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숴지고, 쓰레기장 방불”…악성 세입자 갑질에 임대인 울분
“부숴지고, 쓰레기장 방불”…악성 세입자 갑질에 임대인 울분

 

▲ 최근 집을 험하게쓰는 임차인들에 많은 임대인들이 이를 방지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쓰래기장으로 변한 임대주택. [사진=커뮤니티]

 

악성 세입자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임대인이 늘고 있다. 집을 심각하게 훼손하거나 쓰레기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엉망으로 방치한 임차인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세사기 대란 이후 세입자인 임차인은 약자이자 피해자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암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는 마련되고 있지만 반대로 ‘악성 임차인’으로 인한 임대인 보호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월세 안 주고 도망간 20대 커플 집구석’이라는 글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글 작성자는 세입자가 1년 넘게 연락을 안 받아 문을 따고 들어가 확인한 집 상태에 충격을 먹었다고 설명했다. 첨부된 사진을 보면 쓰레기장인지 집인지 분간이 힘들 정도로 상태가 심각한 집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거실부터 주방까지 생활용품과 쓰레기들이 가득 차 있었고 음식물도 여기저기 널부려져 있었다. 반려동물 용품부터 배설물도 고스란히 방치돼 있었다. 작성자는 “사진 찍다가 배설물을 밟아서 내일 로또 사러 간다”며 “동물 키우는 사람에게 절대 세를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집 부수고 곰팡이 펴도 전부 임대인 책임…"수리비용 빼면 손해" 

 

▲ 악성 임차인의 종류는 단순 무관심부터 생활습관, 고의적 보복까지 다양하다. 사진은 전세계약 만기 후 부서지고 곰팡이가 핀 신축 빌라와 오피스텔 [사진=독자제공]

  

악성 임차인으로 인해 고통받는 임대인의 사례는 온라인에서만 볼 수 있는 드문 일이 아니다. 첫 임차인을 잘못 받아 신축 오피스텔이 2년 만에 헌집으로 돌아왔다는 이원일(46) 씨는 임차인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며 오피스텔 매도를 결정했다. 이 씨는 “하자도 하나 없이 깨끗하고 정갈하게 잘 지어진 오피스텔을 완전히 부숴놓고 갔다”며 “사람이 어떤 식으로 살면 새집을 완전히 부숴놓을 수 있는지 생활패턴이 궁금할 정도다”고 말했다.

 

이 씨가 보여준 사진에는 금 간 타일과 망가진 스위치, 찍힌 바닥 등 집 곳곳이 망가져 있었다. 이 씨가 수리 및 청소에 들어간 비용만 300만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 씨는 “남의 집을 이 정도로 함부로 쓸 수 있는지 내 상식선에선 이해가 안간다”며 “모든 세입자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첫 임차인에 받은 스트레스가 너무 크고 다음도 이렇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어 손해를 보더라도 마음 편하고 싶어 집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악성 임차인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이는 이 씨뿐만이 아니다. 구로동에 신축 빌라를 임대한 임수현(33) 씨는 수백만원 비용을 지불해 곰팡이 청소부터 검사, 단열재 필름 및 벽지 도배를 다시 했다. 세입자에게 비용을 청구하고 싶었지만 곰팡이는 명확한 책임 소재를 가리기 힘들어 포기했다. 임대한 빌라는 창문도 넓고 신축이라 환기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임 씨는 "2년 만에 집이 곰팡이로 뒤덮여서 집을 완전히 갈아엎었다"며 "곰팡이 같은 경우 관리 부실인지 건축상 문제인지 소재가 확실하지 않아 결국 내가 전부 수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집을 봤을 때 환기도 안 하고 암막 커튼을 치고 빨래를 말리고 있는 관경을 목격하고 곰팡이가 왜 생겼는지 확실히 알게됐다"고 토로했다.

 

임 씨에 따르면 해당 주택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도 "그 건물에 곰팡이 문제가 발생한 건 해당 호실밖에 없다"며 "반지하도 아니고 햇빛이 안 드는 곳도 아니라 작정하지 않는 이상 곰팡이가 생기기 더 힘든 구조다"고 설명했다.

 

악성 임차인 계약위반에도 적반하장…"괴롭히겠다"

 

▲ 임대인들은 대규모 전세사기 이후 갑질 임차인이 증가했다고 말한다. 마치 임대인은 무조건 악이라고 몰아가는 프레임이 사태 원흉으로 지목됐다. [사진=독자제공]

 

계약의 허점을 노리는 임차인도 있다. 특히 '전대차'의 경우 임대인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유형 중 하나다. 전대차란 임차인이 다시 재임대를 하는 것이다. 임대인과 직접 계약이 아닌 만큼 집을 험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동탄 오피스텔을 전세준 김수현(41) 씨는 본래 임차인과 계약에 반려동물 금지 조항을 넣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들어온 전대차인이 반려동물을 들여 집에 악취가 진동했다. 계약 위반으로 인한 청소비를 통보했지만 전대차인은 오히려 해당 계약을 본 적 없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김 씨는 "청소로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집에 개인지 고양이인지 오줌 찌든 악취가 스며들어 계약 위반에 따른 특수 청소비를 요청했다"며 "그런데 오히려 그런 계약한 적 없다고 역으로 신고하겠다고 협박을 하니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통상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차권을 전대하지는 못한다. 임대차 계약서에 전대 금지 특약이 없어도 동의 없는 전대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를 막기란 쉽지 않고 법적 다툼까지 가고 싶지 않은 경우가 많다. 김 씨 역시 전대차 계약이 진행된 후에 통보식으로 알게 됐고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는 설명이다.

 

김 씨는 "1차적으로 처음부터 일을 원칙적으로 처리하지 않은 내 탓이 크지만 암묵적 호의를 이렇게까지 악의적으로 이용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법적 다툼까지 간다면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양쪽 모두 출혈이 불가피하다 생각해 그냥 내가 참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악성 임차인 대처법 공유…"임대인 보호 제도, 사실상 전무"

 

▲ 임차인을 위한 보호법은 점차 강화되는 추세지만 임대인을 위한 안전망은 오히려 약화되는 추세다. 사진은 임대인 의무사항 위반으로 받은 각종 과태료들. ⓒ르데스크

  

최근 임대인들 사이에서는 악성 임차인 대처법이 공유되고 있다. 정책적으로도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 임대인 정보 제시 의무 등 임차인을 위한 정책은 강화되는 반면 악성 임차인에 대한 견제 수단은 상대적으로 매우 미흡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국비아파트총연맹 관계자는 "임대인이 갑이라는 말은 완전히 잘못된 프레임이다"며 "임대와 임차에 선악을 구분 짓는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고 임차인들이 보호받는 만큼 임대인들도 최소한의 안전망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역시 현재 전월세 시장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 균형이 깨졌다고 지적한다. 김현철 제주연구위원은 “임차인에 대한 보호법은 강화되고 있는데 반해 임대인을 위한 보호는 명확하지 않다”며 “임대인들은 월세가 밀리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민사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