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가 어려운 2030 남성들…“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해요”
연애가 어려운 2030 남성들…“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해요”
ⓒ르데스크
[특별취재팀=홍민기·최영수·고인혜 기자] 남녀의 만남인 연애가 곧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만큼 저출산 대책을 강구하려면 청년층의 연애 현실을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민국이 인구 종식 수순에 들어선 현재 청년 남성의 연애 불능 상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르데스크가 현재 미혼이면서 연애하지 않고 있는 20~30대 남성 29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연애를 하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이성을 만날 기회 부족’을 지목했다. 20대는 42.5%, 30대는 39.0%가 선택했다.

 

직장인 최승현 씨(32·경기 시흥시·가명)는 “연애, 결혼 그리고 남들처럼 아이도 낳고 싶지만 주위에 여자가 없다”며 “청년이 연애나 결혼을 잘 안 하려는 이유는 연애 말고 즐길 일이 많아서일 듯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혼 역시 이제 큰 치부가 아니듯 연애관 자체도 많이 달라졌다”며 “결정적으로 집값이 많이 비싸져 부담돼 결혼까지 생각하기 어렵다”고 했다.

 

20~30대 남성들이 연애하지 않는 2번째 이유로는 ‘경제적 문제’가 꼽혔다. 20대에선 20.6%, 30대에선 26.8%가 ‘경제적 부담’을 지목하면서 20대보단 30대가 연애에 있어 상대적으로 경제적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혼자서 할수 있는게 많다’는 답변이 20대 남성에선 21.9%, 30대 남성에선 17.1%를 차지했다.

 

연인과 헤어진 지 1년 됐다고 밝힌 음악가 조해일 씨(25·서울 서대문구·가명)는 “현실적으로 지금 20대로서 느끼는 불안은 연애 문제가 아니라 돈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며 “연애하지 않는 남자들은 20대든 30대든 돈도 벌어야 하고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여유가 없다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조 씨는 주변 20대 남성들이 연상인 20대 후반 내지 30대 여성과 연애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주변에 여성이 연상인 관계가 굉장히 많고, 동료들은 자기보다 훨씬 연상인 여성과의 만남에 거리낌 없다”며 “문화 분야라서 편견이 덜해 그런 경향이 있는 듯싶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 같은 건 필요에 따라서 하는 일이라고 여기며 개인적으로 결혼 자체에 별 생각 없다”고 밝혔다.

 

▲ ‘이성을 만날 기회의 부족’이 청년 남성이 연애하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경제적 곤란’이나 ‘홀로 즐길 거리 많은 시대’도 연애를 가로막는 주요인이다. ⓒ르데스크 [그래픽=김문우]

 

직장인 김민석 씨(22·서울 용산구·가명)는 금전적 결핍과 이성을 향해 무너진 신뢰 등을 이유로 꺼냈지만 연애의 중요성을 말하기도 했다. 그는 “요즘 가장 큰 걱정인 돈 문제에 쫓기다 보니 당연히 연애할 여유도 없어졌다”며 “연애는 삶에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돈 문제, 이성에 대한 불안한 믿음 그 밖의 여러 이유로 현재 연애를 끊은 상태다”고 했다.

 

그는 “개인주의라던 상관없이 연애든 결혼이든 그냥 그런 건 다 자기가 알아서 할 문제고 굳이 그런 일을 남이 참견할 필요 있나 싶다”며 “할 사람은 다 하고 못하는 애들은 아무것도 안 하고 계속 집에만 있는 모양새인데, 그런 애들 보면 연애에 그냥 무관심하고 스스로 관리도 할 줄 모르고 그래서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고 단언했다.

 

시작마저 힘든 청년들의 연애, 꽉 막힌 인구 탄생의 경로

 

전문가들 사이에선 저출산 세태 해결책을 다수의 ‘비연애 청년’ 안에서 찾아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오아시스는 결국 사막 안에 있다는 것이다. 남녀가 만나 연애, 결혼 그리고 아이까지 낳는 일반적인 삶의 경로를 상정했다. 아이가 태어나려면 원론적으로 연애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의미다.

 

직장인 왕인석 씨(33·세종시·가명)는 “연애를 못하는 시대라기보다는 연애를 너무 쉽게 할 수 있는 시대다”며 “연애를 소중히 여기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굳이 지금 당장 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못 느끼는 듯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연애를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결혼을 늦추고, 늦어진 결혼이 출산율에도 영향을 끼치리라고 본다”고 했다.

 

현재 연애 중이라는 왕 씨는 “돈이 많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텐데 요즘 돈이 별로 없어 그 부분이 아쉽다”며 “결혼이 꼭 필요하다곤 생각지 않지만 내 자식이라면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행복한 가정이라는 전제하에, 그런 가정만이 줄 수 있는 안정감이 확실히 있는 듯하다”고 했다.

 

▲ 일부 20대 남성은 연상 여성과 연애하는 데 거리낌 없다. 사진은 장 뤽 고다르 감독 영화 ‘남성 여성’(1966) 포스터 일부. [사진=한국영상자료원]

 

사업가 김수영 씨(34·서울 강서구·가명)는 결혼을 제도적 관점에서 바라보며 장단을 언급했다. 사회에 적극 참여토록 유도하는 결혼 제도의 기계적이면서도 긍정적인 기능을 내짚었다. SNS와 팬데믹 시기가 사람들의 연애에 미친 영향과 상관관계도 얘기했다.

 

김수영 씨는 “결혼은 사회 계급화에 일정 부분 기여하면서 사회의 책임 중 일부를 개인에게 전가하는 측면이 있다”며 “그럼에도 개인한테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동기를 주며 동시에 책임감을 부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애하지 않는 청년 문제가 유독 남성한테서 두드러진다면, 어떤 편향에 남성이 더 취약한 부분이 있어 그렇지 않을까 짐작한다”며 이어 “SNS 전성시대와 팬데믹을 거치면서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저하했다는 측면, 핵가족화 및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자기중심적 사고관이 확대됐다는 측면 등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의 연애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요청된다고 봤다. 청년 불안을 덜리는 사회 여건 조성으로 결혼과 미래에 대한 기대가 우러난다면 청년 연애 현실도 서서히 달라질 수 있다고 희망을 시사했다.

 

곽 교수는 “지역, 기업 등 여러 단위의 커뮤니티에서 미혼 청년들이 자연히 어울리도록 하는 이벤트를 제공하고 아울러 활성화해야 한다”며 “남녀가 연애를 도모하게 되는 건강한 사회적 흐름이 절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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