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걸그룹 에스파 카리나의 열애 사실이 드러난 이후 일부 팬들의 도 넘은 비난 행위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이돌 직업 특성상 팬들의 관심과 지지는 필수지만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아이돌의 사생활 침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성숙한 팬덤문화가 K-팝을 비롯한 대중문화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달 27일 걸그룹 카리나가 배우 이재욱과 공개연애를 시작했다. 이후 일부 팬들이 카리나의 공개 연애를 두고 소셜미디어(SNS)에서는 공개적으로 카리나를 질타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뿐만 아니라 SM엔터테인먼트 사옥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였고 카리나는 결국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이돌에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팬덤이 K-팝 발전을 견인했지만 일부 팬들의 지나친 아이돌 우상화는 오히려 K-팝 발전을 저해하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성숙한 팬덤문화로 인해 해당 아티스트나 아이돌이 피해를 본 사례는 꾸준히 발생했다. 

일부 아이돌 팬들의 과민한 반응은 아이돌 시장에서 연예인이 연애 사실을 숨기거나 우울증을 야기시키는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스타의 사생활을 알아내 그것을 금전적인 거래에 이용하거나 해외 스케줄 시 스타들의 항공편을 조회해 비행기까지 따라 타는 등 사생활 침해에 대한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22년 걸그룹 프로미스나인 멤버 이새롬은 악동뮤지션 이찬혁과 열애설 이후 2개월간 활동을 중단했다. 당시 소속사에서는 건강상 문제로 인한 활동 중단이라고 주장했지만,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열애설로 인한 활동 중단이라는 점에 무게가 실렸다.

 

또 지난 2018년 큐브 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그룹 펜타곤 멤버 이던과 현아의 열애설이 터졌다. 열애설 이후 이던은 활동을 잠정 중단했고, 그룹과 소속사에서도 퇴출당했다. 2009년부터 큐브 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던 현아도 신뢰 회복 불가를 이유로 이던과 함께 퇴출당했다.

 

열애설 당시 일부 팬들은 “펜타곤 앞날이 구만리다. 진상 선배 짓 그만해라” “현아 이미지가 바닥인데 신인에 붙이지 마라” “싼티나 보인다. 헤프게 다니니 이런 소문이 나는 것” “현아가 무대에서 이던에 성희롱 하더라” 등 현아를 향한 도를 지나친 악플을 달았다.

 

전문가들은 성숙하지 않은 팬덤 문화는 지양해야 하는 문화인 것에 동의한다. 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누구나 사생활이 중요하듯 연예인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며 “연예인이기 이전에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동시에 연예인 스스로가 사생활을 공개하지 않았다면 소비하거나 궁금해 하지 않는 자세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