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대신 ‘1타 강사’…학원가 점령한 ‘사짜직업’ 합격생들
전문직 대신 ‘1타 강사’…학원가 점령한 ‘사짜직업’ 합격생들
▲ 최근 계속된 문과생들의 취업난으로 문과생들 사이에서 전문직 준비가 열풍이다. 올해 법학적성시험과 감정평가사 시험의 응시 인원은 역대 최고치로 전문직의 인기를 반증하고 있다. 사진은 감정평가서 시험 교재. ⓒ르데스크

 

최근 계속된 문과생들의 취업난으로 문과생들 사이에서 전문직 준비가 열풍이다. 올해 법학적성시험과 감정평가사 시험의 응시 인원은 역대 최고치로 전문직의 인기를 반증하고 있다. 하지만 안정성과 고소득을 모두 갖춘 전문직 자격증을 취득 후 법인이 아닌 학원가로 뛰어드는 이색 현상이 MZ세대에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법학적성시험(LEET)의 응시 원수 접수자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LEET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하기 위해 반드시 응시해야 하는 시험이다. 지난해 7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2023학년도 LEET 시험 응시접수자는 1만462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응시접수자 1만3955명을 뛰어넘는 것으로 시행 이후 최고치 기록이다. 


LEET 응시접수자의 학부 전공은 문과 계열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 사회계열 22.3%, 상경계열 20.49%, 인문계열 18.84%, 법학계열 17.43% 등 총 83.72%를 기록했다. 반면 이공계열이나 자연계열은 각각 6.68%, 3.07% 수준에 그쳤다. 


교육 전문가들은 경제불황에 따른 취업난과 함께 청년층이 안정적인 전문직을 선호하게 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했다. 로스쿨의 경우 사법고시가 폐지되고 법학 학부과정 역시 폐지되면서 법조인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확연히 늘어났다는 분석도 있다.


변호사에 이어 감정평가사 역시 선호도에 있어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2023년 제34회 감정평가사 1차시험’에 지원한 인원은 6978명으로 이는 지난해에 비해 무려 2465명이나 증가한 것으로 시행 이후 최고치다.  


구체적으로 감정평가사 1차시험에 지원한 인원은 2018년 1711명, 2019년 2130명, 2020년 2535명, 2021년 4019명, 2022년 4513명이다. 추이 변화를 통해 감정평가사의 인기도가 상승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 그 증가폭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기준 감정평가사시험은 여러 전문 자격사시험 중 1차시험 지원자 규모가 6위였으나 올해 시험에서는 법무사를 제치고 회계사, 세무사, 공인노무사시험에 이어 4위를 기록할 정도로 급상승했다. 


오종운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MZ세대들이 경제 불황 속 안정적인 전문직을 선호하면서 전문직 시험에 아무래도 더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이러한 상황 속에 사실 인문계 전공을 살리는 전문직은 공인회계사와 로스쿨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인공지능·로봇산업 발달에 설 곳 없는 문과생’…8대 전문직 수요 급증


▲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의 한국직업정보보고서에 따르면 문과 8대 전문직에서 변호사의 평균 연봉이 가장 높고 공인노무사의 연봉이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르데스크

 

인공지능, 로봇산업의 발달로 취업 시장과 대입 흐름이 직결되면서 문과생들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3년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 인원 67.5%가 ‘이공계열’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세계적인 경제 불황에 의해 기업들이 공채보다는 수시, 기존 채용 규모 유지 등의 태도를 유지하는 만큼 문과생들의 고용 불안정 현상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현재 문과 대학생들 사이에서 전문직의 인기가 눈에 띄게 커졌다. 전문직은 그 준비기간이 일반적인 기업 취업 준비기간보다 길고, 그 내용 역시 비교적 어렵지만 웬만한 직업군보다 소득이 높고, 높은 연령까지 오래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더해 경기침체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리해고 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 역시 큰 장점으로 여겨진다. 


흔히 문과 8대 전문직이라 불리는 직업에는 ▲변호사 ▲변리사 ▲법무사 ▲공인노무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감정평가사 등이 있다. 이 직업군은 일반적으로 신용도가 높아 담보 없이도 큰 금액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의 한국직업정보보고서에 따르면 문과 8대 전문직에서 변호사의 평균 연봉이 가장 높고 공인노무사의 연봉이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높은 평균 연봉 순으로 보면 ▲변호사(8189만원) ▲공인회계사(7525만원) ▲감정평가사(6804만원) ▲변리사(6537만원) ▲세무사(6372만원) ▲법무사(5809만원) ▲공인노무사(5248만원) 순이다. 


연세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지홍(25‧남)씨는 “저는 프랑스어문학과에 재학중인데 현재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친구들이 전문직, 흔히 말하는 각종 고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어문계열은 정말 특출나게 언어를 잘하지 않는 이상 전공을 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반 기업 채용인원을 보았을 때 상대적으로 이과에 비해 문과를 뽑는 수가 현저하게 적은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며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시간이 비교적 오래 걸리긴 하지만 시험만 통과하게 되면 높은 소득과 안정적인 직장을 얻을 수 있는 전문직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MZ세대 ‘능력에 따라 월 1000 이상 벌어요’…사회적 지위보다 실리 추구


▲ 하지만 최근 오랜 준비기간과 높은 난이도의 시험을 통과한 고시 합격생들이 학원가로 뛰어드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는 단기간에 큰 돈을 벌어 조기 은퇴하려는 ‘파이어족’을 지향하는 MZ세대들의 사고방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감정평가사 시험 학원 전경. ⓒ르데스크

 

전문직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오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문과 8대 전문직 중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학부 4년에 로스쿨 3년을 거쳐 7년 간 공부에 매진해야 한다. 로스쿨 입학 역시 졸업 대학의 고학점, LEET 점수, 공인영어 성적, 자기소개서 등 까다로운 입학조건을 충족시켜야만 입학할 수 있다. 


평균 연봉이 가장 낮은 노무사 역시 3번의 시험 과정을 거쳐야 한다. 1차 객관식 시험, 2차 논문형 시험, 3차 면접시험 등을 모두 다 합격해야만 공인노무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것이다. 공인노무사의 준비 기간은 평균 2년에서 3년 정도로 집계된다.


하지만 최근 오랜 준비기간과 높은 난이도의 시험을 통과한 고시 합격생들이 학원가로 뛰어드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직 자격증을 가진 채 법인으로 가는 것이 아닌 학원 강사로 근무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는 단기간에 큰 돈을 벌어 조기 은퇴하려는 ‘파이어족’을 지향하는 MZ세대들의 사고방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3년 전 감정평가사 시험에 합격하고 현재 감정평가사 학원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우창(30‧남)씨는 “저는 감정평가사 준비를 학원에서 오프라인으로 준비했는데 그 당시 어쩌면 법인에 들어가는 것보다 학원가로 들어가는 것이 단기간에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 근거는 고액의 학원비와 많은 학원생 수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강좌 수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100만원에서 많게는 250만원까지 학원비를 지출하는 것이 보편적이다”며 “한 반에 10명 정도의 학생들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2~3개의 반을 맡게 되면 자신의 능력에 따라 1000만원 이상의 돈을 한 달에 벌 수 있어 법인에서 받는 월급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법인에서 일을 하게 되면 안정적인 수입과 함께 사회적인 지위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돈 만을 놓고 보면 학원가에서 일하는 것이 훨씬 큰 소득을 불러 일으킨다”며 “학원은 철저한 성과제 사회이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소득이 결정되지만 법인은 아직까지 암묵적으로 연공서열을 인정해주는 곳도 있고, 본인이 낸 성과에 비해 보상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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