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누군가 악의 품고 찍은 몰카 유포 피해자라면”
“만약 당신이 누군가 악의 품고 찍은 몰카 유포 피해자라면”

 

▲ ‘영부인의 몰카’ 사건은 촬영부터 내용까지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된 공작임에도 불구하고 영상에 등장한 명품가방 관련 내용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사진은 청주동물원을 방문한 김건희 여사. [사진=대통령실] 

 

‘영부인의 몰카 영상’을 둘러싼 논란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해외 외신들까지 해당 이슈에 관심을 가질 정도다. 영상 자체가 촬영부터 내용까지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된 공작임에도 불구하고 영상에 등장한 명품가방 관련 내용에만 초점이 맞춰져 영부인의 입장 표명 쪽으로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건의 발단이 된 몰카 피해 여부는 점차 여론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몰카 범죄는 한 개인의 인권과 직결된 심각한 사안으로 평가돼 왔다. 특히 어떤 상황을 유도하면서 찍는 몰카는 심각한 인권침해나 다름없다는 게 국제사회의 중론이다. 국제인권단체들도 우리나라의 불법 촬영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여성과 소녀 삶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번 사건 역시 몰카를 찍은 인물은 남성, 피해자는 영부인이기 이전에 한 명의 여성이다.

 

뇌물 스캔들로 변질된 악질적 몰카 공작…“누군가 찍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 끔찍”

 

최근 ‘영부인 몰카 사건’을 두고 여론이 떠들썩하다. 야당이 “명백한 뇌물 수수”라며 사안 자체에 ‘뇌물 프레임’을 씌우자 사건의 본질 자체가 뇌물 사건으로 변질되는 모습이다. 심지어 지금은 ‘몰카 사건’이 아닌 ‘명품백 논란’ ‘명품백 사건’ 등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공정과 정의에 민감한 국민 정서도 서서히 야당 쪽으로 기울자 여당 내에서도 국민 눈높이를 명분으로 내세워 “입장 표명 정도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 영부인 몰카 사건은 한 언론매체가 영부인의 가족과 인연이 있는 인물에게 카메라가 달린 손목시계를 채워주고 명품백까지 사주며 촬영을 사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영부인 몰카를 촬영한 최재영 목사. [사진=뉴시스] 

 

그럼에도 아직까지 사건의 본질 자체에 집중하는 목소리는 적지 않다. 명품백 논란이 아니라 명백한 몰카 사건이라는 주장이다. 심지어 일각에선 ‘여성 인권침해 사건’이라는 견해까지 나온다. 실제로 해당 몰카는 촬영 방식부터 내용까지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된 것으로 밝혀졌다. 한 언론매체가 영부인의 가족과 인연이 있는 인물에게 카메라가 달린 손목시계를 채워주고 명품백까지 사주며 촬영을 사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촬영을 진행한 인물은 사전에 기획한대로 영부인에게 해당 명품백을 건넸고 영부인이 “다음부터는 이러지 마라”고 말하며 받는 장면이 영상에 담겼다. 영상 내용에는 어떠한 대가를 요구하거나 명품백을 받고 만족스러워하는 표정 등의 장면은 등장하지 않았다. 상대방이 가족과의 인연 때문에 만난 비교적 어려운 관계의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얼떨결에 받았거나 향후 정중하게 돌려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안 자체를 ‘기획된 몰카’ 부분에 집중하는 이들은 ‘역지사지’의 눈으로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누군가 어떤 행동 가능성을 염두하고 함정을 파놓고 그것을 몰래 찍기까지 하는 일을 자신이 당했다면 어떤 심정이겠냐는 것이다. 대학생 이은진 씨(가명)는 “여자들이 목욕탕이나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을 것을 예상하고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는 범죄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며 “여성이 안 벗으면 그만이고 벗으면 만족하는 심리나 명품백을 안 받으면 그만이고 받으면 얼씨구나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꼬집었다.

 

 

▲ 속칭 ‘몰카’라 불리는 불법촬영은 이미 국제사회 전체가 인권침해나 다름없는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몰카를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가 가장 심각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사진은 화장실에 설치된 몰카를 점검하는 여경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직장인 황승아 씨(가명)는 “만약 누군가가 좋지 않은 의도를 품고 몰카를 준비해서 접근하는 상황을 내가 겪었다면 정말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며 “영부인도 사람이고, 여성인데 그런 끔찍한 일을 당했다면 정신적 충격이 상당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관계일수록 거절의 기술도 필요한 것인데 그 자리에서 거절하지 않았다고 끔찍한 인권침해 사건이 뇌물사건으로 바뀌는 상황이 씁쓸할 뿐이다”고 덧붙였다.

 

“몰카 범죄는 여성 인권침해…영부인도 똑같은 여성, 지금은 위로해주고 보듬어 줄 때”

 

속칭 ‘몰카’라 불리는 불법촬영은 이미 국제사회 전체가 인권침해나 다름없는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몰카를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가 가장 심각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발생한 성범죄 사건 중 불법촬영과 관련한 사건은 2017년 585건에서 2017년 6615건으로 11배로 증가했다. 몰카 등을 포함한 불법 촬영 피해자의 80%는 여성이고 가해자 대다수는 남성이었다.

 

해당 보고서는 회사상사가 선물한 탁상시계가 ‘24시간 몰카’를 장착한 것으로 드러난 사건을 비롯해 다양한 피해 사례와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찍기 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또 화장실, 탈의실 등의 몰카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고 이를 수익 창출 등 어떠한 목적에 활용하는 것도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외신들도 우리나라의 불법 촬영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영국의 로이터통신은 “만연한 디지털 성범죄가 한국 여성과 소녀들의 삶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 상당수 시민들은 성적 욕구든, 정치적 욕구든 간에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아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몰카 시도는 범죄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네덜란드 국빈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 부부. [사진=뉴시스]

 

여론 안팎에선 이번 영부인 몰카 사건 역시 구체적인 목적만 다를 뿐 성범죄 몰카와 마찬가지로 어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몰카’라는 수법을 활용했다는 본질은 다르지 않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성적 욕구든, 정치적 욕구든 간에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아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시도는 동일하다는 주장이다. 여자 화장실에 설치한 몰카에 아무런 내용도 찍히지 않았다고 해서 몰카 설치가 괜찮은 것은 아닌 것처럼 영부인 몰카 역시 내용과 무관하게 시도 자체만으로도 이미 범죄라고 봐야 한다는 논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요즘 떠들썩한 영부인 몰카 관련 사건을 보면 다들 무언가에 홀려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누군가 나를 몰래 찍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쁜 일인데, 사전에 기획까지 된 것이라면 누가 당했더라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럼에도 누구도 피해자 보호는커녕 공격하기만 바쁜 모습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은 사건 자체를 ‘명품백 논란’이라고 대놓고 부르는데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범죄 피해자에게 이렇게 가혹해졌다 싶다”며 “영부인도 사람이고 한 명의 여성이다. 우선 명품백 수수 문제는 제쳐두고 범인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함께 몰카 피해로 입었을 정신적 충격이나 상처부터 보듬어줘야 할 때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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