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따로 국회 따로…국민적 재앙 수준의 ‘잃어버린 3년’ 온다
정부 따로 국회 따로…국민적 재앙 수준의 ‘잃어버린 3년’ 온다

향후 3년 간 정상적인 국정운영과 입법 활동이 중단되는 이른바 ‘잃어버린 3년’의 현실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여당이 주도하는 행정부와 야당이 주도하는 입법부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행정과 입법이 각자 독주하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민생과 직결된 행정·입법 활동의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잘잘못을 따지는 데 있어서도 국민 여론이 첨예하게 갈리다 보니 소득 없이 시간만 낭비하는 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행정부·입법부 갈등 점입가경…행정·입법 멈추는 ‘잃어버린 3년’ 가능성 대두

 

야당이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한 22대 국회 들어 여·야의 대치 국면이 사상 유례 없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급기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국회 단독 개원과 더불어 헌정사 최초로 의장·법사·운영위원장을 독차지하자 여당인 국민의힘이 국회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으로 맞서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여당이 정부를 대리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행정부와 입법부의 갈등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평가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22대 국회 출범 전부터 이어진 여·야 원 구성 협상에 진척이 없다고 판단해 이날 밤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고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표결 처리했다. 민주당이 위원장 자리를 차지한 상임위는 대통령실을 담당하는 운영위, 법안의 적절성 평가와 각종 특검을 담당하는 법사위, 방송 정책을 담당하는 과방위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모두 대통령실과 정부에 대한 견제 권한을 가진 핵심 상임위로 분류된다.


▲ 민주당은 22대 국회 출범 전부터 이어진 여·야 원 구성 협상에 진척이 없다고 판단해 10일 밤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고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표결 처리했다. 사진은 국회 본의장. [사진=뉴시스]

 

22대 총선 참패로 108석의 의석수를 얻는데 그친 국민의힘은 175석을 가진 민주당의 독주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법사위원장은 원내 제2당, 운영위원장은 여당이 맡아온 국회 관례를 내세우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 그쳤다. 이날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이자 이재명 방탄을 위한 일방적 원 구성이다”고 반발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여소야대 국면에서 빚어진 갈등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으로 민주당의 대정부 투행 행보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당장 전 국민 지원금과 양곡관리법, 전세사기특별법 등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쟁점법안의 재추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아울러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대북송금 의혹 특검법 등도 다시 한 번 밀어붙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부·여당이 한 치의 물러섬 없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1일 “더불어민주당이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 민주주의 본령을 외면하고 힘자랑 일변도의 국회 운영을 고집한다면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의 명분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고 밝혔다. 국정 방향과 일치하지 않는 법안의 거부권 방침을 재차 강조함으로써 국회 권력 견제 의지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 내에서는 강경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모든 상임위의 위원장을 야당에 넘겨주고 모든 국회 일정을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방적 국회 운영에 따른 부담을 야당에 떠넘기겠다는 의도다. 심지어 당 일각에선 부처 장·차관들도 상임위에 참석하지 않도록 요구하고 야당 단독으로 상임위와 본회의를 통과한 모든 법안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등 정부·여당이 손을 잡고 야당과 전면전을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 여당 내에서는 모든 상임위의 위원장을 야당에 넘겨주고 모든 국회 일정을 거부해야 한다는 강경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진은 국회 본회의장 밖에서 농성을 벌이는 국민의힘 의원들. [사진=뉴시스]

 

다수의 전문가들은 여·야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러지는 행정부와 입법부의 갈등 수위가 점차 높아지는 데 대해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쟁점 법안에 대한 입법 독주와 거부권 발동, 정부 정책 관련 법안 처리 거부 등의 상황이 반복돼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국민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22대 국회가 이제 막 출범한 만큼 ‘최악의 국회’로 불렸던 21대 국회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돼 주목된다.

 

국회 등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발의한 입법안은 총 2만5800여건이었으나 이 중 9500여건만이 처리됐다. 처리되지 못한 1만6300여건의 법안은 21대 국회 만료일인 5월 29일 자동 폐기됐다. 폐기된 법안 중에는 국민의 삶과 직결된 법안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부모의 육아휴직을 1년 6개월씩 최대 3년까지 보장하는 등의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모성보호 3법’이 대표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그나마 현 정부 초기에는 21대 국회가 후반기에 접어드는 시기인데다 대선 패배까지 겹쳐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총선을 통해 정부 견제 민심이 확인된 만큼 야당의 의회 독주가 가속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입장에선 계속해서 거부권을 통해 견제할 가능성이 높은데 결국 이런 식의 소모전이 반복되면 성과 없이 시간만 낭비하게 될 것이다”며 “결국 그 피해는 온전히 국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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