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가입에 신뢰도 잃어…안 내고 안 받고 싶은 국민연금”
“강제 가입에 신뢰도 잃어…안 내고 안 받고 싶은 국민연금”

최근 국민연금개혁 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 의제숙의단이 서로 다른 두 가지 내용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채택했다. 넓은 개념으론 ‘많이 더 내고 더 받든가’ 또는 ‘조금 더 내고 그대로 받는가’ 등으로 나뉜다. 국민연금 개혁 목적이 연기금 고갈로 인한 미지급 사태 방지라는 점에서 액수의 차이만 있을 뿐 더 내야 하는 상황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 개혁안을 두고 청년 직장인들 사이에선 전혀 예상 밖의 반응이 나와 주목된다. 의제숙의단이 채택한 내용과는 전혀 다른 제3의 방안을 언급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제3의 방안으로 언급된 내용은 바로 ‘안 내고 안 받겠다’이다. 그동안 노후 대책의 필수품으로 여겨지던 국민 인식이 크게 달라진 셈이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에 대한 하락한 국민 신뢰도를 파악할 수 있는 씁쓸한 현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많이 더 내고 더 받기, 조금 더 내고 전부 싫다…청년 직장인 선택은 ‘안 내고 안 받기’

 

공론화위원회에 따르면 이번에 채택된 두 가지 국민연금 개혁안 중 1안은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고 보험률도 9%에서 13%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내용이 골자다. 국민연금의 취지인 노후 보장 기능을 강화하고자 소득이 있을 때 보험료를 지금보다 더 내고 받는 연금도 늘리겠다는 것이다.

 

2안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0년 이내에 12%까지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현행 40%로 유지하는 방안이다. 1안에 비해 인상되는 보험료는 적지만 받는 연금은 지금과 같다.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연기금 고갈을 막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2안의 경우 내는 보험금 부담금은 늘어나는 반면 보장은 그대로라는 점에서 국민적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평가된다. 


▲ ⓒ르데스크 [그래픽=조승열]

 

공론화 위원회가 두 개의 안에 대해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청년 직장인들 사이에선 시큰둥한 반응이 나온다. 앞으로도 기금 고갈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데다 또 다시 보험금 인상이 이뤄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안 내고 안 받는 내용’이 없는 부분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다.

 

르데스크가 20·30세대 직장인 232명을 대상으로 국민연금개혁안에 대해 의견을 물어본 결과 190명(81.9%)의 청년 직장인들이 ‘안 내고 안 받기’를 선택했다. 이어 ‘더 내고 더 받기’ 32명(13.8%), ‘더 내고 그대로 받기’(4.3%)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청년 직장인 10명 중 8명이나 국민연금을 안 내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청년 직장인들이 국민연금을 내고 싶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불안감이었다. 국민연금 개혁을 한다 해도 향후 약속한 금액만큼 돈을 받을 보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또 다시 보험금 인상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직장인 김수현 씨(여·29)는 “내가 연금을 받으려면 앞으로 약 40년은 더 있어야 하는데 그때 가서 과연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만약 받는다고 해도 인플레이션 등 미래 경제에 변수까지 생각하면 국민연금이 내 미래를 보장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표승빈 씨(남,32)는 “저출산 고령화로 매년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늘어나는데 내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고 앞으로는 이런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것 같다”며 “심지어 국민연금이 매년 적자 위기라는 소리까지 자주 들리는데 내가 늙은 후에 당초 받기로 한 금액만큼 받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고 밝혔다. 

 

▲ 국민연금 지속가능성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도 의구심을 보였다. 사진은 무료 급식을 기다리는 노인들. [사진=뉴시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무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보다 개인적으로 연금보험에 가입하거나 따로 재테크를 시도하는 것이 더욱 안심된다는 견해도 있었다. 직장인 이수빈 씨(가명.28)는 “연금보험 제도를 보험처럼 선택제로 운영했으면 좋겠다”며 “민간에서 운영하는 연금보험 상품이 수두룩한데 가입자가 불만 표출도 못 하는 그런 상품에 내 노후를 맡기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내는 사람 보다 받는 사람 많아지는 국민연금…“각자 연금가입 의무화로 대체해야”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13.59%의 역대 최고치의 기금 운용 순익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 직장인 다수가 불안함을 느끼는 이유는 인구구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저출산으로 연금을 납부할 사람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신들이 노년기에 접어들 때는 국민연금 납부자가 줄어 보험금을 제대로 수급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실제로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이하 중위추계)에 따르면 올해 기준 20~59세 인구는 2984만3651명이다. 반면 국민연금 수급 연령인 만 65세 이상 인구는 1232만775명으로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보다 내는 사람이 훨씬 많다. 문제는 앞으로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20~59세 인구는 순식간에 감소할 전망이다. 통계청 추계를 보면 2042년 20~59세 인구는 2296만6079명이다. 같은 해 65세 이상 인구는 2355만7435명으로 20~59세 인구보다 많아진다.

 

다수의 전문가들 역시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국민 신뢰가 크게 낮아진 만큼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경우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연금으로 인해 앞으로 생겨날 미래세대의 부담 증가는 정치적으로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며 “국민연금을 폐지하고 개인이 소득의 일정 비율을 개인의 연금계좌에 의무적으로 저축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게 현실적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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