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아성 못넘은 뷰티강자 ‘세포라’…현지화 실패에 철수
K-뷰티 아성 못넘은 뷰티강자 ‘세포라’…현지화 실패에 철수
▲ 세포라코리아가 19일 공식 SNS를 통해 5월 한국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기자가 방문한 세포라 매장에도 손님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르데스크

 

세계 최대 뷰티 편집숍 세포라코리아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 세포라는 명품브랜드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이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로 전 세계 35개국에 약 3000개의 매장 보유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한 채 현지화에 실패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포라코리아는 지난 2019년 10월 코엑스 파르나스 몰에 제 1호점을 오픈하며 국내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해 여성들 사이에서 파데프리, 노 메이크업 등이 유행하며 매장을 유지하는데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세포라코리아는 지난 19일 공식 SNS를 통해 오는 5월 “무거운 마음으로 영업종료를 결정했다”며 “오는 5월6일부터 온라인몰, 모바일 앱스토어, 오프라인매장 운영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 철수를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 [그래픽=김문우]

 

세포라코리아의 철수 배경에는 국내 화장·뷰티 트렌드에 대한 낮은 이해도가 지목된다. 국내 뷰티 편집숍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제품들을 고객이 직접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했지만 수수한 화장법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글로벌 화장품 위주로 판매하고 있는 것도 국내 소비자들이 세포라에 등을 돌린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신촌에 위치한 세포라에서 만난 김세은 씨(23·여)는 후다 뷰티·펜디뷰티 등 아무리 유튜브 등에서 자주 보여 익숙한 브랜드임에도 구매하기엔 본인이 추구하고 있는 느낌의 화장과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장을 한 눈에 살펴봐도 국내 브랜드보다 글로벌 브랜드가 눈에 띄었다. 다양한 브랜드 중에서 아는 브랜드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모르는 브랜드였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본인이 추구하는 화장과 선호하는 화장품 브랜드가 있는데 처음 화장을 시작할 때부터 견고하게 쌓아온 브랜드에 선호도를 세포라코리아가 파고들기에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세포라코리아가 국내에 도입된 2019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실속형 소비 트렌드가 업계 전반적으로 퍼졌다. 국내 뷰티 편집숍의 경우 중저가 브랜드부터 고가 브랜드까지 많은 상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해 소비자 선택의 폭이 늘렸지만, 세포라코리아는 주로 중고가 화장품을 판매했다.

 

▲ 세포라가 글로벌 중고가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도 국내 소비자를 사로잡기엔 무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실제로 세포라에서 판매하고 있는 글로벌 메이크업 제품. ⓒ르데스크

 

국내 뷰티 편집숍과 비교했을 때 세포라는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국내 뷰티 편집숍의 경우 자체 할인 쿠폰 배포, 매장 단독 할인, 포인트 적립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소비자들을 끌어 모았다. 대부분 정가를 받고 있는 세포라의 제품의 경우 국내 소비자를 사로잡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2019년 세포라가 한국에 도입될 때만해도 3년 내 14개 이상의 매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4개 매장만 운영하고 있다. 오히려 명동점과 여의도 IFC몰에 있던 매장을 폐업하며 규모를 줄이고 있다. 매장 확대에 실패하면서 세포라가 다른 국내 뷰티 편집숍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진 것도 한국 철수에 대한 또 다른 요인이다.

 

김수정 씨(27·여)는 “사실 화장품은 이거 사야지해서 가는 경우보다 급하게 사려고 들르는 경우가 더 많은 거 같다”며 “한국인들이 급하게 방문하기엔 매장 수가 너무 적었던 점도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 한 원인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포라에만 판매되는 제품이 아니라면 굳이 들어가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화장품은 여성들의 취향을 많이 타는 만큼 니즈 분석이 중요한데 초창기 한국에 들어올 때 한국 소비자의 니즈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 해 발생한 일로 보인다”며 “추후 또 다른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 진출하려고 할 때 이번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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