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계 대부(代父) 은행권 진출에 ‘약탈금융’ 우려 무성
대부업계 대부(代父) 은행권 진출에 ‘약탈금융’ 우려 무성

대부업을 시작으로 저축은행, 캐피탈에 이르기까지 금융사업 영역을 확장해온 OK금융그룹이 은행권에도 영향력을 키우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선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OK금융그룹이 그간 서민을 상대로 한 고금리 대출을 통해 덩치를 키워온 만큼 이러한 고금리 대출관행이 은행권으로까지 이어지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OK저축은행은 국민연금공단을 제치고 DGB금융지주의 최대주주가 됐다.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일부 매각하면서 지분율을 줄인 반면 OK저축은행은 주식을 사들여 지분을 늘린 결과다.

 

지난해 말 기준 8%였던 국민연금의 DGB금융지주 보유 지분율은 7.99%가 됐고, 같은 기간 6.63%였던 OK저축은행의 지분율은 8.49%로 증가했다. 2021년 DGB금융지주 주식 845만1337주를 확보해 5%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OK저축은행이 불과 3년여 만에 최대주주에 등극한 것이다.

 

DGB금융지주는 대구은행과 DGB생명보험, 하이투자증권 등을 거느린 지방 금융지주사로 최근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 지방은행 중 최초로 시중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OK저축은행이 전국구 금융지주사의 최대주주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비단 OK저축은행이 지분투자하는 곳은 DGB금융지주에 그치지 않는다.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을 자회사로 둔 JB금융지주에도 지분투자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9.65%였던 OK저축은행의 JB금융지주 지분율은 13일 기준 10.63%까지 올랐다.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 간 세 차례에 걸친 장내매수를 통해 25만6542주를 확보한 결과다. 이를 통해 OK저축은행은 JB금융지주 지분 14.61%를 가진 최대주주 삼양사와 14.04%를 소유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뒤를 이어 3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방금융지주 2곳의 대주주로 이름을 올리면서 은행권에 대한 영향력을 꾸준히 키우고 있는 것이다.

 

OK저축은행은 지방금융지주사에 대한 지분 투자에 대해 ‘단순 투자 목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분 확보의 목적이 경영참여가 아닌 재무적 투자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이 모태 사업인 대부업 일부를 조기 청산하면서까지 ‘종합금융사’로 도약하겠단 목표를 밝힌 만큼 금융업계 안팎에선 최 회장이 금융지주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거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OK금융그룹의 지배구조가 사실상 최 회장 1인 오너 체제라는 점에서 최 회장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OK저축은행이 사외이사 후보 주주추천 제도를 통해 이명상 변호사를 JB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점 역시 이러한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경영진의 견제 및 감시 역할을 해야 할 사외이사 역에 OK저축은행 추천 인사가 선임될 경우 이사회를 통해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OK저축은행, 탑3 저축은행 중 신용대출 금리 ‘최고’…약탈적 금융 우려감 무성

 

▲ [그래픽=김진완] ⓒ르데스크

 

OK저축은행이 은행권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는 데 대해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반적으로 고금리 상품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업계 내에서도 OK저축은행의 금리 수준은 높은 축에 속하고 있어서다. 고금리 대출관행이 은행권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저축은행 내에서도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OK저축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18.01%다. 저축은행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17.06%, 3위인 한국투자저축은행은 15.96%였다. SBI저축은행에 비해선 1%p, 한국투자저축은행에 비해선 2%p 이상 금리가 높다.

 

저축은행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OK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관행은 최근 은행권에서 강조하는 포용금융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소비자에겐 부담으로 작용하는 고금리 대출상품이지만 OK저축은행에겐 업황 악화에도 실적 선방을 이룰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2022년 OK저축은행은 1조4657억원에 달하는 영업수익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이자수익만 1조3302억원이다. 대출채권이자만 1조2878억원에 달했다. 수익의 90%가 이자수익인 셈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OK저축은행이 지난해 OK홀딩스대부 산하에 있던 대부업체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 철수하면서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일본 지주사격인 J&K캐피탈을 통해 OK에프앤아이대부 등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계 대부업 이미지를 없애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선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적격성과 인가 등을 받아야 하는 만큼 당장은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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