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몰카범죄…단순 촬영 넘어 ‘악의적 조작’ 만행 빈번
진화하는 몰카범죄…단순 촬영 넘어 ‘악의적 조작’ 만행 빈번


▲ 불법촬영(이하 몰카) 범죄가 갈수록 대범해지고 잔혹해지고 있다. 사진은 몰카범죄 근절 안내문. [사진=뉴시스]

 

불법촬영(이하 몰카) 범죄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목적부터 수법까지 전부 대범해지고 잔혹해지고 있다. 특히 단순 성적 욕구 충족이나 증거 수집 등을 넘어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몰카범죄가 늘고 있다. 몰카 영상을 돈을 받고 유포하거나 영상을 빌미로 피해자를 협박하는 식이다. 심지어 아예 처음부터 철저한 계획 하에 몰카를 설치하고 악의적인 상황을 조작·연출하는 일도 적지 않다. 피해자가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가진 유명인인 사건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진화하는 몰카범죄…뚜렷한 목적성 가진 2차 범죄 도구로 활용되는 사례 빈번

 

경찰청 등에 따르면 최근 등장하는 몰카 범죄는 과거와 달리 뚜렷한 목적성을 띈 경우가 많다. 영상 판매 수익을 얻기 위한 목적이거나 범죄 사실을 덮기 위한 입막음 목적, 또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협박 목적 등으로 몰카를 활용하는 것이다. 피해자 입장에선 단순히 몰카 피해 이외에 돈을 갈취당하거나 협박을 당하는 등의 2차 피해, 소위 말하는 ‘두 번 죽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셈이다.

 

수년 전 사회적 화두로 부상했던 ‘리벤지 포르노’가 대표적 사례다. ‘리벤지 포르노’는 헤어진 연인 등 타인의 신체 사진이나 성관계 등의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가지고 협박하는 범죄 행위를 말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불법촬영물 유포·협박 범죄는 가장 최근 통계인 2017년 기준 5400건에 달했다. 이 중에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충격적인 사건도 존재한다.

  

▲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 따르면 과거 ‘디지털 성폭력’ 피해를 입어 상담을 요청한 사람들 중 극단적 선택을 언급했던 이들은 전체의 30%가 넘었다. 사진은 N번방 사건 피의자. [사진=뉴시스]

 

유명 걸그룹 출신 故 구하라 씨는 전 남자친구와 쌍방 폭행과 불법촬영물 협박 사건으로 법정 공방을 벌이다 지난 2019년 5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구 씨는 전 남자친구로부터 함께 찍은 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받아 상당한 심적 고통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 광주에서도 헤어진 전 연인으로부터 불법촬영물 유포 협박을 받아 온 여성이 자신의 집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몰카로 인한 2차 피해까지 당한 피해자들의 고통은 상상 이상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 따르면 과거 ‘디지털 성폭력’ 피해를 입어 상담을 요청한 사람들 중 극단적 선택을 언급했던 이들은 전체의 30%가 넘었다. 수치심에 상담조차 꺼리는 피해자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거나 실제 행동으로 옮긴 이들의 숫자는 더욱 많을 것으로 점쳐진다. “몰카는 살인”이라는 극단적 표현이 등장한 배경이다.

 

미리 짜고 몰카 시도한 이병헌 협박범들 유죄, 같은 짓 벌인 영부인 몰카공작 범인 앞날은

 

몰카가 어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죄질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몰카 자체를 조작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사전에 계획적으로 몰카를 설치하고 목적에 걸맞은 영상이나 장면을 끌어내기 위해 상황을 기획하거나 연출하는 식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몰카는 어김없이 타인을 괴롭히거나 돈을 갈취하기 위한 범죄의 도구로 활용됐다.

 

구체적 사례로는 과거 유명배우 이병헌 씨를 둘러싼 몰카 협박 사건이 꼽힌다. 당시 검찰에 따르면 이병헌과 모델 이지연, 걸그룹 멤버 다희(본명 김시원) 등 세 사람은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됐으며 이후 몇 차례 함께 어울렸다. 이 과정에서 이병헌이 자신을 이성으로 좋아한다고 판단한 이지연은 다희와 함께 이성 교제의 대가로 이병헌에게 집과 용돈 등을 받아낼 계획을 세웠다.

 

▲ 과거 유명배우 이병헌 씨를 둘러싼 몰카 협박 사건의 피의자들은 미리 몰카를 설치하고 연출된 장면이 찍히면 이를 빌미로 돈을 뜯어낼 계획을 세운 것으로 밝혀졌따. 사진은 법정에 출두하는 이병헌 몰카 협박 사건 피의자 다희(본명 김시원). [사진=뉴시스]

 

충격적인 사건은 그 이후에 벌어졌다. 이병헌이 “그만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내자 이지연과 다희는 미리 싱크대 벽에 스마트폰을 설치하고 포옹하는 장면을 찍어 영상을 빌미로 돈을 뜯어낼 계획을 꾸몄다. 계획은 결국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은 기존에 가지고 잇던 음담패설 동영상으로 앞세워 이병헌을 협박해 돈을 요구했다. 결국 두 사람은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2개월, 1년 등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도 형량만 줄어들었을 뿐 유죄가 뒤집히진 않았다.

 

최근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영부인 몰카공작’ 사건도 과거 ‘이병헌 몰카 협박’ 사건과 상당히 흡사한 측면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해당 사건 역시 미리 몰카를 준비하고 계획한 상황을 유도해 영상을 촬영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목적 자체가 금전을 노린 협박 보다는 정치적 공세를 가하기 위한 수단 성격이 짙다 보니 영상의 공개로까지 이어졌다. 영상이 유포된 이후 정부·여당을 향한 야당의 정치 공세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몰카를 활용하는 범죄 행위는 기존의 몰카범죄 보다 더욱 죄질이 나쁘다고 입을 모았다. 처음부터 몰카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계획하고 벌였다는 점에서 가중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영상으론 전후 사정을 알 수 없고 편집도 가능하다 보니 특정 상황을 의도적으로 유도하고 찍은 영상으로 피해자에게 2차 범죄를 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상대방을 기만했다는 점에서 사기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금연건물 화장실에서의 흡연과 그 장면이 찍힌 몰카에 빗대 “상식적으로 봐도 누가 더 잘못했는지 뻔 한 상황이지만 지금은 몰카를 설치한 범인은 떳떳하고 담배를 피운 사람은 고개도 못 들고 협박을 당하는 일이 더욱 빈번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만약 몰카에 찍힌 사람이 사회적 명성과 지위가 있는 유명인일 땐 몰카 행위의 부당함을 제쳐두는 경우가 더욱 많다”며 “이러한 세태가 몰카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경감시키고 피해자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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