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TSMC 손잡자 고립된 삼성, 초격차 기술 사활
하이닉스-TSMC 손잡자 고립된 삼성, 초격차 기술 사활

[재계는 지금<193>]-삼성전자 AI 반도체 공급망 하이닉스-TSMC 손잡자 고립된 삼성, 초격차 기술 사활

SK하이닉스 TSMC 기술협력 …엔비디아 AI반도체 공급망 동맹 합류

르데스크 | 입력 2024.04.23 14:30
[사진=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TSMC와 기술동맹을 맺으면서 AI를 앞세운 엔비디아의 반도체 공급망에 삼성전자만 소외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위기 극복 키워드로 강조한 ‘기술력’을 앞세워 이러한 위기를 헤쳐나갈 전망이다. 

 

SK하이닉스와 TSMC는 모두 엔비디아 거래 업체로 각각 고대역 메모리(HBM) 공급과 AI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고 있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AI 학습에 가장 적합한 반도체란 점이 알려지자 시장을 주도하는 가장 강력한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엔비디아의 GPU 시장 점유율은 80%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 생산과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TSMC와 동맹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와 TSMC의 경우 주력 사업이 AI 반도체 분야에서 크게 겹치지 않는다. 

 

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부터 시스템 반도체, 패키징, 테스트까지 반도체 전 공정을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다. SK하이닉스와는 HBM 분야에서, TSMC와는 AI 반도체 위탁생산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TSMC가 기술동맹을 맺고 이를 대대적으로 발표하는 식으로 견제에 나서고 있는 배경이다. 


SK하이닉스와 TSMC가 협력하는 이유는 2026년 양산 예정인 ‘HBM4’(6세대) 개발을 위해서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향상한 제품이다. D램 칩을 수직으로 많이 쌓을수록 대역폭이 높아지며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많아진다. 즉 대역폭이 높을수록 고성능 메모리를 요구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로부터 선택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SK하이닉스는 5세대 HBM까지는 자체 공정으로 HBM의 두뇌 역할을 하는 ‘베이스 다이’를 만들었다. 6세대부터는 TSMC가 보유한 초미세 선단 공정을 활용할 계획이다. 베이스 다이는 HBM 제품의 바닥 부분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연결돼 HBM을 통제하는 역할이다.

 

▲ HBM이 AI 반도체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로 올라가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은 SK하이닉스(위)와 삼성전자의 5세대 HBM 제품 이미지. [사진=각사]

 

엔비디아는 GPU와 중앙처리장치(CPU), HBM을 결합해 AI에 특화한 시스템으로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엔비디아 공급망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사실상 AI 반도체 시장 진출이 힘들다. 현재 SK하이닉스가 HBM, TSMC가 CPU의 반도체, 엔비디아가 GPU 및 을 담당하며 사실상 3각 동맹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TSMC가 협력했다는 점보다 이를 대대적으로 발표한 게 더욱 이례적이다”며 “기술 협력은 이전부터 기업들끼리 많이 이뤄졌지만 지금처럼 크게 발표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삼성전자에게 3각 동맹의 공고함을 알림과 동시에 엔비디아 공급망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공급망 반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경쟁사들의 견제로 공급망에서 배제된 만큼 경영 상황 또한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주부터 삼성전자는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를 시행하며 모든 임원을 대상으로 주6일 근무에 돌입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기술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 TSMC 동맹 발표 전날 업계 최초로 HBM3E(5세대) 개발 성공을 발표하며 엔비디아에 샘플을 납품했다. HBM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의 테스트 마무리 후 납품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가 지금은 SK하이닉스의 손을 들어주고는 있지만 기술력에 따라 상황은 언제라도 반전될 여지가 있다. SK하이닉스와 TSMC가 동맹을 발표하긴 했지만 엔비디아는 언제든지 삼성전자와 협력할 수도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달 19일 간담회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와의 파트너십을 무척 소중하게 여기고, 두 기업은 앞으로 엄청난 사이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TSMC가 담당하고 있는 AI 반도체를 향후 삼성전자에 위탁생산 맡길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물론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