에 관한 각종 법령을 관장하고 외환보유고를 관리한다. 당국 내 법에 따라 싱가포르통화청 의장은 싱가포르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다.

 

싱가포르통화청의 의장은 간킴용(Gan Kim Yong)이다. 1959년 출생인 간킴용은 가톨릭 고등학교와 싱가포르 내 국립 단기 대학(NJC)에서 교육을 받은 후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장학금을 받아 1981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전기 공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1985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예술 석사 학위를 받았다.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 수장에 비하면 비교적 독특한 이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간킴용은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그는 정치에 입문하기 전 통상자원부와 내무부 등에서 일하는 공무원이었다. 이후 1989년 인도의 다국적 철강회사 NatSteel에 입사해 2005년 NatSteel의 최고 경영자까지 올랐다. 민·관을 전부 거친 셈이다. 이후 2001년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그룹 대표 선거구 GRC에서 승리하며 정치에 데뷔했다. 이후 ▲인력부 장관(2008년~2011년) ▲보건부 장관(2011년~2021년) ▲인민행동당 의장(2018년~2022년) ▲통상산업부 장관(2021년~)을 거쳐 올해 5월 싱가포르통화청 회장으로 임명됐다.

 

싱가포르 현지에선 그가 현 로렌스 윙(Lawrence Wong) 총리를 이을 차세대 대권 주자로 주목하는 여론이 많다. 올해 5월 싱가포르 총리로 임명된 로렌스 윙은 간킴용 직전 싱가포르통화청 의장을 역임했다. 자연스레 간킴용 역시 차기 총리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간킴용은 로렌스 윙 총리 내각의 2명의 부총리 중 한명으로 임명돼 총리의 부재 기간 동안 대리 역할을 수행 중이다.

 

국내 한 금융권 관계자는 “통화정책 수립·시행의 권한이 있는 국가별 중앙은행은 명실상부 금융권 내 최고의 권력을 가진 기관으로 봐도 무방하다”며 “중앙은행 총재들은 국가를 대표하는 금융고위관료인 만큼 해외 명문대 학벌은 기본이고 금융지식·언어능력·정치인맥 등 다방면에서 뛰어난 자질을 갖춰야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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