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폭행에 사기까지…“새로운 이성 만나면 의심부터 생겨요”

[Le view<357>]-결혼·출산을 피하는 이유(28-연애 사건·사고) 폭언·폭행에 사기까지…“새로운 이성 만나면 의심부터 생겨요”

연애 과정서 범죄, 범죄 계획 후 접근 등 연인 간 사건·사고 줄이어

르데스크 | 입력 2023.11.27 14:16

 

▲ 갈수록 늘고 있는 연인 간 범죄로 인해 새로운 이성을 만나는 것 자체를 경계하거나 꺼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데이트폭력 반대 시위를 벌이는 한 시민단체 회원들. [사진=뉴시스]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연인 간 범죄, 이른바 ‘데이트 범죄’가 결혼·출산율 하락을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갈수록 늘고 있는 범죄에 새로운 이성을 만나는 것 자체를 경계하거나 꺼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탓이다. 만남 자체가 줄다 보니 자연스레 연인으로 발전할 기회가 줄게 되고 종국엔 결혼과 출산율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연애기피 이유로 등장한 이성불신, 잊을 만하면 터지는 폭행·납치·사기 등 데이트 범죄

 

얼마 전 한 여론조사에선 기존과 사뭇 다른 내용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온라인 조사 전문 기업 피앰아이가 전국 20~6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미혼 남녀의 현재 연애 상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로 ‘사회적인 이슈로 만남에 대한 경계·불신이 생겨서’라는 답변이 등장했다. 응답 비율만 놓고 보면 2.3%에 불과했으나 응답자 수로 환산했을 땐 69명으로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이성에 대한 경계·불신을 유발한 ‘사회적 이슈’로는 최근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데이트 범죄’가 지목된다. 폭언, 폭행, 감금, 협박, 사기 등 서로 사랑하는 관계에서 벌어졌다고 믿기 어려운 강력 범죄가 부쩍 늘었다.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범죄는 폭력 사건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데이트 폭력 신고 건수는 7만790건으로 4년 새 39.9% 증가했다. 2019년 5만581건, 2020년 4만9225건, 2021년 5만7305건 등 등락을 반복하다 지난해 급격하게 늘었다.

 

데이트 폭력으로 경찰에 검거된 피의자도 급증했다. 2019년 9823명에서 지난해 1만2828명으로 약 30% 가량 늘었다. 범죄 유형을 보면 상해가 약 70%를 차지하고 체포나 감금, 협박 등도 9%나 됐다. 한 지자체 연구기관과 해당 지역 대학교 연구진이 공동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도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역 대학생 1278명을 대상으로 ‘친밀한 관계 내 폭력 행위 경험 여부’를 조사한 결과, 어떤 식으로든 폭력 관련 행위와 연루된 응답자가 무려 79.5%에 달했다. 10명 중 8명이 데이트 폭력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 [그래픽=김진완] ⓒ르데스크

 

상상조차 어려운 충격적인 사건도 등장하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목포 해양경찰서 소속 현직 경찰관인 최모 씨(30·남)는 연인 관계였던 여성을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다. 살해 전 최 씨는 해당 여성과 말투 문제로 다퉜고 식당 화장실에서 마구 폭행까지 한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지난 16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최 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지난 5월에는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한 상가 지하 주차장에서 한 남성이 연인 관계였던 여성을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해당 남성은 피해자의 결별 요구에 반발하며 집으로 찾아가 폭력을 행사하다 경찰 조사를 받았고 이후 앙심을 품고 피해 여성을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남성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유족에게 용서받지 못했으며 계획살인인 점,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죄책이 크고 높은 생명경시태도와 재범위험성을 고려하면 영구히 사회로부터 격리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심심찮게 들리는 지인들의 데이트 범죄 피해…“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두려워”

 

르데스크가 만난 대다수의 청년들은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진 충격적인 사건·사고와 주변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을 접하면서 새로운 이성에 대한 경계감이 부쩍 높아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새로운 이성을 만나는 것 자체를 꺼리게 됐다는 청년들도 적지 않았다. 그들은 하나 같이 새로운 이성과의 만남을 자제하다 보니 자연스레 연애 공백 기간도 길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김준희 씨(21·남)는 “요즘 뉴스에서 데이트 폭력 사건이 보도되긴 하지만 실제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는 훨씬 많다”며 “얼마 전 주변에서도 연인 간에 서로 말다툼을 하다 서로 경찰에 신고까지 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싸운 이유가 남자가 여자에게 과하게 집착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들었는데 순간 겉으로 멀쩡한 사람이라도 속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괜히 사람 잘 못 만나서 고생 하느니 혼자가 속 편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대다수의 청년들은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진 충격적인 사건·사고와 주변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을 접하면서 새로운 이성에 대한 경계감이 부쩍 높아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은 헤어진 전 연인을 살인한 혐의로 범인이 이송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직장인 유선화 씨(28·여)는 “얼마 전 친한 친구가 소개팅을 한 남자와 잘 돼서 사귀는 사이까지 갔는데 사귄지 얼마 안 돼 부모님이 아프다며 돈을 빌려 달라고 해서 빌려줬는데 연락이 두절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 친구는 그 일을 겪고 나서 다시는 소개팅으로 사람 안 만나겠다고 선언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사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소개팅으로 사람 만나기가 꺼려졌다”며 “직장인 입장에서 소개팅 말곤 새로운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이성을 만나야 하나 고민이 된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이석영 씨(34·남·가명)는 “1년 쯤 전에 헤어진 전 애인한테 된통 당한 이후로는 연애를 하지 않고 있다”며 “한 6개월쯤 사귀었는데 만나는 기간 내내 연락에 엄청 집착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하루는 일하다 몇 시간 정도 연락을 못 했던 적 있었는데 극단적인 말까지 해대면서 난리를 폈다”고 말했다. 이어 “호프집에서 자연스럽게 합석했다가 연인이 된 케이스였는데 그런 일이 겪고 난 이후엔 모르는 이성을 경계하는 습관이 생겼다”며 “아무래도 사람을 가리게 되다 보니 솔로 기간도 자연스럽게 길어졌다”고 부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학과 교수는 “사람은 보통 직·간접적 경험을 통해 행동이나 태도를 학습하게 된다”며 “새로운 이성을 만나거나 연애와 관련해서도 주변에서 안 좋은 말들을 듣게 되면 스스로도 경계감을 갖기 마련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트 폭력 같은 연인 간에 사건·사고가 자주 일어나게 되면 미혼남녀 간에 자연스러운 만남이나 연애 같은 일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결혼이나 출산의 첫 단추인 연애 단계부터 막히게 되는 셈이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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