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오빠들, 당연히 특별대접”…팬덤 생산자가 된 소비자들
“특별한 오빠들, 당연히 특별대접”…팬덤 생산자가 된 소비자들

아이돌 가수나 인기 연예인을 각자의 방식으로 좋아하는 행위, 이른바 ‘팬덤’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아이돌 그룹 소속사가 제공해주는 팬싸인회, 음악방송 공개녹화 방송과 스트리밍, 조공 등을 즐기는 수준에 그쳤다면 최근엔 팬심을 표출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는 경우가 다반사다. 심지어 팬심을 드러내는 방법을 직접 만들기까지 한다.

 

“기분 좋은 순간 함께 하고파” 좋아하는 가수 새겨진 포·카 들고 인증하는 ‘예절샷’ 인기

 

‘포토카드’는 단어 의미 그대로 아이돌 가수를 찍은 사진이 새겨진 카드를 말한다. 보통 앨범에 함께 포함돼 있는데 포토카드에 새겨진 사진은 대부분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포토카드 역시 상당한 희소성을 지니고 있다. 다만 앨범을 열어보기 까진 어떤 포토카드가 들어있는 지 모르기 때문에 한 번에 여러 장의 앨범을 구매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아이돌을 광고 브랜드 모델로 기용한 기업들도 제품 홍보나 판매를 위해 포토카드를 활용한다. 제품을 구매하면 포토카드를 구매하는 식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원하는 포토카드를 바로 얻진 못 한다. 원하는 포토카드를 쉽게 구할 수 없다 보니 자연스레 희소성도 높기 마련이다. 자연스레 팬 입장에서 원하는 포토카드를 얻을 때의 기쁨은 상상이다. 

 

▲ 예절샷을 찍기 위해 구매하는 인형은 팬들이 자체적으로 제작하거가 SNS를 통해서 공동구매한 제품들이다. 사진은 한 팬이 아이돌그룹 멤버를 위해 구매했다는 인형의 모습. ⓒ르데스크

 

덕분에 원하는 포토카드를 얻었을 때의 기쁨을 표출하고 이를 기록하는 문화까지 생겨났다. 이른바 ‘예절샷’ 문화다. ‘예절샷’이란 본인이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나 여행을 갔을 때 포토카드를 들고 찍는 행위를 의미한다. 어원은 분명하지 않지만 ‘좋은 것을 먹거나 좋은 것을 볼 때 늘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를 챙긴다’는 의미에서 ‘예절’이란 단어가 붙은 것으로 해석된다.

 

그룹 스트레이키즈 멤버 필릭스의 팬을 자처한 송은빈 씨(27·여)는 “예절샷을 찍으면 좋아하는 가수와 함께 이곳에 왔거나 혹은 좋아하는 가수와 함께 음식을 먹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SNS 상에서 내가 이런 포토카드를 가지고 있다는 걸 자랑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송 씨에 따르면 최근 예절샷 트렌드는 좋아하는 귀여운 인형까지 함께 찍는 것이다. 인형은 좋아하는 연예인의 외모를 닮았거나 또는 그와 비슷한 이미지의 동물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직까지 인형을 소속사에서 공식으로 판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개인적으로 구매하거나 팬클럽 차원에서 공동구매한다. 

 

▲ 기존에 팬들만 향유하던 문화인 생일카페가 기업의 마케팅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은 페리페라에서 개최한 정우 생일카페 초대장의 모습. [사진=페리페라 공식 X]


그룹 하이라이트의 오랜 팬 홍서희 씨(27·여)는 가수의 활동 기간이 오래된 만큼 팬덤 활동 기간도 상당한 편이다. 홍 씨 역시 새로운 팬덤 문화가 등장할 때 마다 빼먹지 않고 즐겼다. 물론 최근에 유행하는 ‘예절샷’ 문화도 즐기고 있다. 홍 씨는 세월이 흐를수록 팬들의 팬덤 문화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앨범 구매, 공개방송 사전 녹화, 팬싸인회, 콘서트 등 정해진 활동만 했다면 지금은 좋아하는 가수를 위해 팬 스스로가 팬덤 활동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앨범의 형태도 과거에는 CD에만 국한됐다면 현재는 QR앨범, USB앨범, 포토카드만 있는 앨범 등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팬들끼리만 즐기는 아이돌 생일 이벤트에 “큰 손 아이돌 팬덤 잡아라” 기업도 가세

 

팬들이 스스로 만들어 낸 팬덤 문화가 하나의 마케팅 방법으로 발전한 사례도 등장했다. 지금은 대부분의 팬덤에서 진행하는 생일 이벤트에 기업이 마케팅 목적으로 참여한 경우다. 지난 2월 뷰티 브랜드 페리페라는 자사 모델이자 아이돌그룹 NCT127 멤버인 정우의 생일을 맞아 ‘생일카페’를 만들었다. ‘생일카페’는 팬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생일날 십시일반 돈을 모아 하루 동안 장소를 대여해 조촐한 생일파티를 개최하는 것을 말한다. 

 

▲ ‘생일카페’는 팬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생일날 십시일반 돈을 모아 하루 동안 장소를 대여해 조촐한 생일파티를 개최하는 것을 말한다. 사진은 보이그룹 라이즈 멤버 앤톤 생일카페 모습. ⓒ르데스크

 

페리페라의 시도는 팬덤 문화인 ‘생일카페’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일정 부분 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NCT127팬들 사이에서 생일카페가 입소문을 타면서 해당 장소를 찾은 인파도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SNS에서 만난 NCT127 팬은 “당시 정우가 모델로 활동하는 기업에서 생일카페를 연다고 해서 가봤는데 기업에서 직접 주도해서 그런지 확실히 규모가 있었다”며 “수많은 NCT127 팬들이 생일카페를 찾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팬덤 문화를 즐기는 대다수의 팬들은 최근의 아이돌 문화에 대해 스스로 만족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군가가 정해놓은 방식이 아닌 스스로 직접 방식을 만들고 실천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취미로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다. 직장인 박지원 씨(26·여)는 “과거보다 확실하게 팬덤 활동에 쓰는 돈의 액수가 커진 것 같다”며 “특히 팬들끼리만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예전보다는 활발해지다 보니 즐기는 방식도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케이팝 산업이 과거보다 발달하면서 팬들이 즐길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이 확대된 것 같다”며 “특정 산업이 발달하면 그와 연관된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것은 당연한 시장 논리다“고 말했다. 이어 “SNS 등에 팬덤 간의 문화가 공유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팬덤 간에 경쟁의식도 새로운 팬덤 문화 형성의 원인 중 하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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