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금(金)” 부모세대 조언 몸소 실천하는 요즘 청년들
“시간은 금(金)” 부모세대 조언 몸소 실천하는 요즘 청년들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예전 같았으면 당연히 ‘NO’라고 답했겠지만 요즘엔 ‘YES’라는 대답도 틀린 말은 아닌 세상이 됐다. 정확히는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여주는 개념이지만 개인 시간이 늘어난다는 관점에서 보면 돈으로 시간을 샀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시간을 사는 소비 행위는 효율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청년층 사이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기다리는 시간 줄이고 불필요한 광고 안 보고…시간까지 돈으로 사는 세상이 왔다

 

롯데월드에서 판매중인 ‘매직패스’는 줄을 서지 않고 놀이기구를 탑승할 수 있게끔 해주는 일종의 우대권 개념이다. 매직패스를 구매할 경우 최대 200분까지 걸리는 인기 놀이기구 대기시간이 10~20분으로 줄일 수 있다. 현재 5회권은 5만4000원, 7회권은 7만5000원에 각각 판매되고 있다.

 

매직패스는 도입 초기만 해도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경제력에 따라 놀이기구 대기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 자체가 불평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테마파크 특성 상 어린이 고객이 많다는 점에서 어린 아이들이 자본주의의 냉혹한 현실에 상처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매직패스에 대한 반응은 사뭇 달라졌다. 잡음은 여전하지만 호응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시간의 중요성이 날로 더해지면서 시간을 살 수 있다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돈 보다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 성향은 청년층 사이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 매직패스를 구매할 경우 최대 200분 이상 걸리는 인기 놀이기구를 10~20분 만에 탈 수 있다. 사진은 매직패스 이용고객 전용 출입구. ⓒ르데스크

 

직장인 박승진 씨(27·여)는 “매직패스는 사람들이 많은 금요일이나 주말에는 꼭 필요하다”며 “매직패스를 이용해 아낀 시간으로 다른 놀이기구를 한 번 더 탈 수도 있고 남들보다 좋은 자리에서 퍼레이드를 구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입장권과 달리 꼭 구매해야하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나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는 것인데 꼭 나쁘다 볼 순 없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영상 콘텐츠 플랫폼 ‘유튜브’에서 판매 중인 유료 멤버십 서비스 ‘유튜브 프리미엄’도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 수는 지난해 전 세계 기준 약 8000만명으로 월 이용료는 한국 기준 1만4900원이다. 해당 서비스의 가장 큰 혜택은 영상 중간에 광고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용자 입장에선 불필요한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같은 시간에 더욱 많은 영상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대학원생 최지원 씨(30‧여)는 “처음에는 광고를 넘기는 과정이 귀찮아서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하게 됐다”며 “이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같은 시간에 더욱 많은 콘텐츠를 볼 수 있어 점점 만족도가 높아졌고 지금은 프리미엄 없이는 유튜브를 이용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 달에 1만5000원 정도가 자동으로 결제되긴 하지만 만족도는 최상이다”고 부연했다.

 

“정당하게 돈 주고 내 시간 아끼는 게 뭐가 문제” 인기 끄는 ‘줄서기 알바’

 

시간을 최대한 아끼려는 소비 성향이 대세로 자리매김하면서 돈을 주고 대신 줄을 서주는 사람을 구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반대로 돈을 받고 대신 줄을 서주는 이들을 일컬어 이른바 ‘줄서기 알바’라 부른다. 과거엔 해외 명품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려는 부자들이 ‘줄서기 알바’를 주로 이용했다면 요즘엔 굳이 부자가 아니더라도 시간을 아끼려는 이들이 유명 식당이나 인기 매장 등을 이용하기 위해 ‘줄서기 알바’를 찾고 있다.

 

▲ 아르바이트 플랫폼, 카카오톡, 구글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도 '줄서기 알바'와 관련된 게시물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알바천국 캡쳐]

 

실제로 네이버, 구글, 카카오톡 등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줄서기 알바’ 검색어를 입력하면 관련 후기, 이용기 등 관련 게시물들이 여럿 등장한다. 아르바이트 플랫폼이나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서도 ‘줄서기 알바’ 구인·구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유명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줄서기 알바 구직’ 게시물의 경우 대부분 판매 완료된 상태였다.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가정주부 홍은화 씨(37·여)는 “예전에 아이 학원 등록 때문에 줄서기 알바를 구한 적 있다”며 “선착순 등록을 받다 보니 알바를 쓰지 않고는 도저히 등록할 자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놀랍게도 나중에 등록에 성공한 후에 다른 엄마들에게 물어보니 거의 대부분이 줄서기 알바를 썼다는 것이었다”며 “내 시간을 아끼기 위해 정당하게 돈을 주고 사람을 쓰는 게 굳이 나쁘진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시간의 활용과 효율을 중요하게 세태가 강해질수록 시간을 소비하는 행위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로 전망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자 하는 바람은 어찌 보면 당연한 욕구라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나 상품들이 여럿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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