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무거워진 제빵왕 아들들, 사업차질 우려에 존재감 커졌다
어깨 무거워진 제빵왕 아들들, 사업차질 우려에 존재감 커졌다

파리바게뜨 제방 기사들에게 노조 탈퇴를 강요한 혐의를 받는 허영인 SPC 회장이 구속되면서 허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 사장과 차남 허희수 부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SPC그룹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데다 국내 외식업계 실적 방어가 중요해진 만큼 허 회장의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두 아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를 받는 허 회장에 대해 ‘증거 인멸 염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허 회장은 SPC그룹 자회사인 PB파트너즈의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에게 탈퇴를 강요하고, 승진 불이익을 주는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를 받고있다. PB파트너즈는 파리바게트 가맹점 인력을 고용·관리하는 회사다.

 

검찰은 허 회장을 상대로 노조 탈퇴 강요 경위에 대해 추궁하고 SPC가 검찰 수사관을 통해 허 회장의 공정거래법 위반과 배임 혐의 관련 수사 정보를 빼돌리는 데 허 회장이 개입했는지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허 회장 구속과 관련해 SPC 측은 “고령인데다 건강도 안 좋은 상황이라 안타깝고 걱정스럽다”며 “앞으로 전개될 조사와 재판 과정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허 회장 구속으로 SPC그룹의 경영 공백이 불가피해지면서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SPC그룹 오너일가의 경영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허진수 사장과 허희수 부사장 등이 허 회장의 빈자리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채울지 여부가 향후 승계에도 영향을 미칠 거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까진 장남인 허진수 사장이 승계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허영인 회장 구속으로 생긴 경영 공백을 형제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과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 [사진=SPC그룹]

 

장남인 허 사장은 1977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학 석사 취득 후 AIB(미국제빵학교)에서 연수한 후 2005년 파리크라상에 상무로 입사했다. 2014년 파리크라상 전무와 SPC그룹 글로벌부문(BU)장, 2015년 SPC그룹 부사장 등을 거쳐 2022년 파리크라상 사장으로 승진했다.

 

허 사장이 주로 담당하는 분야는 해외 사업이다. 특히 파리바게트 해외 진출에 공이 있다. 현재 파리바게트는 미국, 프랑스,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 10개국에 진출해 현재 총 500여개의 해외 매장이 운영되는 등 해외시장 개척에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당장 허 회장은 구속되기 전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파스쿠찌의 CEO이자 창업주 3세인 마리오 파스쿠찌와 이탈리아 내 파리바게뜨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이탈리아 진출에 성공한다면 유럽 내 3번째 진출국이다.

 

다만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 최상위 지주사인 파리크라상의 국내 영업이익은 매년 감소 추세다. 파리크라상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761억원이였던 영업이익은 2020년 347억원, 2021년 334억원, 2022년 188억원으로 하락 추세다. 해외 사업 확장이 어느정도 성과를 거둔 만큼 국내 시장 실적 개선이란 숙제를 떠안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외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허 사장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파리크라상은 지금 유럽과 중동 등 해외 진출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인데 허 회장 구속으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해외 사업을 담당하는 허진수 사장이 어떤 리더십을 보이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허 회장 구속으로 가장 제동이 걸린 부문은 해외 사업이다. 사진은 매장을 둘러보는 허영인 SPC 회장(왼쪽)과 마리오 파스쿠찌 회장(오른쪽). [사진=SPC그룹]

 

차남인 허 부사장의 역할도 중요하다. 허 부사장은 2007년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해 파리크라상 마케팅본부장, 비알코리아 전무, SPC그룹 전략기획실 미래사업부문장 등을 거쳐 2016년 SPC그룹 부사장까지 올라왔다. 2021년 SPC그룹 ICT 계열사 섹타나인 임원으로 선임됐고 2022년 비알코리아 전략총괄 임원을 맡았다.

 

허 부사장은 향후 외식사업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본인이 국내 진출을 주도한 쉐이크쉑 한국 사업부가 물적 분할됐고, 임원으로 있는 비알코리아가 던킨과 베스킨라빈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비알코리아는 유일하게 파리크라상과 출자 고리가 없는 계열사기도 하다.

 

재계에서는 허 부사장이 SPC그룹에서 외식사업을 담당하는 만큼 경영 공백기에 국내 실적 방어에 집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쉐이크쉑이 물적 분할됐고 파리크라상과 유일하게 연관 없는 비알코리아 임원인 만큼 그룹에서 허 부사장에게 외식 분야를 줄 가능성이 높다”며 “허 회장이 구속되고 국내 파리바게트 실적이 떨어지는 추세인 만큼 다른 외식사업의 국내 실적 방어가 중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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