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창업주 유일한 박사의 무소유 정신에 입각해 사회적 기업의 형태를 띠고 있는 유한양행을 둘러싼 사유화 논란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앞서 이정희 이사회 의장(전 유한양행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한 파벌 소속 인사들이 핵심 요직을 차지했을 때부터 우려됐던 사안이 올해 주주총회를 앞두고 회장직 신설 가능성에 대두되면서 마침내 핵심 쟁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유한양행 주주들은 물론 내부직원들은 하나 같이 회장직 신설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회사의 뿌리나 다름없는 유일한 박사의 ‘무소유 정신’이 흔들릴 경우 회사의 존립 자체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더욱이 회장직 선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인물로 이 의장이 지목되고 있다는 점에서 반발의 정도가 남다르다. 파벌 논란과 더불어 과거 개인적인 구설수로 인한 도덕성 논란까지 유한양행의 이미지 타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노블리스 오블리주’ 유일한 정신 희미해지는 유한양행, 소액주주·직원 모두 “앞날 걱정”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15일 주주총회를 열고 회장·부회장직 신설할 예정이다. 1926년 설립된 유한양행에서 회장에 올랐던 사람은 유일한 박사와 그 측근인 연만희 고문 등 두 명뿐이었다. 이번에 회장·부회장직이 신설되면 약 30년 만에 새로운 회장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유한양행 주주들과 내부 직원들은 이정희 의사회 의장과 그 주변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사유화’ 작업의 일환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회장직 신설 역시 이 의장을 회장직에 앉히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이라는 주장이 적지 않다. 앞서 이 의장의 대표이사 퇴임 이후 이른바 ‘이정희 사단’이라 불리는 그의 측근들이 핵심 요직을 차지한 것을 주장의 근거로 꼽고 있다. 유한양행 소액주주들의 주장에 따르면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인 유한양행의 경영은 사실상 3명의 핵심 인사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경영본부장과 부사장, 사장 등이다.
앞서 이 의장이 사장을 역임하던 시절 조욱제 현 사장이 부사장직을, 이병만 현 부사장이 전무(경영본부장)을 역임했다. 이 전 사장은 임기 만료 이후 이사회 의장에 올랐고 나머지 두 사람은 한 단계 씩 승진해 사장,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공익법인이 소유한 유한양행의 특성상 이사회는 사실상 굵직한 경영적 판단을 내리는 최고 의사기구다. 이를 감안했을 때 이 의장을 중심으로 한 권력구도는 여전하며 만약 회장직이 신설될 경우 이러한 권력구도가 공고해지고 법적으로 인정까지 받게 된다는 게 소액주주들의 주장이다.
사유화 논란의 중심에 선 이 의장을 둘러싼 자격론도 주주들과 내부 임직원들의 반발 요인 중 하나다. 유한양행 내부 직원들 사이에선 이 의장이 과거 개인적인 구설수로 인한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전례가 있다는 점을 들어 유한양행의 이미지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사회 전반에 걸쳐 ESG 경영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 경영인을 둘러싼 도덕성 논란은 기업경영 전반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한양행 관계자는 “유한양행은 창업주인 유일한 박사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바탕으로 한 기업 이념 덕분에 그동안 대중에게도 착한 기업으로 불리며 인정받았고 이러한 평가가 지금의 유한양행을 만들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그런데 이런 유한양행이 특정 인물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핵심 인물이 과거 국민 정서와 동 떨어진 사안으로 구설수에까지 휩싸였다고 하면 앞으로 누가 유한양행을 착한 기업이라 부르겠나”라고 성토했다.
회장직 신설을 둘러싼 반발 움직임에 대해 유한양행은 “회사의 양적·질적 성장에 따라 향후 회사 규모에 맞는 직제 유연화가 필요하며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수한 외부인재 영입을 위해 필요한 조치일 뿐 특정인을 선임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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