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에 대한 청년 직장인들의 솔직 생각 “강요만 빼면 언제든 콜”
회식에 대한 청년 직장인들의 솔직 생각 “강요만 빼면 언제든 콜”
▲ 알려진 것과 달리 20·30 직장인들은 회식 자체를 거부하기 보단 강요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일부는 강요만 없으면 회식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반응까지 보였다. 사진은 회식 중인 직장인들. [사진=픽사베이]

 

언제부턴가 ‘연말 송년회’가 기업과 기성세대의 고민거리가 됐다. 실시 여부부터 참여 범위, 방식 등에 이르기까지 고민 아닌 것이 없다. 회사의 주축으로 성장할 20·30 직장인들을 성향을 의식한 결과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20·30 직장인들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기존의 회식 자리를 기피한다고 판단해 나름의 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20·30 직장인들은 회식 자체를 거부하기 보단 강요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일부는 강요만 없으면 회식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반응까지 보였다. 최근 회식의 대안으로 다양한 활동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들 역시 강요 성격이 남아 있다면 20·30 직장인들에겐 기존의 회식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달라진 송년회 분위기…‘회식 싫어할 거 같은’ 요즘 직장인 의식해 맛집투어·문화생활

 

연말 송년회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주변 맛집에서 식사를 하거나 직장동료들과 함께 문화생활을 즐기는 식이다. 아예 송년회를 하지 않고 휴가를 부여하는 회사도 늘었다. 반대로 저녁 시간 술을 곁들인 식사를 함께 하는 전통적 방식의 송년회는 많이 줄었다. 달라진 송년회 분위기는 법인카드 사용 패턴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올해 12월 일반주점의 법인카드 결제건수는 코로나19 직전이었던 2019년보다 8.1% 감소했다. 노래방과 유흥주점의 결제건수도 각각 23.3%, 38.0% 줄었다. 반대로 테니스장은 558.6% 이상 급증했고 골프연습장(46.8%), 테마파크(12.9%), 볼링장(5.6%) 등도 결제 건수가 늘었다.

 

▲ 회식에 대한 인식은 연령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연령이 낮을수록 회식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 비율 높은 반면 연령 높을수록 회식이 필요하다는 비율이 높았다. 사진은 경기도 수원시에 자리한 한 식당의 모습. [사진=뉴시스]

 

송년회 분위기 변화는 회식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지닌 20·30 직장인들을 의식한 일종의 배려 성격으로 풀이됐다. 미래 인재 확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면서 그들의 성향에 맞춰 조직 문화에도 변화를 주려는 시도가 회식 문화에까지 이어진 것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873명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연말 회식의 필요 유무를 묻는 질문에 ‘필요하다’(50.7%)는 응답과 ‘필요하지 않다’(49.2%)는 응답이 대동소이했다.

 

다만 연령별로 세분화했을 때는 결과가 사뭇 달랐다. 연령이 낮을수록 회식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 비율 높은 반면 연령 높을수록 회식이 필요하다는 비율이 높았다. 회식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20대 53.7%, 30대 54.1% 등이었다. 반면 40대 이상에선 필요하다는 응답이 40대 55.8%, 50대 이상 66.7 등으로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보다 많았다.

 

“회식이 싫다는 생각은 완전 착각, 회식 과정에서의 일정·술·건배사 강요가 싫을 뿐”

 

20·30 직장인들은 회식 자체를 거부하기 보단 기존의 회식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도 회식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그 배경에 ‘강요’가 사라진 분위기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2.9%가 현 직장 회식 문화에 대해 마음에 든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45.9%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무려 7%p 올랐다. 회식 문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중복선택)로는 응답자의 46.7%가 ‘사라진 술 강요 분위기’를 언급했다. 이어 △빨라진 회식 종료 시간 40.6% △화기애애한 팀·부서 분위기 35.7% △사라진 회식 참여 강요 분위기 35.7% 등이었다. 결국 회식 보단 회식에 녹아 있던 ‘강요’ 분위기에 대한 거부 심리가 강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2.9%가 현 직장 회식 문화에 대해 마음에 든다고 평가했다. 사진은 출근 중인 직장인들. [사진=뉴시스]

 

르데스크가 만난 청년 직장인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광화문에서 만난 직장인 김홍석 씨(34·남)는 “팀장님이나 임원들이 부쩍 ‘요즘 사람들은 회식 싫어하지’ 하는 말을 많이 한다”며 “어쩌다 한 번 하는 회식도 팀원 눈치를 많이 본다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엄밀히 말하면 술이나 건배사를 강요하고 회식 자리가 늦게까지 이어지는 게 싫은 것이지 회식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다”며 “젊은 직원은 무조건 회식을 싫어한다는 편견은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울 종로에서 만난 직장인 김희정 씨(29·여)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주변을 보면 무조건 회식이 싫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회식 자리에 있는 구태 문화가 싫은 것뿐인데 무조건 회식을 거부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강요 문화만 없다면 회식이 평소 팀장님이나 임원들과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나누고 사회생활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같은 맥락에서 회식의 대안으로 등장하는 다양한 활동들 역시 ‘강요’가 섞여 있다면 기존의 회식과 다를 바 없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서울 남대문에서 만난 직장인 유영진 씨(29·남)는 “우리 회사는 송년회 회식 대신 팀 단위 문화생활을 하도록 했는데 결국 팀장님 시간과 취향에 맞춰 작품을 골랐고 나머지 직원들은 그대로 따라야 했다”며 “결국 강요에 의한 활동과 다름없었고 오히려 회식 때보다 시간이 더 소요됐다. 어차피 똑같이 강요할거면 차라리 회식이 낫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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