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 내놓은 스페인 시장, 바가지요금 받는 광장시장
저울 내놓은 스페인 시장, 바가지요금 받는 광장시장

[지금 대한민국<411>]-광장시장 바가지 근절 대책 저울 내놓은 스페인 시장, 바가지요금 받는 광장시장

서울시, 정량표시제 내년 상반기 시행…지속적 모니터링 계획

르데스크 | 입력 2023.12.04 18:43

 

▲ 전통시장 바가지요금 논란이 끊이지 않자 서울시에서 직접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시는 정량 표시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사진은 서울 광장시장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사진=뉴시스]

 

 

 

전통시장 바가지요금과 주문 강요 등을 뿌리 뽑기 위해 서울시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만 일각에서는 문제가 터지기 전 전통시장 상인들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자들과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바가지요금’을 씌워 뭇매를 맞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 ‘정량 표시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부실한 구성의 내용물을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종로구, 광장전통시장 상인회, 먹거리 노점 상우회와 상의해 음식 메뉴판 가격 옆에 정량을 표기하는 새 규정을 마련할 방침이다.

 

광장시장 바가지요금 논란은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서 외국인 친구들에게 모둠전을 대접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전집 주인은 해당 유튜버에게 양이 적으니 더 시킬 것을 강요했고 1만5000원이나 내고 받은 모둠전 한 접시는 부실하기 짝이 없어 전국적인 비판을 받았다. 해당 매장은 상인회로부터 10일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해당 사건 후에도 광장시장 내에서 바가지요금과 부실한 음식들이 지속적으로 도마 위에 올라왔다.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다른 전집에서도 똑같은 바가지요금이 성행하고 있었고 내용물 또한 부실했다는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종로구는 내년 상반기부터 정량 표시제, 모형 배치, 미스테리 쇼퍼 등을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정량 표시제는 같은 품목이라도 원재료 구성 및 단가에 따라 점포별로 가격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소비자들이 정량을 기준으로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하도록 돕는다. 일례로 육회 한 접시에 A점포는 1만9,000원(200g), B점포는 2만8,000원(300g) 식으로 가격과 정량이 같이 표기된다. 빈대떡 등 광장시장을 대표하는 먹거리는 모형을 배치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단속반원임을 감추고 매장을 방문해 평가하는 위장 손님인 ‘미스터리 쇼퍼’를 시장으로 상시적으로 보낼 계획이다. 미스터리 쇼퍼를 보내 시는 가격과 정량이 잘 지켜지는지 상시적으로 확인하고 바가지요금이나 강매 등이 적발되면 이를 광장시장 상인회에 전달해 영업정지 등 강력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감시한다.

 

바가지요금을 받거나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등 ‘요주의 상인’은 상시 모니터링 대상에 오른다. 상인회는 상인 대상 서비스 교육을 월 1회에서 2회로 늘리고, 적정가격 유지 캠페인을 주 1회 벌일 예정이다. 

 

동네 시장에서 관광명소까지…소비자 신뢰가 만든 성과

  

▲ 해외에서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선제적 조치를 펼치고 있다. 상인들이 직접 나서 소비자들과의 신뢰를 쌓고 편의성도 개선시키며 관광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독일 뮌헨의 빅투알리엔 시장. [사진=소상공인진흥공단]

 

광장시장은 최근 2030대 청년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지만 해당 논란이 터진 뒤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서울시가 마련한 대책에도 소비자들은 냉랭한 분위기다.

 

한 누리꾼은 "이미 한번 신뢰가 깨졌는데 다시 가고싶은 생각이 없다"며 "바가지 가격도 논란이 일어났을 때 잠깐이고 다시 돌아갈 것이 뻔히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전통시장을 지키기 위해 사전에 바가지 상인을 근절하고 소비자와 신뢰를 쌓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 결과 신뢰 회복에 성공한 시장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으며 지역의 명물로 부상해 지역민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까지 찾아올 정도로 성행하고 있다.

 

신뢰를 배경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전통 시장은 독일 뮌헨에 위치한 ‘빅투알리엔 시장(Viktualien Market)’이다. 200년 역사를 지닌 빅투알리엔 시장은 처음에는 조그마한 지역 시장으로 시작했지만 뛰어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금은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독일의 대표 명소로 위상이 올라갔다.

 

여행지 리뷰 사이트 트리플의 한 누리꾼은 “모든 재료들이 정말 신선했고 가격도 정말 저렴했다”며 “시장 안에 소시지, 스프, 맥주, 생과일 등 다양한 가게를 방문했는데 모두 맛도 좋고 정말 친절해서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보케리아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시장 중 하나다. 상인들은 신선하고 품질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또 세계 제일 시장이 되기 위해 리모델링과 주차장 그리고 시장 견학 프로그램까지 진행하며 매일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보케리아 시장의 특징은 대다수 상점에서 저울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해 가격에 강한 자부심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전통시장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상점들이 청결했고 맛있었다”며 “또 음식 가격표도 정직하게 붙어있어서 바가지에 대한 걱정도 크게 없었다”고 후기를 남겼다.

 

전문가들은 국내 전통시장 또한 제재가 이뤄지기 전 스스로 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점이 부각됐을 때는 이미 시장 자체에 바가지 문화가 퍼져있는 만큼 변화하기 위한 노력이 배로 들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전통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규제가 아닌 상인들의 자발적인 태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규제가 들어온 시점은 이미 문제가 곪아 터진 직후라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바가지 문화를 근절하고 소비자와 신뢰를 쌓아가는 자세가 장기적으로 훨씬 이득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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