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 증가’ 반사효과 노린 벼락치기 행렬에 바빠진 강남 학원가
‘수포자 증가’ 반사효과 노린 벼락치기 행렬에 바빠진 강남 학원가
[사진=뉴시스]

‘수능의 꽃’으로 불리는 수학이 비교적 쉬워졌음에도 6월 모의평가(이하 모평) 결과 등급 커트라인(이하 등급 컷)은 오히려 작년에 비해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난이도 하락 이상으로 ‘수포자(수학포기자)’가 크게 늘어난 게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해 수능보다 다소 평이한 수준으로 문제가 출제돼 고득점자가 많을 것이란 업계의 예측이 빗나가자 일부 학부모들의 발걸음은 더욱 바빠졌다. 상대적으로 성적이 저조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올해 수능이 대학 진학에 유리한 원년이 될 것이라는 게 그들의 판단이다.

 

예년 비해 늘어난 수포자들 덕에 ‘수학 고득점자’ 입시전쟁 최종 승리 가능성 높아져

 

7일 EBSi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6월 모평 수학(확률과 통계) 1등급 커트라인은 원점수 기준 85점이었다. 이어 2등급(76점), 3등급(67점) 등이었다.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선택과목의 경우 등급 커트라인은 더 낮았다. 원점수 기준 선택과목에서 기하를 선택한 학생들의 구간별 커트라인은 ▲1등급(81점) ▲2등급(72점) ▲3등급(63점) 등이었다. 심지어 미적분은 ▲1등급(78점) ▲2등급(70점) ▲3등급(60점) 등으로 커트라인이 결정됐다.

 

등급 컷은 지난해 수능에 비해 최대 9점까지 내려앉았다. 지난해 수능 수학 등급 컷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평가원이 발표한 표준점수를 토대로 원점수를 역산해보면 각 과목별 1등급 커트라인은 ▲확률과 통계(94점) ▲기하(88점) ▲미적분(81점) 등으로 추산됐다. 역산 과정에 따라 1~2점 가량의 차이는 있을 순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등급 컷 하락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입시업계는 지난해 수능보다 난이도가 낮았던 것으로 평가됨에도 불구하고 커트라인이 크게 떨어진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다. 이번 모의고사 응시인원에 고3 재학생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경험이 풍부하고 성적이 높은 재수생·N수생이 포함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수능 응시 표본 집단의 전반적인 수학 실력이 예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전경. ⓒ르데스크

 

대치동의 한 대형학원에 출강하는 강사 L씨는 “학원가에서는 이번 6월 모의고사 수학 난이도에 대해 다소 평이한 수준으로 문제가 출제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불수능이라 불렸던 작년 수능에 비해 쉽게 출제됐는데도 등급 컷이 이렇게 낮게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커트라인이 내려간 원인에 대해 당장 내린 결론은 수포자가 그만큼 늘었다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1등급 최저점수 하락과 더불어 한 등급 내에서도 격차가 크게 벌어지자 입시업계와 학부모들은 올해 입시 성패를 가를 가장 중요한 과목으로 ‘수학’을 꼽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선 “수학만으로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만약 올해 수능이 6월 모평과 비슷한 기조로 출제된다면 예년에 비해 수학 고득점자가 수시·정시 모두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1등급 커트라인의 하락은 수시를 노리는 학생들에게 수능 최저 등급을 맞추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이번 6월 모의고사 미적분 과목에서 78점을 받은 수험생과 100점을 받은 수험생 간의 원점수 차이는 22점에 달하지만 두 명 모두 등급은 1등급이다. 4점짜리 변별력 문항을 5개나 틀려도 1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시를 노리는 학생에게도 높은 표준점수를 획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진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원점수가 전체 응시생의 평균점수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기준점으로 국내 중상위권 대학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수능성적 지표다. 등급 내 점수 차가 클수록 높게 계산되기 때문에 난이도에 따라 국어 100점보다 수학 90점이 더 높은 표준점수를 기록할 수 있다.

 

강남 8학군 소속 경기고 고3 재학생 자녀를 둔 윤정애 씨(49·여)는 “이번 6월 모평에서 아이가 수학을 4개나 틀려서 84점을 받아왔는데 이 점수에 1등급을 받아 깜짝 놀랐다”며 “평소 또래에 비해 특출나게 공부를 잘하는 애가 아니라 수학 1등급은 꿈도 못 꿨는데 지금이 정말 대학 가기에 좋은 시기인 것 같아 남은 기간 동안 과외·특강 등 수학 성적 올리기에 만전을 기할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작년 수능보다 쉬운데 등급은 낮다” 대치동 수학학원으로 몰리는 학생·학부모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대치동 학원가의 유명 수학 강사들은 이번 6월 모의고사를 바탕으로 평가원의 올해 수능 기조를 파악하고 150일 가량 남은 기간 동안 출제 의도 파악에 중점을 둔 공부에 매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평가원이 킬러문항 없이 수학에서 변별력을 높인다고 공언한 만큼 문제의 계산량을 늘리거나 고1 과정 연계를 통한 문제를 출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대비한다면 충분히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S학원의 J강사는 “이번 6월 모평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난이도 별 문항의 배치가 다소 생소하게 출제됐다는 점이다”며 “이번 공통과목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그동안 많은 학생들이 어려워하던 22번이 아닌 15번으로 난이도에 따른 문항 번호가 뒤죽박죽 나올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유념해 두고 끝까지 문제를 풀어보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g(x)의 증가함수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었던 15번 문항이 공통과목에서 가장 어려운 난이도를 자랑했지만 객관식으로 출제된 점은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다”며 “특히 14번까지 정답이 2번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를 미리 알고 찍어서 맞춘 응시생들이 꽤 많았다. 어려운 문제를 객관식으로 배치하고 그것마저 찍어서 맞출 확률을 높여준 사실에 비춰볼 때 올해 수능 수학은 작년에 비해 쉽게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대치동 A학원에서 6월 모평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공통과목에서 다소 낯설게 표현됐거나 계산량이 복잡했던 문항은 ▲10번 ▲12번 ▲15번 ▲20번 ▲21번 ▲22번 등이었다. 선택과목에선 ▲확률과 통계(28번·30번) ▲미적분(28번·29번·30번) ▲기하(28번·30번) 등의 계산량이 비교적 많았다.

 

대치동 한 수학학원 관계자는 “확실하게 이번 수학 모의고사는 전년도 수능보다 쉬웠고 의대증원에 따른 N수생이 유입된 것 치고는 등급 컷이 정말 낮게 잡혔다”며 “요즘 성적 분포군을 보면 의대를 목표로 하는 최상위권은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받는 것에 반해 중상위권의 성적이 시험마다 들쭉날쭉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위권 학생이라도 미리 시험 공략법을 습득한다면 높은 등급을 받아 상위권 대학 가기엔 더욱 쉬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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