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폐쇄 행렬…‘부자 모시기’ 프리미엄 점포는 확대
은행 점포폐쇄 행렬…‘부자 모시기’ 프리미엄 점포는 확대
[사진=우리은행]

국내 시중은행이 비대면 거래의 확산으로 지점수를 대폭 줄이고 있는 가운데, 슈퍼리치들이 이용하는 고액 자산가 전용 점포는 오히려 확대에 나서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부자 고객들의 특급 대우를 통해 ‘양보다 질’을 추구하겠다는 은행업계의 사업 전략으로 분석된다. 경제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포용금융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지점 수(출장소 제외)는 2643개로, 1년 전(2736개) 대비 100여 곳이 없어졌다. 영업점의 폐쇄 및 통합 분위기는 여전하다. 불과 몇 달 전 지난해 4분기만 하더라도,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6개의 지점을 폐쇄했다. 


▲ [그래픽=김문우] ⓒ르데스크

 

특히 우리은행은 ▲서울 3곳 ▲전북 1곳 ▲경기 2곳을 지점에서 출장소로 격하시켰다. 이를 두고 앞서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점포 폐쇄를 신중히 하라고 압박한 것을 우회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우리은행 필두로 한 ‘고액자산가 모시기’ 확대 전망…“포용 금융 중요해”

 

은행업계는 비대면 시스템 확대를 근거로 지속해서 지점을 줄이고 있지만, 자산규모가 큰 부자들이 이용하는 ‘프리미엄 점포’의 수는 오히려 증가 추세다. 해당 점포는 단순 금융 상품 소개를 넘어 절세, 상속·증여 등 전반적인 종합자산관리가 주목적이다. 

 

슈퍼리치 영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자산관리 특화 점포를 기존 6개에서 오는 2026년까지 20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앞서 2월, 우리은행은 해운대 마린시티에 자산관리 특화점포를 추가로 열었다. 당초 임종룡 우리금융회장이 올해 슬로건을 ‘자산관리 전문은행 도약’으로 제시한 것에 따라 ‘고액자산가 모시기’는 확대될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강남에 위치한 PIB센터 1개와 패밀리오피스 센터 2개(서울·반포)를 포함한 25개의 PWM센터를 운영 중이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서울 반포동과 도곡동에 30억원 이상 자산가가 이용하는 ‘KB골드 앤 와이즈 더 퍼스트’ 지점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KB금융그룹이 발표한 ‘2023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이 10억~100억원 미만인 자산가는 41만6000명이다. 이어 ▲100억~300억원 미만(3만2000명) ▲300억원 이상(9000명) 순이다. 


직장인 박현성 씨(29·남)는 “은행이 아무리 사기업이라고 할지라도, 국민의 자금을 관리하는 공적인 기능 역시 수행해야하는데, 부자들 특별 관리에 전념을 다하겠다는 행보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빈익빈 부익부가 더 심화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확대하는 ‘포용 금융’의 필요성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금융 당국은 은행의 경영 평가에 중요한 기준으로 금융 포용성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