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1400만 개민 ‘밸류업’ 외칠 때 국민연금 ‘한국 거리두기’ 논란
대통령·1400만 개민 ‘밸류업’ 외칠 때 국민연금 ‘한국 거리두기’ 논란

최근 국내주식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을 향한 원성이 자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시장 전체를 쥐락펴락할 정도의 자산 규모를 가진 국민연금이 갈수록 국내투자에는 소홀한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은 기금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수익률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투자자들은 직접 시장 규모를 키우면 충분히 목표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며 한 차원 깊은 고민의 부재가 아쉽다는 반응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내 증시 밸류업 시도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尹대통령 ‘코리아 디스카운트’ 공언했는데…큰 손 국민연금 한국 아닌 해외투자 드라이브

 

지난 2월 윤 대통령은 개인투자자 등 90여 명이 함께한 상생금융 민생토론회 자리에서 우리 주식시장이 저평가를 받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의지를 피력했다. 정치적 불이익이 있더라도 주식시장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들을 과감하게 걷어내겠다며 세법, 상법 등의 개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후 정부는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자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일반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내용의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려 장기적으론 저평가 된 한국증시를 부양한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그럼에도 1100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자산 규모를 지닌 국민연금은 정부의 증시부양 의지와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통상 막대한 자본을 지닌 투자자는 한 나라의 증시를 쥐락펴락 할 정도의 영향력을 지니고 있지만 정작 국민연금은 국내증시와 갈수록 거리를 벌리고 있다. 정부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 전체 자산에서 국내주식 투자 비중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20년 21.1%에 달했던 수치는 △2021년 17.4% △2022년 14% △지난해 14.2% △올 1분기 14.1% 등으로 하락했다.

 

▲ [그래픽=김문우] ⓒ르데스크

 

반면 국민연금의 해외증시 투자 비중은 갈수록 늘고 있다. 전체 자산에서 해외증시 투자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23.1% △2021년 27% △2022년 27% △지난해 30.9% △올 1분기 33.3% 등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최근 들어 상승폭이 더욱 커진 점이 주목된다. 현 정부가 국내증시 부양을 추진한 올 1분기만 보더라도 국내증시 투자액은 약 8조원 늘리는데 그친 반면 해외증시 투자액은 무려 47조나 늘렸다.

 

국민연금은 연급수령자 폭증으로 인한 기금고갈 시점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수익률이 높은 해외주식 비중을 높여 연기금 규모를 늘리겠다는 의도다. 어느 정도 설득력은 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1분기 말 기준 5.82%의 수익률, 61조원의 수익금을 올렸다. 특히 1분기 해외주식 수익률은 13.45%로 전체 수익률을 크게 상회했다. 반면 국내주식 수익률은 5.53%에 그쳤다.

 

“전부 해외투자 눈 돌리면 한국증시 누가 지키나” 국민연금 ‘밸류업’ 책임론 대두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증시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여전히 아쉽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개인투자자들 역시 높은 수익률 때문에 해외증시로 눈을 돌리는 상황에서 막대한 자본력을 지닌 국민연금마저 같은 결정을 내린다면 국내증시 자체가 회복불능 상태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정도의 자본력에 정부 지원과 전략만 뒷받침된다면 국내증시 규모를 키우는 식으로 수익률 상승을 도모할 수 있음에도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쉬운 길을 택한 것 같아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사진=뉴시스]

 

개인투자자 양희준 씨(37·남·가명)는 “국민연금은 국민의 돈을 운용하는 (준)정부기관인데 수익률 때문에 국내증시를 외면한다니 기가 찰 따름이다”며 “개인이고 기관이고 할 것 없이 전부 해외증시에 투자하면 국내증시는 지금보다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증시라는 게 돈의 유입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수익률도 높아지는 구조인데 1000조가 넘는 돈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2000조 수준에 불과한 국내증시를 키울 고민은 안하고 외국주식을 사들이기 바쁜 모습을 보니 정부의 ‘증시 밸류업’의 진정성마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또 따른 개인투자자 박성희 씨(52·여)는 “비록 주식 전문가는 아니지만 돈이 몰리면 주가가 오르고 돈이 빠지면 주가가 내린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대신 해외 주식을 매입한다는 것은 결국 국내증시엔 악재나 다름없는 것 아니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외주식 투자자가 늘긴 했지만 여전히 국민 대다수가 국내증시 투자자다”며 “국민연금의 연기금이 국민 돈이라는 점에서 국내증시 부양에 나설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다수의 전문가들 역시 연기금 고갈을 늦추기 위한 국민연금의 결정 자체는 이해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아쉬움 역시 당연한 반응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연기금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용해서 국민의 안락한 노후를 보장하는 것은 맞지만 현재 시점에서 1400만 개인투자자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한 것은 다소 아쉽다”며 “정부의 주식시장 육성 의지가 어느 때 보다 강한 만큼 국민연금 정도의 자본력이면 국내증시 전체 규모를 키우면서 수익률을 챙기는 시도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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