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실내 체육시설 안전…“사망 위험, 책임은 이용자몫”
구멍 뚫린 실내 체육시설 안전…“사망 위험, 책임은 이용자몫”
ⓒ르데스크

최근 실내체육시설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정작 안전관리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색 취미로 떠오른 실내암벽등반 시설의 경우 사망사고가 수차례 발생하는 등 사고 발생 위험이 큰데도 면책 동의서만 작성하도록 한 뒤 별도의 안전교육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고 책임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에 마련된 실내암벽등반 시설은 대부분 볼더링(제한시간 내에 얼마나 많은 루트를 완등 하는지 겨루는 종목)이 주를 이룬다. 볼더링은 특별한 안정장치 없이 맨손으로 암벽을 올라가야 하는 종목의 특성상 안전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기자가 직접 방문한 실내 암벽등반 시설은 모두 클라이밍의 위험성을 기재해 이용자들이 확인한 뒤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신청서에는 ▲클라이밍은 신체적 상해나 사망까지도 초래할 수 있는 운동임 ▲위험은 다양하며 완벽하게 제거하거나 감소시킬 수 없는 운동임 등이 적혀있었다.

 

▲ 일일 체험 신청서에는 사망 위험성이 있다는 경고 문구를 기재해뒀음에도 불구하고 따로 안전 수칙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르데스크

 

신청서에는 클라이밍의 위험성을 적어뒀지만 기자가 일일 체험권을 결제하기 전 강사로부터 들은 안전에 관한 주의라고는 “상해 보험 가입에 동의하시죠?”와 클라이밍 경험 횟수를 묻는 것으로 끝났다. 클라이밍이 위험한 스포츠라는 사실을 일일 이용권 신청서에서는 기재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용객에게는 위험한 스포츠임을 강조하지 않고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씩 클라이밍을 즐기고 있는 안혜인 씨(27·여)는 “처음 강습을 들을 때 ‘클라이밍은 크게 다칠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라고 강조하기는 했다”면서도 “한 시간 강습 중에는 추가로 안전에 대한 부분을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크게 다칠 수 있는 운동이라면 추가적인 강습이나 그에 대한 주의 당부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씨에게 일일 체험 신청서에 있는 사망과 관련 문구와 부상과 관련 문구를 보여주니 “사람의 목숨과도 직결될 정도로 위험하다면 어떻게 위험한지에 대한 설명은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서약서에 사망할 수도 있다고 적어 놓을 정도로 위험한 스포츠라면 가장 많이 다치는 부분 위주로 안전 기구를 사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맨몸 운동이라고는 하지만 이용하는 사람들이 다치는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면 스포츠를 즐기는데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보호 장구 착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트 크기 규정없어…이용자 부상·사고에도 나몰라라

 

▲ 클라이밍의 경우 매트 밖으로 추락할 경우를 대비해 등반벽보다 매트 크기를 크게 만드는 것이 원칙이다. ⓒ르데스크

  

스포츠 클라이밍 특성상 추락에 따른 사고 발생 가능성이 큰 만큼 추락 매트에 대한 안전관리가 중요하다.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는 관련 규격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그러한 기준이 없어 업체별로 기준을 따로 마련해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남에 위치한 클라이밍장에서 만난 김유리 씨(28·여)는 과거 클라이밍을 즐기다가 딱딱한 매트에서 발목을 접질려 한 달 동안 깁스를 하고 다녔다고 했다.

 

김 씨의 말대로 매트를 확인해보니 딱딱한 것도 문제였지만 매트의 높이가 충분하지 않았다. 등반벽 주변에 매트가 없는 것도 문제로 보였다. 클라이밍의 경우 등반벽 밖으로 착지할 경우를 대비해 등반벽 주위로 여분의 매트를 깔아두는 게 원칙이다.

 

이날 방문한 클라이밍장 대부분은 매트가 등반벽 크기 이상으로 제작돼 있었다. 다만 한 곳은 매트 크기가 등반벽 크기와 동일해 착지하다가 매트가 아닌 바닥을 짚는 순간 큰 부상으로 연결될 우려가 있어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고재옥 서울과기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 클라이밍과 관련된 자세한 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선진국의 매뉴얼을 참고해 우리나라도 관련 법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고 교수는 “클라이밍으로 인한 부상 횟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면 법으로 강력하게 제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용객들 자유로운 낙하 중, 제재하는 강사·안전관리자 전무

 

▲ 클라이밍은 안전하게 낙하하는 방법으로 클라이밍 다운을 권장하고 있다. 사진은 일부 구간만 클라이밍 다운으로 내려온 뒤 뛰어내리고 있는 이용객들의 모습. ⓒ르데스크

 

체육시설법 제24조에 의하면 실내 클라이밍장에는 안전관리 전문 요원이 배치돼야 한다. 클라이밍장에서는 상주하고 있는 강사들이 안전 교육을 받은 강사들인지 혹은 클라이밍과 관련된 자격증이 있는지 눈에 보이는 곳이 비치돼 있지 않아 적합한 자격이 있는 강사들로 이루어져 있는지 확인이 불가했다.

 

채용 홈페이지를 확인해본 결과 강사 및 아르바이트 모두 서비스업 종사 경력과 강습경력이 있는 사람을 우대한다고 적혀있었다. 사람들을 가르치는 강사에게 제대로 된 경력보다 과거 서비스업에 종사했던 사람을 우선시하고 있는 점에서 혹시라도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을 자아냈다.

 

공 교수는 “서약서에 위험하다고 적어둔 이후 이용객이 강사 자격을 확인할 수 없는 건 이용객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며 “눈에 잘 보이는 곳에 강사 자격증을 비치해두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첨언했다.

 

클라이밍은 안전과 부상 방지를 목적으로 홀드를 잡고 내려오는 클라이밍 다운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이용객들은 완등 후 바로 낙하하거나, 일부 구간만 클라이밍 다운으로 내려온 뒤 뛰어내리는 등 위험하게 낙하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를 제재하는 강사나 관리인은 없었다. 오히려 강사들이 이용객들과 함께 클라이밍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매트 위에 적어둔 안전 관리 멘트와 벽에 붙여둔 종이가 이날 보거나 들을 수 있던 유일한 안전관련 멘트의 전부였다.

 

공 교수는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안전의식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지 않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법으로 제정해 모두가 지키도록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고 교수도 “클라이밍을 즐기는 이용객들도 안전하게 클라이밍을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등반보다 착지할 때 부상이 높은 스포츠이니 만큼 조금 더 안전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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