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찔끔 내리고 용량 왕창 덜고…직장인 유리지갑 노린 ‘야바위’ 상술
가격 찔끔 내리고 용량 왕창 덜고…직장인 유리지갑 노린 ‘야바위’ 상술

외식물가가 연일 고공행진하면서 식당에서 먹는 삼겹살 1인분(200g) 평균 가격이 서울에서 처음으로 2만원을 돌파했다. 고단한 일상의 작은 위로나 다름 없는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 10만원 훌쩍 넘는다는 소식에 수많은 직장인들이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최근 직장인들을 충격에 빠뜨릴 만한 사안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고물가 공포를 역이용해 눈에 보이는 가격은 낮추는 척 하면서 오히려 실제 가격은 더욱 높여 받는 눈속임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다. 100g에 1만원하는 제품을 80g에 9000원에 판매하는 식이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선 더욱 비싸게 사는 셈이다.

 

“힘든 직장인 두 번 죽이네”…가격인하 동시에 줄어든 음식량, 알고 보니 가격인상 꼼수

 

11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기준 소비자가 많이 찾는 8개 외식 대표 음식 중 삼겹살 1인분 가격은 2만83원으로 집계됐다. 삼겹살 가격이 2만원을 넘은 것은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같은 기간 ▲김밥 한 줄(3423원) ▲자장면(7223원) ▲비빔밥(1만846원) ▲김치찌개 백반(8192원) ▲칼국수(9154원) ▲냉면(1만1692원) ▲삼계탕(1만6885)원 등 대부분의 품목 가격이 올랐다.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외식 메뉴 대부분 가격이 오른 가운데 최근 가격인하를 내세우며 동시에 음식량을 줄여 실질적으로는 오히려 가격을 높여 받는 눈속임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부담에 저렴한 식당을 찾으려는 심리를 역이용하면서 동시에 이익 극대화까지 노린 것이다. 

 
일례로 최근 대부분의 삼겹살 식당은 1인분 자체 양을 줄이고 있다. 1인분 중량을 200g 아닌 150~180g 정도로 설정해 메뉴판에 2만원 미만으로 가격을 표시해 판매하는 것이다. 문제는 해당 가격을 200g으로 환산할 때 2만원이 넘는다는 것이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한 식당은 6월 기준 삼겹살 1인분(180g)을 1만9000원에 판매중이다. 해당 가격을 200g으로 환산하게 되면 약 2만1000원 꼴이다.

 

▲ 서울시 성북구 인근에 위치한 삼겹살 전문 식당. (사진은 특정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르데스크

 

성신여대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식당은 삼겹살 1인분(100g)을 1만6000원에 판매 중이다. 200g 환산 시 3만2000원의 가격을 지불하는 셈이다. 일부 식당은 메뉴판에 금액만 적어 넣고 그램 수를 기재하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1인분 중량에 대한 규제는 없다.

 

지난달부터 합법화된 소주 ‘잔’ 단위 판매 역시 가격을 낮추는 대신 양을 줄였지만 그 값을 소주 한 병으로 환산할 때 소비자들은 실제로 더 비싼 값을 치르고 술을 마시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소주 한 병의 용량은 360ml로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소주잔 용량이 50ml이기 때문에 소주 한 병당 7잔 정도의 잔술이 나온다.

 

서울 지역 식당에서 소주 한 병 가격이 평균 5000~6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한 잔당 714~ 857원이 합리적인 가격이다. 그러나 소주 잔술을 취급하는 대부분의 가게들은 한 잔당 가격으로 1000원을 매기고 있다.

 

직장인 이성훈 씨(30·남)는 “소비자들 대부분이 외식을 할 때 그램별 가격을 일일이 따져가면서 음식을 먹지는 않는다”며 “가격을 낮춤과 동시에 음식 양을 줄이면서 가게의 이윤을 챙기는 행위는 엄연한 소비자기만 행위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 같이 힘든 상황에서 같은 서민을 상대로 꼼수로 이익을 챙긴다는 것 자체가 개탄스럽게 느껴진다”고 부연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 기조 속에 외식물가의 체감 상승률이 크게 증가했다”며 “슈링크플레이션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매출을 개선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고객과의 장기적인 신뢰 관계 구축을 해치는 요인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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