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에 물 붓나”…계열사 퍼주기에 뿔난 신세계 주주들
“밑 빠진 독에 물 붓나”…계열사 퍼주기에 뿔난 신세계 주주들
▲  신세계건설 PF보증 상환을 위한 자금투입을 두고 주주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신세계건설 건설 대표작인 고양 스타필드. [사진=신세계건설]

  

최근 신세계그룹이 PF부실 리스크로 재무위기를 겪고 있는 신세계건설에 대한 자금 지원에 나서는 걸 두고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신세계건설의 정상화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향후 추가적인 자금 수혈까지 이뤄질 경우 신세계건설의 재무부실이 그룹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는 만큼 주주들의 비판이 거세다.

 

건설업계 및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최근 그룹을 통해 2000억원 수준의 자금을 긴급 수혈 받았다. 신세계 건설은 사모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 받았는데 금융기관이 1400억원, 신세계아이앤씨가 600억원 매입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 11월 신세계영랑호리조트와 합병하면서 내달 초 650억원이 들어올 예정이다.

 

신세계그룹 측은 "신세계건설은 이번 2650억원 규모의 자금 확보로, 상반기 만기 도래 예정인 약 2000억원 규모의 보증채무 이상의 유동성을 사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긴급수혈을 두고 주주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있다. 2000억원이 넘는 그룹 자본을 건설사 구제를 위해 쓰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또 신세계그룹 상황이 조달 받은 자금만으로 부족하단 문제도 제기됐다.

 

한 숨 돌렸지만 경영 정상화 요원…분양시장 한파에 ‘산 넘어 산’

 

▲ 당장 PF부채 상환은 해결했지만 신세계 건설이 해결해야할 문제는 아직 많이 남았다. 사진은 신세계건설이 시공한 의정부 신세계백화점. [사진=신세계건설]

  

자금 긴급수혈로 신세계건설은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2000억원의 PF보증 상환은 해결했지만 전망은 어둡다. 오히려 지속적인 자금 투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신세계건설 재무제표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은 108억7000만원, 2분기는 308억8000만원 그리고 3분기 485억5400만원으로 총 누적 영업손실만 902억2900만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470%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금동원 능력도 대폭 떨어졌다. 관련지표인 유동비율은 81.9%로 안정기준인 100%에 한참 못 미친다.

 

부채는 늘고 있는 데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금융비용도 증가세다. 이미 17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나 지난해 3분기 기준 단기차입금이 2000억원 증가하면서 현금흐름도 크게 악화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22년 3분기 4억원 정도에 그친 금융비용은 작년 3분기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50억원으로 10배 넘게 폭증했다.

 

신세계건설의 위기는 분양 시장 한파 탓이다. 신세계건설은 공급과잉 지역으로 꼽히는 대구에서 6000억 원이 넘는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분양률은 20%대 초반에 그친다.

 

▲ 신세계건설의 다움 장애물은 미분양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신세계건설 장기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사진은 대구 빌리브 루센트로 분양률 21.6%다. [사진=신세계건설]

 

미분양 물량 적체도 문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신세계건설 미수금은 111억100만원, 미 청구공사는 425억9700만원으로 2022년말에 비해 각각 49억원, 169억원 늘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구 수성4가 공동주택·대구 칠성동 주상복합 등 일부 미분양 현장 미수금과 충당금 설정으로 운전자본이 악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신세계건설(A)을 장기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신평사들은 추가 대손 가능성과 진행 프로젝트의 리스크 등을 감안할 때 과중한 재무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다.

 

신세계건설 실적에 이마트는 발목이 잡혔다. 이마트는 지난해 3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 성장한 1102억원을 올려 2022년 4분기 이후 3분기 만에 영업이익이 성장세를 기록했다. 신세계건설 실적으로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2.6% 감소세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건설사들의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 노력으로 주요 건설사에서 이벤트 리스크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면서 “다만 장기적으로 PF리스크가 해소되려면 건설사들의 사업성 개선을 위한 자구 노력, 시장의 극적 회복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주주들 불만 폭주…"건설사 살리려다 부실전이 우려"

 

▲ 주주들은 신세계그룹의 건설사 구하기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신세계그룹 자금 투입에 대한 주주들 반응. [사진=네이버 갈무리]

 

신세계그룹은 추가 자금 필요시 보유 자산 매각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외부자금을 조달해 유동성 확보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어떤 경우에도 부도를 내는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키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건설의 재무 구조 안정화를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신세계건설의 유동성 흐름을 상시 모니터링해 필요시 그룹 차원의 자금 지원 등 다각적 지원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건설사 구하기에 대한 신세계그룹 주주들 분위기는 좋지 않다. 한 주주는 "왜 주주들 자금을 부실 계열사인 건설사 구하는데 쏟아붓냐"며 "이는 주주들을 무시하는 행위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일부 주주들은 신세계그룹의 전폭적 지원으로 부실이 전이될 우려도 제기했다. 신세계그룹 소액주주는 "건설사 살리려다가 부실이 전이된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며 "오너는 주주 돈으로 건설사를 살리기보다 잘 되는 다른 사업에 힘을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과 당국은 당장 건설사를 살리더라도 PF리스크가 장기화되면 결국 위기상황이 반복될 것이라 경고했다.

 

최상목 부총리는 “선진국에서 PF는 기본적으로 땅은 자기자본으로 사고 건물을 짓거나 사업을 할 때 금융을 일으키지만, 우리나라는 대출을 일으켜 땅부터 산다”며 “그러다 보니 분양가격이 폭락하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 구조인데 현행 구조로는 위기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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