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취준생들 홀린 삼성판 인재경영 “TSMC 보단 삼성전자가 낫죠”
美 취준생들 홀린 삼성판 인재경영 “TSMC 보단 삼성전자가 낫죠”
[사진=삼성전자]

최근 삼성전자와 TSMC 양사 모두 북미 투자금을 대폭 늘리며 본격적인 북미권 반도체 경쟁이 시작됐다. 승리의 핵심은 ‘사람’이다. 인재를 얼마나 확보·양성하는지가 반도체 경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만큼 두 회사 모두 공장이 완공되기 전부터 채용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내 청년 인재 확보를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까지 벌이고 있다.

 

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반도체 공장 투자 규모를 170만달러(한화 약 23조원)에서 440만달러(한화 약 59조원)까지 늘릴 방침이다. 대만 TSMC도 애리조나주 파운드리 공장 투자 금액을 기존 400억달러(한화 약 54조원)에서 650억달러(한화 약 88조원)까지 62.5% 늘리기로 했다.

 

현지 매체들은 삼성전자와 TSMC가 공장을 완공한다면 고임금 일자리가 최소 1만개 이상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청업체 등 간접 일자리까지 합친다면 최소 3만여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일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삼성전자와 TSMC의 공장 건립에 미국 전역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삼성전자에 푹 빠진 미국 청년들, TSMC 보다 임금 적어도 일자리 만족도는 ‘별 4개’

 

▲ [그래픽=김상언] ⓒ르데스크

 

미국 청년들의 일자리 만족도는 삼성전자가 TSMC보다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인크루트 업체 인디드의 미국 구인 사이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TSMC에 비해 평균 급여가 낮은데도 불구하고 일자리 만족도 평가는 5점 만점에 4.0으로 TSMC(2.7)에 비해 1.3 가량 높았다.

 

세부적으로 삼성전자는 △일과 삶의 균형 3.6점 △보상 및 혜택 3.9점 △고용안정 및 승진 3.5 △관리 3.5 △회사문화 3.7점 등으로 모두 3점 이상을 받았다. 반면 TSMC는 △일과 삶의 균형 2.3점 △보상 및 혜택 3.1점 △고용안정 및 승진 2.9점 △관리 2.5점 △회사문화 2.4점 등 전체적으로 2점대에 머물러 있었다.

 

평균 급여는 TSMC가 더 높았다. 장비 엔지니어의 경우 삼성전자의 평균 연봉은 9만2000달러, TSMC는 10만5500달러 등이었다. 수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삼성전자 11만달러, TSMC 12만5800달러 등으로 1만달러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인턴사원의 경우에도 TSMC가 삼성전자 보다 시간당 10달러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보다 직장 분위기나 조직문화 등을 더욱 선호하는 미국 취준생들의 구직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 사회는 치열한 경쟁과 성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만연해 있지만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 고용안정성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 한 채용 플랫폼에 올라온 삼성전자와 TSMC에 대한 전·현 직원들의 의견들. [사진=INDEED 갈무리]

 

당장 주요 채용 플랫폼의 기업 리뷰 및 평가만 보더라도 삼성전자는 호평을 받고 있는 반면 TSMC의 경우 부정적인 반응이 대다수다. 버지니아에서 삼성 데이터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한 직원은 “합리적인 사람들이 많고 체계적인 사무문화가 좋다”며 “그리고 매일 삼시세끼를 챙겨주는 것이 장점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휴가와 직원 할인숍 등 복지가 뛰어난 회사다”며 “엄청난 업무 스트레스는 모든 회사가 비슷한데 그래도 삼성전자는 스트레스를 해소 시켜주려는 노력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TSMC의 리뷰들은 삼성전자와 정반대의 내용이 많았다. 애리조나에서 일하고 있는 반도체 AMHS 전문가는 “대만 사람들과 일하며 문화 충격을 받았다”며 “그들은 미국의 법률을 무시하고 하루 16시간에서 18시간씩 일하는 데 너무 익숙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 장비 엔지니어 또한 “마조히즘적 워커홀릭들에게 추천하는 직장이다”며 “급여와 혜택은 좋지만 정치와 관료주의가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삼·전-TSMC 저울질하는 美 브레인들 “첫 직장은 가까운 곳, 그 후엔 복지 보고 이직”

 

미국 공대생들 사이에서도 삼성전자와 TSMC를 비교·평가하는 모습들이 부쩍 잦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경제계에선 대학 인재들의 행보가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하는 만큼 대학생들의 평가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삼성전자와 TSMC도 미래 인재 확보가 중요하다는 인식 하에 미국 내 대학들과 연계해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미국의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삼성전자와 TSMC의 물밑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인턴쉽 프로그램 기념사진을 찍는 미국 대학생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텍사스 A&M과 오스틴 캠퍼스 등 지역 대학은 물론이고 미국 내 주요 공과대학에 총 570만달러(한화 약 78억원)를 기부하면서 대학과의 협력을 강화한 바 있다.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는 테일러 지역에 100만달러를 기부하는 한편, 고등학생 반도체 인턴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TSMC 역시 애리조나 주립 대학과 다양한 취업연계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등 미국 현지 인재 확보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엔지니어링 스쿨을 다니는 루비(Rubby) 씨는 “석사 학위는 무조건 딸 생각이고 박사 과정도 고민 중에 있다”며 “만약 박사를 포기한다면 TSMC나 삼성전자 둘 중 한 곳에 취업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에 TSMC가 들어오는 만큼 첫 직장은 TSMC를 갈 생각이지만 삼성전자 복지가 좋다는 말들이 워낙 많다 보니 중간에 이직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텍사스 오스틴대학교에 재학 중인 앤드류(Andrew) 씨는 “두 회사의 장·단점을 비교해 보면 삼성전자가 조금 더 끌린다”며 “TSMC와 삼성전자 모두 엔지니어 연봉 10만달러가 넘는 만큼 돈보다는 회사 문화나 복지 체계, 근로시간 등 연봉 외적인 부분들을 더욱 중요하게 볼 것 같다”고 밝혔다.

 

미국 취업플랫폼 인디드(INDEED)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TSMC가 북미에서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한 만큼 얼마나 앞으로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두 기업 모두 반도체 산업 자체가 기술력 의존도가 높은 만큼 결국 반도체 경쟁은 곧 인재확보 경쟁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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