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단 관리에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다. 체중뿐 아니라 건강을 관리할 때 어떤 음식을 먹는지가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육류 섭취를 줄이고 채소·과일류를 먹거나 저지방 혹은 무지방 음식을 챙겨먹는 식이다. 최근 이들을 겨냥한 샐러드 가게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배경이다.
그런데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열풍인 ‘저속 노화 식단’을 둘러싸고 지나친 마케팅 상술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저속 노화 식단은 말그대로 노화를 늦출 수 있는 식단이란 뜻으로 주로 쌀밥이나 밀가루 대신 혈당지수가 낮은 병아리 콩, 퀴노아, 귀리, 통밀, 단백질 위주 메뉴로 구성됐다.
저속 노화 식단으로 불리며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지만 정작 노화를 늦출 수 있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저속 노화 식단에 들어간 음식은 대부분 예전부터 지중해 식단이라 불리며 건강식으로 평가됐다. 따라 하기 쉬운 채식 식단이자 식이요법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정작 노화와 관련된 과학적 근거는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저속 노화 식단’ 팝니다”…병아리콩·귀리 등 샐러드 판매 불티
최근 샐러드 가게에선 저속 노화 식단이라 이름붙인 도시락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중구 장충단로에 소재한 샐러드 가게 사장은 “젊으신 분들이 많이 오시고, 건강식을 찾으시는 분들이 점심에 주로 많이 오신다”며 “건강한 식단으로 유명한 가게로 알려져 있어 거의 매일 오시는 단골 고객도 많은 편이다”고 밝혔다.
또한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기도 하고 밥같은 경우에도 귀리밥을 이용해 메뉴를 구성했기 때문에 탄수화물을 잘 안 먹는 요즘 추세에 맞는 식단이라고 생각한다”며 “한 끼 먹을 양이 들어간 저속 노화 식단 도시락은 1만2000~1만5000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그런지 비싼 가격에도 많이들 사드신다”고 말했다.
신당동에서 다이어트 식단 가게를 운영하는 김성수(36·익명) 씨는 “젊은 분들이 많이 이용하는 편인데 특히 운동하는 여성분들이 주를 이룬다”며 “현미와 귀리밥을 이용한 포케가 잘 나가고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는 식자재를 쓰다 보니 다이어트하시는 분들이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김 씨 가게에서 음식을 포장한 손님 변수연(21·여)씨는 “다이어트 중이라 해당 가게를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노화 속도를 늦춰주는 식단이라는 설명에 다른 샐러드보다 비싸도 저속 노화 식단을 찾는 편이다”며 “신선한 야채에 현미밥을 먹으면 건강하게 먹은 거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저속 노화 식단을 꾸준히 먹고 있다는 백은주(43·여) 씨는 “2~3주 정도 저속 노화 식단을 챙겨 먹고 있는데, 체중감량이나 붓기 제거 효과를 보고 있다”며 “배변활동도 원활해져 몸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고 밝혔다. 이어 “저속 노화 식단은 아무래도 젊은 20~30대에게 더 효과적일 거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저속 노화 식단, 실상은 ‘지중해 식단’…건강식 맞지만 노화 완화 ‘의문’
저속 노화 식단은 예전부터 건강식으로 알려진 지중해식 식단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과일과 채소, 올리브오일, 통곡물, 생선, 견과류 콩 등으로 구성된 식단을 지중해식 식단으로 부르는데, 이를 샐러드나 건강식 가게에서 저속 노화 식단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저속 노화 식단이 노화를 늦추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영양학적으로 균형잡힌 식단이 건강에 좋은 건 맞지만 이를 통해 노화를 완화시키는 효과를 얻기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항산화 식품을 마케팅으로 포장해 비싼 값에 판매하고 있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김경희 덕성여대 식품영양학전공 교수는 “저속 노화 식단을 얼마만큼 먹어야 노화를 막을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부분이기 때문에 효과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며 “항산화 식품을 먹으면 노화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개인의 체질이나 체형 등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마케팅을 위해 포장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은주 경남대학교 임상영양학전공 교수는 “저속 노화 식단이 아직까지 학회에서 정확히 알려진 바 없지만, 영양학적으로 이 식단을 얼만큼 많이 먹어야 효과를 보는 건지 정해진 기준이 없다”며 “무엇보다 체중과 키 등에 따라 필요한 영양소가 정해져 있어 탄수화물과 식물성 단백질을 고루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한식이 있겠지만, 한식도 짠 음식은 도움되지 않는 편이다”며 “저속 노화 식단을 매 끼니 실천하면 좋겠지만 정해진 양이나 끼니 횟수가 특별히 정해진 게 없어 그 효과는 개인마다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윤아 경상국립대학교 임상영양학 교수는 “지중해 식단을 대변하는 말 바꾼 식단으로 판단되는 하나의 다이어트 식단으로 보인다”며 “지중해식 식단은 일반적인 당뇨 환자를 위해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 위주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이어 “요즘 혈당 스파이크를 확 올리는 단 음식을 먹는 세대들에게 건강엔 도움되겠지만 노화를 늦출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해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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