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구 도약 도전장 대구은행, ‘내부통제·조직문화·산업자본’ 숙제 산적
전국구 도약 도전장 대구은행, ‘내부통제·조직문화·산업자본’ 숙제 산적

지방은행 최초로 시중은행 전환에 도전하는 DGB대구은행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은행이 갖춰야 할 내부통제가 부실한 데다 지역에 연고를 둔 지방은행 특성상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금융소비자 신뢰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DGB금융지주의 대주주에 삼성생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금산분리 논란 역시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지난 7일 금융당국에 시중은행 전환 본인가를 신청했다. 금융위원회(금융위) 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시 인가방식 및 절차’에 대한 발표를 한 지 일주일 만이다. 대구은행은 전국단위 시중은행으로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 사명을 ‘iM뱅크’로 변경할 예정이다.


만약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에 성공하면 ‘시중은행으로 전환된 최초의 지방은행’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업계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현 정부의 ‘은행 독과점 방지’ 정책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금융 부문의 자유로운 경쟁을 주요 국정과제로 꼽았다. 7일 공개된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윤 대통령은 “국내 은행이 대형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과점 체계가 됐다”며 “대출 등 금융 서비스를 받는 고객 입장에서 독과점으로 피해 보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자유로운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증권계좌 부당 개설 대구은행, 학연·지연·삼성자본 ‘산 넘어 산’

 

▲ [그래픽=김진완] ⓒ르데스크

 

금융업계 안팎에선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지난해 8월 대구은행 일부 영업점 직원들은 증권계좌를 고객 동의 없이 무단으로 개설한 정황이 발각됐다. 이후 금융감독원(금감원)의 긴급검사를 통해 1662건의 증권계좌 무단 개설이 추가 적발됐다. 


구체적으로 대구은행 영업점 56곳의 직원 114명이 고객 서명이 포함된 A증권사 증권계좌 개설 신청서의 사본을 만들어 B증권사의 증권계좌를 무단 개설한 내용이다. 해당 사고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대규모 불법 계좌 사고 발생에 대한 제재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시중은행 전환에 착수하는 것은 다소 성급한 결정으로 보인다”며 “만약 내부통제를 바로 잡지 못한다면 회사 규모가 커졌을 때 피해 범위 역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은행 특유의 학연·지연으로 뭉친 ‘연고주의’도 시중은행에 걸맞지 않다는 평가다. 지난해 3분기 대구은행 공시자료에 따르면 출신 대학을 공개한 20명의 임원 중 대구·경북 소재 대학 출신은 총 13명이다. 전체 65%가 넘는 수치로, 3분의 2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들 중 대구대학교 총장, 대구지방검찰청 부장검사 등 지역 요직을 맡았던 이들도 다수다. 


이런 구조 속에서 ‘형님·동생’으로 대표되는 지역 특유의 사내 분위기가 임직원 간의 내부견제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발생한 금융사고와 관련해 온정주의적인 문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될 정도다. 


‘삼성은행’이라는 숙제 역시 남아있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고향인 대구는 삼성의 영향력이 큰 지역이다. 삼성생명이 대구은행이 속한 DGB금융지주의 지분 3.35%를 보유한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DGB금융지주의 최대 주주는 8.7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시 삼성생명을 매개로 한 삼성의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차기 회장 유력 후보 황병우 대구은행장…시중은행 전환 ‘임무 막중’


▲ DGB금융 차기 회장 후보로 손꼽히는 황병우 대구은행장에게 이번 시중은행 전환 여부는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핵심 과제다. 사진은 황병우 대구은행장. [사진=뉴시스]

 

차기 DGB금융그룹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이번 시중은행 전환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DGB금융은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선정하고 후보군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롱리스트 명단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황병우 대구은행장과 이경섭 전 NH농협은행장의 ‘2파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내부 출신이기 때문에 시중은행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칠 시 당선 확률이 높다는 평가다.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1967년생으로 (대구)성광고등학교와 경북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98년 대구은행에 입행해 이후 ▲이사회 사무국장 ▲DGB그룹 미래기획총괄 ▲ESG전략경영연구소장 등 요직을 담당했다. 그는 약 27년 간 대구은행에서만 근무한 ‘대구맨’이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실제 추진 주체를 황 행장으로 밝혀 성과에 대한 명확한 대상을 나타낸 바 있다. 황 행장은 김 회장으로부터 남다른 신임을 받는 인물로, DGB금융지주에서부터 꾸준히 손발을 맞춘 바 있다.


황 행장은 2018년 김 회장에 선임 당시 비서실장을 맡았고, 다음 해 금융지주 회장과 대구은행장 겸임 체제에서는 은행 비서실장을 맡았다. 황 행장이 대구은행장으로 취임한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은 변수지만, 과거 김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한 사례가 있어 황 행장이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구은행은 지역 특성에 기반한 은행으로, 시중은행 전환에 따른 득과 실이 분명하게 나타난다”며 “체급 확장 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해 지방은행만이 갖고 있는 장점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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