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하면 자르는 與행보에 국민은 “마치 악덕기업” 몸서리
쓴소리 하면 자르는 與행보에 국민은 “마치 악덕기업” 몸서리

[지금 대한민국<224>]-불통 논란의 與(上-사례들) 쓴소리 하면 자르는 與행보에 국민은 “마치 악덕기업” 몸서리

당‧대, 나경원‧안철수 등에 이어 홍준표도 ‘손절’

르데스크 | 입력 2023.04.17 16:42


▲ 윤석열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달 8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당대표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대통령실, 여당 지도부의 ‘불통’ 논란이 사그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불붙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원내대표,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에 이어 홍준표 대구시장까지 결별에 가까운 조치를 취하면서 당 안팎에서 우려가 고조된다.

 

대통령실, 여당 지도부는 대신 보편적 국민정서에 반(反)하는 언행‧이력 등으로 논란에 휩싸인 인사들을 적극 껴안는 듯한 인상을 보여 수권세력으로서의 길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솟구친다. 각계에서는 대통령실 등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이미지 타격을, 특히 20‧30세대를 대상으로 자초해 집권 3년차에 레임덕(권력누수)의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불통’에 쓴소리한 洪 내친 김기현

 

“우리 상임고문의 경우 현직 정치인으로 활동하거나 현직 지자체장으로 활동하는 분은 안 계신 게 관례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3일 대표 직권으로 홍준표 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한 뒤 내놓은 설명이다. 그러나 배경에는 홍 시장의 고언이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홍 시장은 근래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가 주관한 행사 등에서 ‘4‧3 격 낮은 기념일’ ‘5‧18 헌법전문 수록 반대’ ‘전광훈 우파 천하통일’ 등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개인적 의견을 공식적인 행사에서 공개해 당 지지율 하락에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전 목사는 10일 기자회견에서 “홍 시장님, 황교안 전 대표님 하시는 말씀 보세요. 저게 통제되는 말입니까, 저게. 그래서 (국민의힘은) 전광훈 목사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거예요. 다음 돌아오는 총선에서 200석을 (국민의힘에) 서포트하는 게 한국 교회 목표”라고 주장해 불 난 여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그는 홍 시장을 두고 ‘이 XX’라는 막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해 12월 북구 대구시청 산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전환 추진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홍 시장은 당 지도부의 김 최고위원에 대한 조치, 전 목사와의 결별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김 대표는 김 최고위원에 대해 ‘셀프징계’를 내리는가 하면 전 목사를 두고선 ‘외부인’이라는 취지의 표현을 사용하면서 결별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공교롭게도 김 대표는 전 목사를 두고 “이사야 같은 선지자”라고 찬양한 바 있어 두 사람이 모종의 관계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홍 시장이 강도 높은 어조로 이를 비판하자 김 대표는 의혹을 부인하면서 홍 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해 사실상 홍 시장 대신 전 목사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가 됐다. 급기야 홍 시장은 “그렇게 전 목사를 끼고 돌아 (당을) 운영하고 싶으면 전광훈을 그냥 당 상임고문으로 삼으라”며 “당비를 매월 50만원씩 내는 책임당원으로서 당이 잘못된 길을 가거나 나라가 잘못된 길을 가면 거침없이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바로잡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대통령실 등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홍 시장 해촉을 두고 윤 대통령을 ‘초보’에 빗댔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홍 시장은 최근 MBC 100토론에 출연해 “정치력 없고 초보인 대통령을 뽑아놓고 노련한 삼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정치와 같은 대화‧타협을 해달라는 건 난센스”라고 말했다.

 

보편적 국민정서 역행 논란 인사들 껴안는 듯한 與

 

보편적 민심에 반한다는 논란의 인사들을 껴안는 듯한 대통령실 등의 행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7월 극우 유튜버 논란의 안모 씨 누나가 대통령실에 근무한 정황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다.

 

안 씨는 야권에 대한 합리적 비판을 넘어 ‘간첩 XXXX 추접한 XX’ ‘저 사이코패스 XX들 보소. 시X 어이없네’ 등 공개 욕설로 구설수에 오른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지난해 5월 윤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된 것으로 알려져 대통령실은 극우와의 밀착, 안 씨 누나 특혜채용 등 의혹을 샀다. 안 씨는 지난해 9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되고 그의 누나는 대통령실에 사의를 표했지만 대통령실이 입은 이미지 타격까지 되돌릴 순 없었다.


▲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해 8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은 음주운전 이력의 박순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을 교육부장관에 지명하기도 했다. 박 전 장관은 2001년 12월17일 오후 11시께 서울 중구 일대에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그의 혈중 알콜농도는 면허취소 기준을 훨씬 넘긴 0.251%였다고 한다.

 

박 전 장관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벌금 250만원의 약식기소가 되자 불복해 정식재판을 요구했다가 2002년 1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2002년 전체 음주운전 판결 인원 중 선고유예는 0.78%에 그쳤던 점, 면허취소 기준(혈중 알콜농도 0.1%)의 수 배에 달하는 음주운전 사건에서 선고유예 처분이 내려진 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박 전 장관이 특혜를 입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박 전 장관 임명안을 인사청문회 없이 재가했다. 취임한 박 전 장관은 ‘초등학교 입학 연령 만 5세로 하향’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설화에 휩싸였다. 지금도 감당하기 어려운 자녀 교육비 부담 시기를 앞당기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결국 박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해당 논란에 책임지고 취임 35일만에 사퇴했다.

 

양금희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무위원은 국민 뜻을 헤아리고 세심하게 살펴야 하는 엄중한 자리”라며 “박 장관 사퇴에 깊은 유감과 집권여당으로서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친윤계 의지에 反하는 인사들 상당수와는 결별

 

대통령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반면 대통령‧당대표 등에게 쓴소리를 하거나 친윤계(친 윤석열) 의지에 반하는 인사는 가차 없이 내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대표적 사례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 지원유세에 나서는가 하면 지난해 6‧1지방선거에서 오세훈캠프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하는 등 윤 대통령, 여당을 물심양면 도왔다. 이후 그의 당대표 도전설이 제기되자 윤 대통령은 나 전 원내대표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했다.

 

이를 두고 나 전 원내대표 출마길을 사실상 막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여전히 나 전 원내대표 출마설이 사그라지지 않자 그는 임기 1년의 기후환경대사에도 임명됐지만 나 전 원내대표는 “둘 다 비상근 자리”라며 출마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월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당사를 나서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급기야 나 전 원내대표가 저출산 대책으로 자녀 수에 따른 대출금 탕감 등 구상안을 내놓자 이례적으로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까지 나서서 “개인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올해 1월에는 제주도에서 예정됐던 나 전 원내대표의 기자간담회‧특강이 전격 취소됐다. 허용진 국민의힘 제주도당위원장은 MBC에 “나경원 부위원장이 최근 정부 정책기조와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내일 행사는 선거유세가 아니라 당원교육이기에 수용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실은 나 부위원장의 일련의 처사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러워하고 있다”며 나 전 원내대표에 대한 해촉 가능성을 시사했다. 결국 나 전 원내대표는 1월 저출산위에 사직서를 냈다. 직후 나 전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나는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 대통령, 윤석열정부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불통 논란 속 비상등 켜진 與 지지율…“레임덕 올 수도”

 

윤 대통령, 국민의힘 지지율에는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한국갤럽이 11~13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4일 공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상세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27%, 부정평가는 65%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3주차 조사 때 29%였던 지지율은 4주차 조사에서 올라 줄곧 30%대를 유지했지만 공교롭게도 대통령실 개입 의혹의 김기현 대표, 홍 시장 갈등 와중에 다시 20%대로 내려앉았다. 부정평가 이유로는 외교(28%)가 가장 많았지만 ‘독단적‧일방적(7%)’ ‘소통미흡(5%)’ 등도 포함됐다. 정당별 지지율에서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 대비 1%p 하락한 31%, 더불어민주당은 3%p 상승한 36%로 나타났다.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캐서린 제인 레이퍼 주한 호주대사를 접견하면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대통령실, 당 지도부의 불통 논란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당 내 최고령이자 4선 중진인 홍문표 의원은 “김 대표는 당 기강을 위해 (홍 시장을 해촉) 했다고 하지만 그걸 보는 제3자 입장에선 ‘저런 정도 얘기로 해촉하는 건 너무 심하다는 양론이 상충한다”며 “해촉에 대해 잘했다고 보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희숙 전 의원은 “홍 시장이 비아냥이 섞여 있는, 약간 선을 넘는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면서도 “안타깝지만 당대표는 그런 비아냥을 참아야 한다. 상임고문 해촉이라는 방식은 지지자들에게 ‘꼰대당인가’라는 위기감을 준다”고 했다. 홍 시장은 “내년 총선에서 지면 이 정권은 바로 레임덕이 온다. 사생결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선거전략 전문가인 한상익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교수는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패할 경우 집권 3년차 현상이 바로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상훈(31‧남)씨는 “지금 정부‧여당을 바라보면서 ‘갑질상사’를 떠올리는 주변 사람들이 적지 않다. 뭘 해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소통하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돌아선 20‧30세대가 조금이라도 되돌아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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